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으로 잘 알려진 이 노래는 뮤지컬 (2005)의 ‘This is the moment’라는 삽입곡의 가사다. 지킬이 내면의 악마인 하이드를 소멸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실험을 하는 장면의 이 노래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고, 불러봤을 것이다. 우리 곁에 친숙한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뮤지컬. 이러한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었을까? 뮤지컬의 기원과 역사뮤지컬의 성지인 미국의 브로드웨이(Broadway)에서 뮤지컬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뮤지컬의 시초는 유럽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19세기 말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는 독자적인 예술관을 보여준 이승택의 60여 년 작품세계를 조망해보는 회고전이었다. 마침 홍익대학교 박물관에서도 이승택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작업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승택의 작품은 크게 비조각이라는 특징으로 일컬어진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승택의 재료에 대한 탐색과 연구는 그의 작품이 하나의 재료에 국한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일조했다. 그는 유리와 비닐, 철사,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2016)는 다양한 문헌들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존재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제목에는 상상 동물이라는 친근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동물을 넘어선 요괴와 괴물 등을 포함한 각종 존재들의 총집합으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의 환상이 만들어낸 지극히 기묘한 존재들”(p.5)을 담은 보르헤스의 마술과 같은 상상 동물원에 전시된 환상의 존재들이다. 이 상상의 존재들은 매혹적이면서도 기묘하다. 각 나라의 문헌 속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존재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살면서 한 번쯤 “영화 같은 사랑”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흔히 파란만장한 역경의 시간을 이겨내고 사랑의 열매를 맺거나, 이뤄질 수 없던 사랑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이렇게 사랑을 표현한다. 연인이 되고 싶은, 현재 연인인, 그리고 연인이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러한 사랑을 꿈꿀 것이다. 특히 새로운 사랑을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사랑이 더더욱 동경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영화 같은 사랑’을 소재로 한 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6)는 전쟁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19
우리가 일상적으로 비춰보는 거울, 하지만 고대에는 신이 내린 신물(神物)이자 신의 뜻을 알려주는 매개체였다. 보통 거울의 앞면은 물체를 비추거나 빛을 반사하도록 아무 문양 없는 민면이지만, 뒷면에는 다양한 문양이나 글씨 등을 장식하였다. 이러한 뒷면의 여러 장식문양을 기준으로 거울의 명칭이 붙여지고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사상이나 신앙의 영향을 받아 특정 문양과 명문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또한, 인간이 죽은 후 무덤에 묻히는 부장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대학 박물관 소장품은 서기 1세기 후한대 들어 처음 등장한
사람들은 현실에서 겪는 공포와 불안을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표출하고 가상의 세계를 창조한다. 디스토피아 작품 역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불안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방식을 통해 미래사회를 그려내며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디스토피아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는 뜻을 가진 유토피아의 반대말이기 때문에, 디스토피아 작품 속 세계를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를 것이다. 디스토피아 역시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세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디스토피아 작품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며 아마 가장 이상적인 삶은 ‘할머니가 되어서까지도 그림을 그리는 것’일 것이다. 작가의 삶과 함께 그림도 무르익는 것을 볼 수 있기에 그것이 그만큼 가치 있게 여겨진다. 이런 삶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존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뉴욕의 여성 카투니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라즈 채스트(Roz Chast, 1954~)이다. 라즈 채스트는 1978년부터 뉴욕커(The New Yorker) 카툰(Cartoon)을 통해 그녀의 풍자가 담긴 탁월한 유머감각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 거기에 더해 재치가 담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한강에 모여 보글보글 탄산이 올라오는 황금빛의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는 상상은 온몸에 짜릿한 기분을 안겨준다. 쌉싸름하고 톡 쏘는 맛과 구름 같은 거품을 자랑하는 맥주는 전 세계에서 물과 차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라고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대중적인 맥주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알코올 음료라는 사실을 아는가? 몇몇 역사학자들은 인류가 수렵과 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던 촉매제가 곡물과 물이 적절히 배합된 음료, 즉 ‘맥주’의 탄생
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입가에도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 반면 슬픈 상황에서 애써 웃음을 짓는 사람을 보면 같은 웃음이라도 가슴이 저릿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웃음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 유에민쥔(岳敏君, 1962~)은 웃음의 특성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입을 크게 벌리며 과장된 웃음을 짓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짓는 웃음은 행복한 웃음보다는 자조적인 웃음, 세상을 향한 절망의 웃음처럼 보인다. 展은 웃음을 그리
