조선 19세기 초반에 지우재(之又齋) 정수영(鄭遂榮, 1743-1831)은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나무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과연 그는 어떤 나무를 그린 것일까? 야자나무 과의 상록 교목인 종려나무이다. 종려나무는 우리에게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야자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열대지방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남쪽인 제주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내의 내륙지방에서는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에 이 나무를 그렸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 후
추상회화에 대한 옹호라고 할 수 있는 칸딘스키의 (1911)에서는 음악적 영감에 대한 설명을 도처에서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음악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외부 세계를 재현하려 하지 않고, 정신적인 것을 표현하려 한다. “음악적인 음은 영혼에 이르는 직접적인 통로를 가지고 있다.” 칸딘스키는 이러한 음악적 표현의 특성을 회화에 적용하려 하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들은 이러한 기획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한 예술의 요소들을 다른
우리는 오롯이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환경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개인전으로 작가의 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보여주는 최대 규모의 *서베이(surbey) 전시이다. 필립 파레노는 전시와 작품과의 역동적 관계를 탐구한다. 작품은 단순히 전시되는 것이 아닌, 전시장에서 다른 작품들, 관객들, 그리고 사운드와 호흡하며 상호작용되는 것에 주목한다. 또한 작가는 작업의 핵심 요소로 ‘다수의 목소리’를 꼽았다. 전시를 통해 다양한 목소
덜컹거리는 버스 안,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딱 한 사람, ‘은재’는 다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해 갓 상경한 그녀에게 서울의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살짝 열린 차창 사이로 들이치는 바람 탓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여전히 시선은 창밖 풍경에 고정되어 있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그녀의 새 보금자리가 되어줄 쉐어하우스, ‘벨에포크’였다.4명의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은재. 생판 남들과 한집에서 사는 것을 만만하게 본 적은 결코 없었다. 그러나 실전은 상상 이상이
흔히 자정에서 일출에 가까운 시간을 칭하는 새벽은 대부분의 사람은 잠을 청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시험 기간에 24시간 개방하는 제4공학관(T동) 열람실에서 밤새워 공부하는 학우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새벽은 일과 시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몰입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번 오색찬란에서는 새벽을 활용하는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의 새벽과거의 새벽에는 야간통행금지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전근대사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시됐으며 주된 이유는 치안상의 필요였다. 조선시대에도 실시된 이 제도는 과거의 새벽을 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운명이라는 말을 ‘당연함’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네 운명이야.’와 같은 관용구는 운명을 우리에게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법칙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깨버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주체적인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운명을 벗어나는 것은 무엇이며, 이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이번 COS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2011)과 〈할라〉(2019)를 통해 기존의 운명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으려 했던 용감한 항해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봄이 왔다는 소식을 전하듯 학교에는 학우들의 환한 미소와 흩날리는 꽃잎으로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기자는 봄에 피는 꽃같이 항상 화사한 미소로 언론사 학생기자들을 맞이하는 천지예(법학18) 조교를 만났다. Q. 현재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법조계를 희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A. 특별한 계기 없이 전공인 법학 공부가 재밌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로스쿨 진학을 꿈꿨다. 저학년 때의 좋지 않은 학점을 올리기 위해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하다 보니 법학 공부가 잘 맞는다고 느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 공부가 쉽
사진 촬영부터 인화까지, 진심으로 사진을 대하는 본교 동아리가 있다. 중앙 동아리 ‘모래알 사진반’을 알아보고자 조수빈(자율3) 학우를 만났다. Q. 모래알 사진반에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저희는 본교 사진 동아리 모래알 사진반입니다. 정기적인 활동으로는 출사, 그리고 1년에 두 번 진행하는 전시가 있습니다. 이름이 모래알 사진반인 이유를 다들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흑백 필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 초점을 맞추며 확대된 필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래알 같은 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모래알무늬가 초점이 맞다는 것을 의
신문을 받자마자, 1면의 화사한 색감의 그림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푸른 하늘과 분홍 벚꽃을 그린 그림은 솜사탕 같기도 하면서 나에게 봄이라는 계절을 인식하게 했다. 평소 신문은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홍대신문의 1면은 그와 반대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신문은 봄을 맞이하여 학교 근처의 숨은 벚꽃 명소 소개에 관한 기사로 문을 열었다. 최근 여의도에 갔다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벚꽃을 보고 왔던 기억이 있던 터라, 학교 근처의 숨은 명소에서 잔잔히 봄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죽은 연인이 나를 사랑했던 이유가 자신이 사랑하던 누군가와 내가 닮았기 때문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 (1999)의 여주인공 ‘히로코’는 사고로 죽은 약혼자가 자신을 사랑했던 이유가 자신이 그의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고통스러워한다. 물론 약혼을 결심할 정도라면 남자도 히로코를 사랑하긴 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히로코를 처음 마음에 담은 이유가 단지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라면, 그 시작은 익숙함에서 오는 착각은 아니었을까?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익숙
고전 문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임치균 부원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전 문학의 숨겨진 매력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이 매력에 빠져 평생을 고전과 함께 살아온 국문학자의 삶이 어떠한지도 알게 된다. 고즈넉한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방문해 고전이 주는 지혜를 탐구하는 임치균(국어교육79) 동문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는데, 교사가 아닌 국문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A. 원래 꿈은 교사였다. 심적으로, 또 학업적으로 힘들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