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작은 나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고 타 주었다. 당신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조금 자라고 난 후였다.어느 밤에는 문 너머에서 나를 향한 사랑 고백이 들려온다. 내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잘하고 있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다고. 내 방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레 나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물기 어린 목소리로 나는 나의 다짐을 전한다. 잘 살겠노라고.오랜 기숙사 생활로 잊고 있던 새벽 인사를 이제 안다. 자고 있으면 쓰다듬는 손길, 볼이나 이마에 가볍게 하는 입맞춤이 느껴
“당신의 생애를 들려주세요.”라는 질문 하나로 모든 연구가 시작되는 학문이 있다. 이 마법의 질문은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는지 보여준다. 삶의 주체로서 한정된 기억에 규칙과 서사를 부여, 이를 언어로 재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구에 포함된다. 구술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애를 이해하는 학문, ‘구술생애담’이 그 주인공이다.구술생애담은 보다 보편적인 구술사, 생애사와 달리 사적(史的) 층위가 아닌 담적(譚的) 층위로 접근한다. 개인의 기억을 역사적 사실과 비교, 문헌 밖의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헤어짐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에 필자가 직접 기르던 콩나물과의 헤어짐이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식물을 오래 살리지 못하는, 재배에는 재능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그 콩나물은 신기하게도 꽤 오래 버텨주었다. 그 당시 그 콩나물을 정말 고마운 친구이자 필자가 낳은 아이처럼 애지중지 대했다. 빛을 보지 않도록 검은 비닐봉지를 잘 덮어주고, 때마다 물을 부어주었다.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물을 줄 때만 콩나물을 조심히, 그리고 예쁘게 들여다보는 인내심도 갖췄었다. 그 콩나물이 자란다
햇살의 강렬한 입맞춤에 눈이 부시고 매미의 노래가 귓가에 고여 멍멍한 여느 때의 한여름, 필자는 친한 친구와 LA를 다녀왔다. 약 1년 정도 경비를 모으며 계획한 주체적인 첫 해외여행이었고, 이것만을 바라보고 봄학기를 달린 우리는 종강하고부턴 여행 준비에 매진하며 방학을 보냈다. 마침내 8월 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11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태평양 건너편, 축복받은 땅 위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우린 먼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로 이동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내려서 본 보랏빛 하늘과 트럼프 호텔은 우릴 영원히
를 부른 가수 설연아(설연아 씨의 본명은 설채원이나 최근 설연아로 예명을 정했다고 한다) 씨가 를 부른 사연도 매우 특이하다. 설연아 씨는 우연한 기회로 홍대 앞을 지나면서 홍대와 홍대거리에 매료되어 그때부터 틈만 나면 홍대 앞으로 가게 되었고 홍대 앞을 갈 때마다 홍대를 들르는 일이 잦아졌으며 어느새 홍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텄다고 한다. 특히 홍대의 클린 캠퍼스를 보며 크진 않지만 잘 다져진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홍대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행사 축하곡으로 가수 설연아 님의 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반짝이는 네온싸인 돌아가는 젊음의 밤거리흔들리는 이 내 마음 그 느낌 가슴 적시네바람불고 비가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밤이 거리에 취해 보는 밤 오늘도 홍대 앞에서반짝이는 네온싸인 다시 찾은 추억의 밤거리흔들리는 이 내 마음 그 추억 가슴 적시네바람불고 비가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밤이 거리에 취해 보는 밤 오늘도 홍대 앞에서바람 불고 비가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밤이 거리에 취해보는 밤 오늘도 홍대 앞에서오늘도 홍대 앞
올봄 새 학기를 맞이했을 때, 꼭 새로 입학한 새내기가 된 것만 같았다.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게 된 첫 학기였기 때문이다. 20학번으로 대학생이 되자마자 코로나19를 맞이했고, 2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당시에는 본가가 학교와 가까워 가끔 캠퍼스 근처에 가보기도 했지만, 학생 없이 황량한 캠퍼스와 썰렁한 빈 강의실 뿐이었다. 지난 2022년에는 휴학 후 인턴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그저 대학 생활을 궁금해 할 뿐이었다.5학기만에 맞이하는 첫 대면 대학 생활은 낯섦으로 가득
필자가 중학생이 되었을 적, 기초생활수급자인 초등학생이 비싼 돈까스를 먹었다는 이유로 괘씸하다는 글을 보았다.약자는 매 순간 순종을 강요받는다. 선할 것을 강요받는다. 욕심을 부릴 자격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매 순간 상기하라고 강요받는다.로스쿨 학비가 몇천만 원에 달하고, 대학 입학금이 400만 원을 웃도는 사회에서 혹자는 말한다. 돈이 없으면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가난하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들은 이미 노력해 왔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열등감을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1. ‘생각을 하는 것’과 ‘생각이 드는 것’. ‘사유’가 전자고 ‘직관’이 후자라면, 직관이란 결과만 의식에서 포착되는 사고이고, 사유란 과정부터 결과까지가 모두 포착되는 사고이다. 그러나 사유의 과정은 직관에서 비롯된, 직관을 보강 또는 반박하는 또 다른 직관의 연쇄가 아닌가? 그런데 직관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 아닌가? 뇌의 한 부분에서 직관이 발생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를 인식한다. ‘모든 것을 회의하고, 생각하는 나의 존재만을 확신한다.’에서의 ‘나’는 단지 인식자로서의 ‘나’이다. 이로써 ‘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다들 '중꺾마'를 기억하는가. 작년 12월, 우리나라는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사람들은 왜 스포츠에 열광할까. 필자는 야구와 축구를 좋아한다. 야구 시청과 축구 시청은 필자의 취미이다. 보고 있으면 그냥 재미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것 말고도 영화나 드라마 감상,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 등 많은 취미생활이 있는데 나는 왜 스포츠가 제일 재미있을까.스포츠는 사실적이다. 영화나 연극 같은 경우는 그 반대로 허구다. 사람들이
