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1948)에 수록된 서시(序詩)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구절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인용되며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이 구절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떻게 사람이 죽는날까지 한 점의 부끄럼조차 없을 수 있다는 것일까?물론 기자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은 부끄럼을 한 점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자. 수업 시간에 아는 문제가 나
신문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다. 이제 기자도 수습기자라는 직함을 벗고 준기자라는 새로운 직책 아래에서 선배 기자들처럼 기자프리즘을 쓰게 됐다. 어른 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아직은 어색하고 많이 미숙하지만, 2024년 첫 번째 기자프리즘인 만큼 사회를 조명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자 본연의 업무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글을 본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올해 4월 10일(수)에 있을 제22대 총선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총선을 ‘정치 양극화’라는
첫눈, 그 두 글자만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가? 여러 언론사는 앞다투어 첫눈 소식을 전하고, 사람들은 첫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지난 17일(금), 첫눈이 내렸다. 기자실에 들어오며 첫눈이 내렸다고 얘기하는 동료 기자들을 보며 아깝게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 기자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편의점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 기자는 ‘이미 다 그쳤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적지만,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눈송이들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기자는 올해의 첫눈을 맞았
“수능 바람 분다.”11월이 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기자는 이런 표현으로 계절의 변화를 말하곤 한다. 수능을 치른지 3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수능이란 어째서인지 매년 이맘때쯤 기자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너무 더웠던 지난 10월 말, 11월 초에는 왜 수능 바람이 안 부나 했는데 며칠 전부터 어김없이 추워졌다. 목도리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고 주눅 든 사람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걷는 그 계절이 와 버린 것이다. 그렇다. 수능이 다가온 것이다. 2023년에도 어김없이 수능은 치러진다. 그리고 지금,
강당(S동) 211호, 기자실로 오는 길, 기자는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공원을 지나온다. 효율을 중시하는 평소의 기자에게 공원은 기자실로 가는 지름길에 불과하지만 가을에는 의미가 달라진다. 가을이 시작됐다는 신호처럼 공원 입구에는 은행이 가득하고, 오고 가는 학우들이 밟아 터진 은행 냄새에 기자는 표정을 찡그린다. 공원 입구를 지나는 순간은 잠깐이지만 공원 근처에서부터 은행 냄새에 대한 두려움과 공원 입구를 지난 후에도 계속되는 냄새에 찡그린 표정과 불쾌함은 오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골목을 돌아 마주한 공원 입구의 바닥은 말끔했
어렵지 않은 질문을 하고 싶다. 지금 이 문장, 종이 위 활자인가, 화면 위 글자인가? 전자라면 학교에 비치된 신문을 꺼내 기자의 글까지 다다른 것이고, 후자라면 홍대신문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 칼럼을 클릭해 준 것이리라. 이처럼 본지는 지면과 온라인이라는 두 방식을 활용해 독자의 기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싶다. 9.7%와 77.2%. 두 수치는 각각 무엇을 나타낼까? 정답은 대한민국 국민의 미디어 유형별 뉴스 이용률로, 9.7%는 신문 이용률, 77.2%는 인터넷 뉴스 이용률이다. 이 두 방식은 수치에서
생각이 많았던 작년과 달리, 기자는 올해부터 단순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생각의 스위치를 잠깐 꺼보기로 했다. 단순해지는 연습은 간단하다.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을 단순하게 한다는 건, 앞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기자의 고질적인 습관을 바꿔보려는 시도였다.평소 숫자를 좋아하는 기자는 수학적 개념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자는 굉장히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세상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정답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들에는 어떠한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건 일에서도,
아스텍(Aztec) 신화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네 번의 세계가 멸망하고 난 뒤 세워진 다섯 번째 세계다. 첫 번째 세계는 테스카틀리포카(Tezcatlipoca)가 다스린 세계로, 재규어가 거인을 모조리 잡아먹은 후 태양이 꺼져 멸망했다. 케찰코아틀(Quetzalcohuātl)이 다스린 두 번째 세계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태양이 꺼져 멸망했고, 틀랄록(Tlāloc)이 다스린 세 번째 세계는 화염의 비가 내려 멸망했다. 찰치우틀리쿠에(Chalchiuhtlicue)가 다스린 네 번째 세계에서는 대홍수로 모든 인간이 물고기가
지난 7월 21일(금)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 건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은 소위 ‘칼부림 사건’ 이라 불리는 묻지마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그 때부터 9월까지 약 한 달간 칼부림 관련하여 235명이 검거되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월 4일(금) 대국민 담화를 열어 “비상한 각오로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 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 한다.”고 말했다. ‘특별치안활동’은 「국가경찰 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 장」에 의거, 경찰청장 재량으로 경찰 인력과 장 비를 집중 투입하도록 하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라, 이거 좀 불합리한 거 아닌가?’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이런 ‘불합리’ 중에서는 자신이 직접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최선은 다하기로.기자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한 상황은 각각의 불가피한 사정들 속에서 도출된 어쩔 수 없는 결과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자도 그런 상황을 겪곤 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완
