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를 수 있는지 원망스럽기까지 한 요즘이다. 매일 해야 할 일을 격파하듯 수행하니 4월이 됐다. 개강 후 수업을 듣고, 스터디와 학회 활동에 참여했으며, 매주 기사를 쓰고 마감을 해 4번의 발간을 해냈고,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종종 사람을 만났다는 한 문장으로 기자의 3월을 정리할 수 있겠다. 사실 해야 하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여력이 안 돼 벅차고 힘든 3월이었다. 정신없이 일정에 끌려다니며 살아가다가 거울 속 너무나 어두운 표정의 여성을 마주한 순간, 요즘 짜증 난다는
오늘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자는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타수는 200타가 채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튼, 아쉬운 타자 실력을 자랑하며 또 하나의 기사를 써낸 기자는 다음 기사를 쓰기 전, 잠시 목을 축이러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기사를 쓰기 위해 꺼내 둔 책 몇 권이 나동그라져 있었다. ‘이번 기자 프리즘은 또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책을 정리하던 기자는 문득 기자의 일상이 신문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어쩌다 기자가 됐더라?’일단 단순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1948)에 수록된 서시(序詩)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구절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인용되며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이 구절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떻게 사람이 죽는날까지 한 점의 부끄럼조차 없을 수 있다는 것일까?물론 기자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은 부끄럼을 한 점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자. 수업 시간에 아는 문제가 나
신문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다. 이제 기자도 수습기자라는 직함을 벗고 준기자라는 새로운 직책 아래에서 선배 기자들처럼 기자프리즘을 쓰게 됐다. 어른 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아직은 어색하고 많이 미숙하지만, 2024년 첫 번째 기자프리즘인 만큼 사회를 조명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자 본연의 업무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글을 본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올해 4월 10일(수)에 있을 제22대 총선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총선을 ‘정치 양극화’라는
첫눈, 그 두 글자만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가? 여러 언론사는 앞다투어 첫눈 소식을 전하고, 사람들은 첫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지난 17일(금), 첫눈이 내렸다. 기자실에 들어오며 첫눈이 내렸다고 얘기하는 동료 기자들을 보며 아깝게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 기자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편의점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 기자는 ‘이미 다 그쳤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적지만,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눈송이들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기자는 올해의 첫눈을 맞았
“수능 바람 분다.”11월이 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기자는 이런 표현으로 계절의 변화를 말하곤 한다. 수능을 치른지 3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수능이란 어째서인지 매년 이맘때쯤 기자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너무 더웠던 지난 10월 말, 11월 초에는 왜 수능 바람이 안 부나 했는데 며칠 전부터 어김없이 추워졌다. 목도리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고 주눅 든 사람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걷는 그 계절이 와 버린 것이다. 그렇다. 수능이 다가온 것이다. 2023년에도 어김없이 수능은 치러진다. 그리고 지금,
강당(S동) 211호, 기자실로 오는 길, 기자는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공원을 지나온다. 효율을 중시하는 평소의 기자에게 공원은 기자실로 가는 지름길에 불과하지만 가을에는 의미가 달라진다. 가을이 시작됐다는 신호처럼 공원 입구에는 은행이 가득하고, 오고 가는 학우들이 밟아 터진 은행 냄새에 기자는 표정을 찡그린다. 공원 입구를 지나는 순간은 잠깐이지만 공원 근처에서부터 은행 냄새에 대한 두려움과 공원 입구를 지난 후에도 계속되는 냄새에 찡그린 표정과 불쾌함은 오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골목을 돌아 마주한 공원 입구의 바닥은 말끔했
어렵지 않은 질문을 하고 싶다. 지금 이 문장, 종이 위 활자인가, 화면 위 글자인가? 전자라면 학교에 비치된 신문을 꺼내 기자의 글까지 다다른 것이고, 후자라면 홍대신문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 칼럼을 클릭해 준 것이리라. 이처럼 본지는 지면과 온라인이라는 두 방식을 활용해 독자의 기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싶다. 9.7%와 77.2%. 두 수치는 각각 무엇을 나타낼까? 정답은 대한민국 국민의 미디어 유형별 뉴스 이용률로, 9.7%는 신문 이용률, 77.2%는 인터넷 뉴스 이용률이다. 이 두 방식은 수치에서
생각이 많았던 작년과 달리, 기자는 올해부터 단순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생각의 스위치를 잠깐 꺼보기로 했다. 단순해지는 연습은 간단하다.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을 단순하게 한다는 건, 앞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기자의 고질적인 습관을 바꿔보려는 시도였다.평소 숫자를 좋아하는 기자는 수학적 개념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자는 굉장히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세상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정답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들에는 어떠한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건 일에서도,
아스텍(Aztec) 신화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네 번의 세계가 멸망하고 난 뒤 세워진 다섯 번째 세계다. 첫 번째 세계는 테스카틀리포카(Tezcatlipoca)가 다스린 세계로, 재규어가 거인을 모조리 잡아먹은 후 태양이 꺼져 멸망했다. 케찰코아틀(Quetzalcohuātl)이 다스린 두 번째 세계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태양이 꺼져 멸망했고, 틀랄록(Tlāloc)이 다스린 세 번째 세계는 화염의 비가 내려 멸망했다. 찰치우틀리쿠에(Chalchiuhtlicue)가 다스린 네 번째 세계에서는 대홍수로 모든 인간이 물고기가
지난 7월 21일(금)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 건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은 소위 ‘칼부림 사건’ 이라 불리는 묻지마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그 때부터 9월까지 약 한 달간 칼부림 관련하여 235명이 검거되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월 4일(금) 대국민 담화를 열어 “비상한 각오로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 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 한다.”고 말했다. ‘특별치안활동’은 「국가경찰 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 장」에 의거, 경찰청장 재량으로 경찰 인력과 장 비를 집중 투입하도록 하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라, 이거 좀 불합리한 거 아닌가?’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이런 ‘불합리’ 중에서는 자신이 직접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최선은 다하기로.기자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한 상황은 각각의 불가피한 사정들 속에서 도출된 어쩔 수 없는 결과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자도 그런 상황을 겪곤 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