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신문 기자들은 방학 중에 고정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에 문외한인 기자에게 ‘보따리’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기자가 지난 방학에 선택한 『영란』은 선배 기자가 남겨놓은 보따리 기획서의 작품이었다. 기자가 다루고 싶은 작품이라기보다는 빨리 기획서를 통과시키기 위해 선택한 작품이라는 뜻이다. 별 감정 없이 기사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던 중,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공선옥(1963~) 작가의 『영란』(2010)은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여읜 엄마이자 아내인 ‘나’가 목포에서 삶의 의미를 찾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숲’(1988년)은 ‘수묵의 현대적 변용’을 선보여온 이철량(1952년)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는 달빛 아래 펼쳐진 숲의 생명감과 밤하늘의 신비로움을 수묵담채로 표현했다. 화면 가득 채운 짙은 먹빛의 숲은 밤하늘의 노란 달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강렬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옅은 농담으로 표현된 밤하늘은 아득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독창적인 수묵 표현이 특징인 이 작품은 현대적 한국화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1980년대 한국화의 풍경이 반영된 작품으로, 작가의 주된 관심과 실험
1988 서울 올림픽은 한국이 보여준 급격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또한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의 대립으로 1980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 LA 올림픽이 반쪽짜리 올림픽이 되며 그 의미를 잃어가던 무렵, 1988 서울 올림픽에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의 국가들이 함께 참가해 냉전 시대의 끝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1988 서울 올림픽은 국내외 모두 큰 의미를 가진 올림픽이었다. 展은 1988 서울 올림픽 전후에 놓인 한국 현대 건축과 디자인 실천들을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발판을 마련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에밀』(1762)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겉보기에 가상의 제자인 에밀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는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교육론이지만 사실은 인간성과 도덕, 자유, 종교, 진리 등의 철학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철학 고전이기도 하다. 이런 묵직한 내용은 현대인에게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소는 철학자이기 전에 작가의 능력을 타고났기에 그의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큰 부담이 없다. 한 편의 소설과 같
인터넷, SNS 등의 디지털 세계는 현대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온·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공간의 특성상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 중 불법촬영 영상 유포의 경우, 피해자의 45.6%가 자살을 생각하고 이 중 19.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피해자의 삶을 파괴한다. 특히 최근 버닝썬, 연예인 불법촬영, n번방 등 디지
3월 1일은 학생들에겐 개학과 개강 하루 전날 또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날, 직장인들에겐 하루 쉴 수 있는 ‘꿀’같은 공휴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약 100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전국에선 태극기가 흩날리며 사람들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조민호(1967~) 감독의 (2019)는 3·1절 100주년을 맞아 개봉됐다. 영화의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가 갇혔던 서대문 형무소의 3평 남짓한 여옥사 제8호실에서 진행된다. 온갖 고문과 핍박이 존재했던 그곳에서도 만세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 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항’하면 아마 인천공항(ICN)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국제 화물 운송량 3위, 세계 국제 여객 운송량 5위로 88개 항공사가 취항하며 52개국, 173개 도시를 연결하는 아시아 허브 공항 중 하나이다. 인천공항의 연간 비행기 운항 편수는 2019년 기준 404,104번이며, 71,169,722명이 이용하였다. 이는 1분당 약 0.76대의 비행기가 운항하며, 135.4명이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항을 여행의 시작점으로 생각하며 설렘을 느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리는 논리학을 왜 배우는가? 누군가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논리학을 배우면 입사 필기시험에 도움이 되고, 면접을 볼 때 말을 잘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이유들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 논리학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서 수사학과 함께 그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면 논리학의 더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는 논리학이 생각의 필수적 기관(器官)이라 보고 그 의미를 담은 『오르가논』이라는 논리학 책을 썼다. 논리학이 생각의 기관이라면,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는 19세기 오원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이 그린 파초와 괴석, 국화, 풀벌레가 한데 어우러져 가을의 풍경을 담아낸 그림이다. 파초는 중국이 원산지인 식물로 한국에는 야생종이 없고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고려시대부터 문인들이 감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 문인들 역시 좋아했던 식물이다. 파초가 애호되었던 이유는 왕유(王維), 회소(懷素), 장재(張載) 고사 등의 역사적·문화적 의미와 함께 문인들을 상징하는 식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파초는 회소 고사에서 자기수양을 게을리 해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 출신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는 (1496), (1501~1504) 등 조각뿐만 아니라 (1534~1541) 등 회화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펼친 예술가였다. 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미켈란젤로의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첫 번째 섹션은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기교가 아닌 그의 생애와 생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해
