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부문최우수 「파도를 대하는 자세 3」 최우수 당선소감윤지원(기계시스템디자인3)라는 제목은, 어떠한 출렁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려 노력하는 서퍼들을 보며 떠올렸다. 파도는 그렇다. 인생에 아무리 큰 파도가 와도 그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스러지지 않게 단단한 근육들을 만든다. 굳게 박힌 그들의 뿌리는 파란을 맞고 쓰러져도, 이내 그 파도에 다시 도전하여 과정을 즐기고 느끼고 이겨낸다.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피부가 까지고 뒤집어지고, 강력한 파도에 온몸을 맡기고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빠져서 쓰라린 물
◆ 시 부문최우수상 이현수(예술1)「산북집」우수상 박다은(예술3)「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수상 이예은(국어국문2)「바른 자세를 위한 제자리 운동」 최우수「산북집」 산과 산 사이 골목과 골목 사이 향토 짙었던 푸근함 가득했던 인심도이제는 안타까움을 머금고 입에 머금은 음식들은 내가 곧 만들게 될 음식들 잡담이 조화로웠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알아차린 곡소리는 언제부터 시리게 울렸는가 냉장고의 기계음시계 초침 소리치매 노인의 건망증과낡은 구멍에서 나오는 비명 그들은 소리도 없이 나를 감싼다 나를 감싼 그들은 소리를 잃어간다 악보
◆소설 부문최우수상 신윤아(회화4) 「물 먹은 고백」 우수상 이정훈(산업‧데이터4)「Goodbye Seoul」 우수상 정예림(회화4)「돌려주세요 천사님」 최우수 「물 먹은 고백」 1.형윤은 병상에 누워 다가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순간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의 발걸음이었다.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스스로 몸통 한 번 뒤집을 수 없었다. 덥지도 않은데 괜히 땀이 흘렀다.성준은 빠르게 걷는 일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그가 뭔가에 서두르는 모습 자체를 그다지 본 일이 없었다. 어디서 무
◆ 시 부문최우수상 장승재(국어국문3)「생물4」우수상 오지환 (자율3)「필름 현상」 최우수옥수수 대신 까마귀가 영그는 밭에녹색의 해진 셔츠가 바람처럼 불었다그녀는 셔츠를 입고 있었고 해가 지고 있었다는딱 그쯤의 기다림이었고그때 그녀의 머리칼은 젖어 있었다비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날 선택했던 건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었을거야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지만 사실 나는 뒤통수에 눈이 달렸어눈꺼풀이 없는 눈이야우리가 등을 맞대고 누우면나는 계속 너를 감시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밤새 누가 방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보고 싶
◆소설 부문최우수상 오지환(자율3)「둥근 어항 안에는 둥글게 도는 것들이 있다」우수상 임혜준(섬유미술·패션디자인2)「대탈출」 최우수「둥근 어항 안에는 둥글게 도는 것들이 있다」냉장고를 열자 금붕어가 방안으로 쏟아졌다. 발가락이 금붕어에 닿으면서 다른 색깔이 되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했다.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아주다른 색이 되었을 뿐. 그런 마음으로 나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 힘을 주었지만 힘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약하게, 문은 소리 없이 밀려 닫혔다.아버지는 일을 나갔지만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그냥
◆사진부문최우수 「self portrait」 최우수 당선소감 김재훈 (자율 4)은 친구가 없어 시작하게된 작업입니다. 대학에 처음 들어와 마음 맞는 친구를 찾기 어려웠던 저는 실제로 친구가 없었거나 친구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촬영할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시기 중 어느 하루가 누군가의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이 기쁘고 격려되어요. 4학년이 된 저는 올해 초부터 친구들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의 친밀함이 많은 것을 견딜 수 있게끔 도울거라 믿습니
학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방치된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섬에 얽힌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날이 생각납니다. 작은 배를 타고 섬을 오가며 사라져가는 기록들을 수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파생하는 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계속해서 좋은 작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는 2021년 3월부터 촬영하기 시작한 사진 시리즈로 지금까지 약 30명을 촬영했습니다. 당선작도 시리즈 중 한 장입니다. 옷을 많이 샀지만 매일 외출할 때마다 입을
◆ 소설 부문최우수상 이주영 (교육학과 4) 「은주 언니에게」우수상 이정훈 (정보컴퓨터공학부 3) 「그녀」우수상 조경혜 (영어교육과 3)「·–– ·」 최우수 「은주 언니에게」은주 언니에게 안녕하세요, 언니. 정말 오랜만에 연락해보는 것 같네요. 제가 한국을 뜬 지도 이제 사 년이 넘었으니 햇수로 따지자면 오륙 년쯤 됐나요? 아마 이 메일 알림이 뜬 걸 보고서 언니도 많이 당황했겠죠. 이제 와서 얘가 왜?이런 생각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구태여 잘 사냐는 둥 저는 지금 이렇게 지낸다는 둥하는 그런 시답잖은
◆ 시 부문최우수상 조수연 (게임그래픽디자인 4)「구름」우수상 최현수 (국어국문학과 4)「목소리는 가로막혀」우수상 유서영 (영어교육과 1)「차가운 천국」 최우수 나는 아직 어리고 무서워종종걸음으로 다가갑니다가파르지 않은 새벽 산길은활짝 핀 야생화 보기에도 빨리 지나가고,비탈길에선 풍경을 눈에 담기도 전에 사라집니다 계속 미끄러지듯 흘러가며 후두둑 떨어집니다가보지 않았던 곳까지 가는 동안초목은 싱그럽고아주 뜨겁지 않은 오후의 햇살빗물은 산열매에 송글송글 맺혀 금세 사라집니다같은 출발선에서 쉬지 않고 떠내려왔는데도반대로만 가는
최우수 처음 희진이 우리 집으로 놀러와도 되겠냐 물었을 때 나는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삶고 있었다. 화구 한 켠에선 올리브유에 양파와 다진고기를 볶고 있었는데 그것은 소스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무언가 한데 모여 볶이는 소리와 물이 바글바글 끓는 소리. 그런 소리들과 함께 희진의 음성은 들려왔다. 다음 달쯤 한번 너희 집에 초대해줘. 술은 내가 알아서 들고 갈게. 남편도 같이 와? 내가 묻자 희진은 혼자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혼자 올 거라는 희진의 음성이 조금 갈라져 있었기에
최우수「그럼에도 불구하고 4」 최우수 당선소감윤우진(커뮤니케이션디자인전공 3)군복무하는 동안 운이 좋아 카메라를 계속 잡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의 본 목적을 떠나 인물들에게 기쁨을 주며 기억해 줄 수 있었던 점이, 시간이 지난 지금 가장 큰 의미로 남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예술상에 군대사진이라니, 취지에 맞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 지속하겠다. 우수「da-da」
최우수 1물기가 거의 없는 붓으로 칠한 듯한 하늘엔 아름다운 적란운이 떠 있다. 자운은 일어나 앉아 다다미를 손으로 가만 쓸어본다. 매미도 울지 않는 조용한 아침이다. 웅크리고 잔 탓에 뻐근한 어깨를 천천히 펴본다. 하늘을 바라보다, 다다미에 꼭 맞게 펴둔 이부자리를 접어 장안에 넣고 아침 정적 속에 앉는다. 오늘은, 이라고 시작되는 마음에 자운은 긴장감과 기대를 느낀다. 핸드폰을 켜 어제 이어 쓰다만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과거에 시작되어 미래에 완성될 문장들을 손으로 짚어보며 이제는 눈을 감아도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