열정의 사전적 정의란 ‘감정 중 하나로, 어떤 일에 대해 열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감정이 존재하는데, 열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것에 열정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열정은 어떠한 일을 성취하는 데 도움을 줄뿐더러 삶의 목적을 이뤄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질문을 하겠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염원하며, 뚝심 있게 열정을 가지며 임해본 적이 있는가?공교롭게도, 기자는 무인가를 진심으로 끈기 있게 진행해 본 기억이 없다. 이를 기자만의 언어로 말하자면
여름이 온다. 지난 5월 6일(토), 입하(立夏)가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내리쬐는 뜨거운 열기는 그나마 남아있던 봄기운마저 모두 가셨음을 알리고 있다. 온도 변화에 알레르기가 있는 기자는 누군가 창문을 열어 바깥의 찬바람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귀신같이 재채기를 터트린다. 그런 기자에게 에어컨이 틀어져 추운 실내와 30℃를 넘나드는 실외가 공존하는 여름은 지옥과도 같은 계절이다. 비단 알레르기뿐만이 아니다. 한 해의 반 가까이가 어느새 지나가 버리고, 뜨거운 열기가 어깨를 짓누르는 여름은 기자가 여태껏 무엇 하나 이
“새로울 것도 하나 없는 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또 얼마나 지겨워져 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너도 나를 사랑해달라고 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게 뭔지 나는 종종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찾아봤지만, 오래된 것 중 확실한 건 없잖아.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내 것들에게 내어주기로 했다. ‘너는 나의 문학이야.’라고,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의 곡 의 도입부이다. 여느 때처럼 알고리즘에 의한 끝 모를 인터넷 유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처럼, 날이 따스해지기 무섭게 시험 기간이 찾아왔다. 포근한 봄에 취해 붕붕 떠다니는 기분을 다잡지 않으면, 학기 말에 학점을 회복하기 위해 허덕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에게도 적용되는 일이다.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기자는 ‘나는 허덕이더라도 너희는 잘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중간고사를 챙기며 아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 고등학교 1학년 제자가 “이번 시험 망치면 치킨이나 튀기려고요.”라며 한숨 가득한 말을 건네왔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세
기자는 지난 3월이 무척 힘들었다. 몸이 힘들었다기보단 마음이 힘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는 건 기자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기자는 다툼을 보는 것이 싫어, 먼저 한발 물러나거나 그 자리를 회피함으로써 싸움을 피하곤 한다. 지난 3월 기자 주변에는 사소한 갈등들이 많았다. 그중 직접 연관된 일은 없었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고통이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관계 속, 서로 다투는 마음들이 집합된 곳에 있는 것은 고역 같은 일이었다. 그것 때문에 기자는 지난 한 달간 엄청난 회의감에 휩싸여 살았
제1323호가 발간되는 4월 4일(화)는 기자의 생일이다. 생일은 매년 그날 태어난 사람, 그러니까 오늘은 기자를 축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자의 첫 번째 생일에 기자 말고도, 어쩌면 그 당시에는 기자보다 더 큰 축하를 받았을 사람이 있다. 바로 기자의 엄마이다.기자의 부모님은 기자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맞벌이를 했었다.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이 모두 집에 늦게 들어와 한 살 차이 나는 오빠와 둘이서 저녁을 먹고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가스레인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마치 컵라면을 먹듯 큰 국그릇에 봉지
지독하게 달달한 복숭아 향수와 맥도날드 감자튀김 냄새. 상상이 가는 냄새인지 당신에게 묻고 싶다. 복숭아와 감자튀김, 글자조차도 어울리지 않는 둘이다. 그러나 이는 작년 9월 27일(화) 오전 10시 33분 지하철 안에서 기자가 똑똑히 맡은 냄새였고, 이상하게도 이 냄새에 매료됐다. 기자가 이 냄새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작은 메모 때문이다. 핸드폰 메모장에 써놓은 짧은 글은 읽자마자 기자의 코끝에 그때의 향이 아른거리게 만든다. 그것이 기자가 기록하는 이유다. 기록은 그날의 기억을 불러온다.기자가 기억을 기록하는 방법은 비단 글뿐만
글을 정독하는 것과, 잘 쓰여진 글을 만드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기 전이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정기자가 되고 약 11호의 신문을 발간한 지금,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읽는 것’의 고충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의아해할 수 있다. 기자는 엄연히 ‘쓰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직접 겪어본 기자 생활은 ‘쓰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읽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1차, 2차, 최종을
지난 5일, 시대를 호가했던 애니메이션 (TV 아사히)의 극장판 (2023)의 관객 수가 381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기자 역시 지난 겨울 ‘슬램덩크 열풍’에 일조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 처음 극장판 개봉 소식을 접하고 극장으로 향했을 때, ‘슬램덩크’ 하면 떠올랐던 대사는 “왼손은 거들 뿐” 같은 유명한 대사뿐이었다. 그러나 12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난 뒤 기자의 머릿속에 박힌 대사는 ‘만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 처음 보는 남부터 매일 만나는 이들까지, 친절함을 베푼다는 건 쉽진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는 예로부터 이어져 온 이치다. 어릴 적부터 친절함과 관련된 옛 일화들을 들어왔을 것이다. 『흥부놀부전』에서 흥부는 다리를 다친 까치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 상처를 치료해줬다. 그 후 까치는 흥부에게 특별한 박씨를 선물해줬고 그 박씨로 흥부 가족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게 된다. 『은혜 갚은 까치』에서는 선비의 도움으로 새끼를 구한 까치가 목숨 바쳐 선비를 구하기도 한다. 친절한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