밴드 ‘혁오(HYUKOH)’의 노래 는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1963~)의 영화 (2004)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다. 에는 멜로디부터 이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미셸 공드리의 색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셸 공드리가 가진 영화적 색깔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날로그적 영상 연출 기법을 사용하여 꿈의 세계를 영상에 담아낸다. 이러한 영상 연출 기법은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대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홍대 앞. 문화와 유흥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속, 조금은 특이한 서점이 자리 잡고 있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 건물에 자리 잡은 신기한 이름의 지하서점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한국 최대 만화 서점’이라 불리는 「북새통문고」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서브컬처(Subculture)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한국 최대의 서브컬처 포인트로 여겨지는 홍대에서도 많은 이들이 방문해 일명 ‘서브컬처의 성지’라는 별명이 있는 「북새통문고」, 이곳은 과연 어떤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물고기와 게를 그린 그림이다. 암수 쌍이나 새끼를 거느린 물고기와 수조, 꽃, 새들이 함께 등장한다. 특히 잉어와 쏘가리가 많이 그려졌는데, 이는 다복, 등용, 화합, 행복 등 길상적 의미를 가져 당시 생활 전반에 깊숙이 퍼져 나갔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는 특성을 지녔기에 다복다산을 의미하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은 사이좋은 부부를 나타내 부부금슬을 뜻하는 그림으로 방 안에 장식되었다.조선 후기 민화에서 어해도가 급증한 것은 당시 시대상과 관련
마지막으로 소개할 박물관 소장품은 근대 한국화단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소림 조석진(趙錫晉, 1853~1920)의 이다. 조석진은 안중식(安中植, 1861~1919)과 함께 조선의 마지막 화원으로 전통화단과 근대화단을 잇는 역할을 하였다. 그는 조정규와 장승업에게 그림을 배웠고 습득한 전통화법은 서화미술회 강습소를 거친 이상범, 김은호, 노수현 등 후학들에게 계승되었다. 조석진의 어해도는 대상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서 정확성에 더욱 몰두하여, 특히 물고기 비늘의 경우 꼼꼼하고 날카로운 필선들로 이루어져
다음으로는 조선 시대 어해도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임전 조정규(趙廷奎, 1791~?)의 이다. 조정규는 전형적인 남종화풍과 참신한 이색화풍으로 특히 산수, 인물, 어해를 잘 그렸다. 그의 어해도는 조선 후기의 대가 장한종(張漢宗)의 원체화적(院體畵的) 기법을 발전시켜 물 밖의 물고기와 게를 그린 것이 특징이다. 이 화풍은 손자 조석진(趙錫晉)에게 계승되어 근대의 전통화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품 처럼 대부분 화훼와 수지를 곁들여 수륙 양쪽을 한 화면에 나타냈고, 어족들은 그 크기
“처음에 나는 로자 아줌마가 매월 받는 우편환 때문에 나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중략) 누군가가 나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중략) 나는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아랍 꼬마 ‘모모’는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유대인 아줌마 ‘로자’와 살고 있다. 95킬로그램이라는 몸무게를 이끌고. 2층부터 층을 세는 프랑스식으로 6층, 우리 식으로 7층의 계단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일이 65세의 아줌마에게는 녹록지 않다. 그런 아줌마에게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달려있다. 모모를 포함하
야구 팬들에게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독특한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꼽곤 한다. 1982년부터 1984년까지, 겨우 3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삼미 슈퍼스타즈는 특유의 슈퍼맨 마스코트와 B급 감성 넘치는 팀 이름, 그리고 좀 다른 의미로 ‘전설적’이었던 성적 덕에 연고지였던 인천의 야구 팬들에게는 일종의 애증에 가까운 존재로 추억되고 있다.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또 어떤 때에는 프로야구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던 삼미 슈퍼스타즈에게는 어딘가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박민규(1968~) 작가의
“전하, 우선 남한산성으로 들어가심이 마땅한 줄 아뢰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러는 수밖에 없는 줄 압니다” -김훈, 『남한산성』(1979) 中위 구절은 조선시대의 병자호란이 일어난 시기의 일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소설의 한 구절이다. 이 소설의 구절로 미루어보아 당시 남한산성은 전쟁 시 사람들에게 안전한 대피처가 되어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성(城), 즉 성곽(城廓)이란 적의 습격이나 자연재해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것으로 성벽(城壁)뿐만 아니라, 성문(城門)과 적의 침입 시 공격과 방어를 위한 여러 부대시설까지
20세기의 홍콩은 혼란기였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Chris Patten, 1944~)의 임기를 끝으로 1997년 7월 1일 중국령 홍콩 특별행정구가 되었다. 이로 인해 영국과 중국이 혼재된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세기말의 혼란과 불안이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 이 시기 홍콩에서 활동을 시작한 왕가위(王家衛, 1958~) 감독은 당시 방황하는 청춘들의 불완전한 사랑을 특유의 영상미로 표현해 (1990), (1997), (1994)과 같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도 이제 상투적 단어가 된 지 오래다. 그 배경에는 우리 선조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인은 이러한 뛰어난 성장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이러한 자부심은 자칫 객관성이 결여된 감상에만 머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제삼자인 외국인에게 평가받고자 한다. 손흥민, 방탄소년단 등 우리나라 유명인들에 대한 해외반응을 궁금해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展은 1906년부터 약 100년 동안 세계적인 사진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찍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