잠에서 깬다. 방 안이 환하다. 손을 뻗어 휴대 전화를 찾는다. 몇 분을 누워 있다가 씻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기숙사 밖으로 나선다. 똑같은 수업을 듣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하루를 끝낸 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우리의 일상은 ‘해야 하는 것’들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흘러간다. 반복되는 ‘해야 하는 것’들을 처리하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권태감을 느낀다.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지친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와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올해 여름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인간은 공존을 택했다. 하지만 이 두 요소의 공존 이전에 수많은 분열이 사회를 휩쓸었다. 사회 내에 존재하고 있지만, 일원이 되지 못하는 ‘비가시적 빈민’들의 삶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났다. 그들은 이전까지 내가 볼 수 없었던, 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상적 삶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화되는 존재다. 한국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폐쇄 병동에서 발생한 점과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던 청도병원 시설 낙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라는 그들의 진짜 적과, 그들 ‘무리’가 맺는 관계의 성격을 생각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으며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자유와 해방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에 압도되곤 한다. 죽음에 대한 초연함보다는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인간의 본능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죽는 순간 고통은 없는 것인지, 죽고 난 이후 우리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일본의 문학을 접하고 나서 더 심화됐다. 이유는 일본 문학에서 자살이 꽤 빈번하게 등
영화 (2022)를 본 적 있는가? 이는 고교 농구를 그린 만화 원작의 영화로, 최근 불어온 농구 열풍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슬램덩크가 가져온 이 농구 열풍에 살짝 올라타, 우리가 꿈의 경기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선배, 우리도 체육대회 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체육대회를 즐기지 못했던 04년생 새내기들에게 이번 체육대회는 그동안의 한을 풀 기회였다. 이름하여 산왕전, ‘산림대(산림환경대학)의 왕을 가르자!’. 그러나 들뜬 우리에게 돌아
한동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적이 있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제목을 볼 때마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지.”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기분이 태도가 돼, 좋은 기억을 남기기도 해서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찰나의 감정’은 후회스러운 경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찰나의 감정에 대한 좋은 추억이나 후회되는 경험을 써보려고 한다.감정적으로 행
필자는 이번 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하게 된 ‘자취 새내기’이다. 본가를 떠나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정말 많다. 집을 비울 때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집들이로 놀러 온 친구는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등의 사소한 문제부터,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지출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 식비가 얼마나 드는지, 생필품값이 얼마인지 등 비용과 관련한 문제까지 새롭게 배워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바로 ‘빨래’에 대한 것이다. 자취하기 전, 필자에게는 항상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왜 자취하는 이
최근 일명 ‘마약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에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연예계 마약 문제뿐만 아니라 재벌가 마약 사건, 청소년 마약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마약 문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마약 문제는 너무나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필자 또한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조차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국내 마약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 걸까?‘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는 우리나라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에 좋은 수단이다. 통상적인 기준치로 ‘마약 청정국’이란
한자는 우리 생활언어에 생각보다 깊숙이 침투해 있다. 흔히 일상적으로 쓰는 죽(粥), 귤(橘), 조심(操心), 이상(異常) 등은 모두 한자어이다. 우리는 한자어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쓰고 있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익숙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한자는 대체 무엇인가?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잘 모른 채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한자는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쓰이는 문자이다. 한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비추어, 궁극적으로 실현되고자 하는 희망을 담아 ‘이상향(理想鄕)’을 꿈꾼다. 우리는 이상향을 으레 유토피아(Utopi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가 1516년에 라틴어로 출간한 책 제목에서 나온 말로, 어디에도 없는(Ou) 좋은 장소(Eutopia)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이상향은 이 세상에 없는 장소임과 동시에 인류의 궁극적 실현 희망이 담겨있는 중의적인 단어로 이해할 수 있다.1학년 2학기, 교양수업에서 ‘유토피아’에 관해 배우면서 스스로 상상
취미 趣味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1. 당신에게는 이렇다 할 취미 생활이 있는가.사전에 정의된 바와 같이 취미란, 단순히 본 인을 즐겁게 하기 위해 하는 일을 뜻한다. 그것은 현재 생업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도 있으나,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누군가 에게는 취미 생활 자체가 사치 혹은 쓸모없 는 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 나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호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지 속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어떤 시점에 느낀 감정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