누구나 한 번쯤 지금 이 순간을 봄이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연인이 생겼을 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을 때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봄이 오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조근현 감독의 (2014)은 베트남 파병으로 남편을 잃은 ‘민경’과 병으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준구’, 그리고 그런 준구를 바라보는 ‘정숙’ 등 시련과 고난을 겪는 인물들을 내세운다. 그리고 이들이 ‘조각’이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는 과
‘광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만남의 광장, 열린 광장, 뉴스 광장 등, 광장은 친숙한 단어다. 특히 2016년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던 촛불시위는 사람들에게 광장이 익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광장이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기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그리고 지금의 광장은 어떤 모습일까? 광장은 개방된 장소로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일컫는다. 광장은 정치집회, 종교행사, 문화축제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발달해왔다. 광장의 기원은 기원전 8
홍대신문 기자들은 방학 중에 고정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에 문외한인 기자에게 ‘보따리’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기자가 지난 방학에 선택한 『영란』은 선배 기자가 남겨놓은 보따리 기획서의 작품이었다. 기자가 다루고 싶은 작품이라기보다는 빨리 기획서를 통과시키기 위해 선택한 작품이라는 뜻이다. 별 감정 없이 기사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던 중,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공선옥(1963~) 작가의 『영란』(2010)은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여읜 엄마이자 아내인 ‘나’가 목포에서 삶의 의미를 찾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숲’(1988년)은 ‘수묵의 현대적 변용’을 선보여온 이철량(1952년)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는 달빛 아래 펼쳐진 숲의 생명감과 밤하늘의 신비로움을 수묵담채로 표현했다. 화면 가득 채운 짙은 먹빛의 숲은 밤하늘의 노란 달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강렬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옅은 농담으로 표현된 밤하늘은 아득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독창적인 수묵 표현이 특징인 이 작품은 현대적 한국화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1980년대 한국화의 풍경이 반영된 작품으로, 작가의 주된 관심과 실험
1988 서울 올림픽은 한국이 보여준 급격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또한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의 대립으로 1980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 LA 올림픽이 반쪽짜리 올림픽이 되며 그 의미를 잃어가던 무렵, 1988 서울 올림픽에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의 국가들이 함께 참가해 냉전 시대의 끝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1988 서울 올림픽은 국내외 모두 큰 의미를 가진 올림픽이었다. 展은 1988 서울 올림픽 전후에 놓인 한국 현대 건축과 디자인 실천들을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발판을 마련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에밀』(1762)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겉보기에 가상의 제자인 에밀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는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교육론이지만 사실은 인간성과 도덕, 자유, 종교, 진리 등의 철학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철학 고전이기도 하다. 이런 묵직한 내용은 현대인에게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소는 철학자이기 전에 작가의 능력을 타고났기에 그의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큰 부담이 없다. 한 편의 소설과 같
인터넷, SNS 등의 디지털 세계는 현대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온·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공간의 특성상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 중 불법촬영 영상 유포의 경우, 피해자의 45.6%가 자살을 생각하고 이 중 19.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피해자의 삶을 파괴한다. 특히 최근 버닝썬, 연예인 불법촬영, n번방 등 디지
3월 1일은 학생들에겐 개학과 개강 하루 전날 또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날, 직장인들에겐 하루 쉴 수 있는 ‘꿀’같은 공휴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약 100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전국에선 태극기가 흩날리며 사람들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조민호(1967~) 감독의 (2019)는 3·1절 100주년을 맞아 개봉됐다. 영화의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가 갇혔던 서대문 형무소의 3평 남짓한 여옥사 제8호실에서 진행된다. 온갖 고문과 핍박이 존재했던 그곳에서도 만세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 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항’하면 아마 인천공항(ICN)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국제 화물 운송량 3위, 세계 국제 여객 운송량 5위로 88개 항공사가 취항하며 52개국, 173개 도시를 연결하는 아시아 허브 공항 중 하나이다. 인천공항의 연간 비행기 운항 편수는 2019년 기준 404,104번이며, 71,169,722명이 이용하였다. 이는 1분당 약 0.76대의 비행기가 운항하며, 135.4명이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항을 여행의 시작점으로 생각하며 설렘을 느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리는 논리학을 왜 배우는가? 누군가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논리학을 배우면 입사 필기시험에 도움이 되고, 면접을 볼 때 말을 잘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이유들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 논리학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서 수사학과 함께 그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면 논리학의 더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는 논리학이 생각의 필수적 기관(器官)이라 보고 그 의미를 담은 『오르가논』이라는 논리학 책을 썼다. 논리학이 생각의 기관이라면,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는 19세기 오원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이 그린 파초와 괴석, 국화, 풀벌레가 한데 어우러져 가을의 풍경을 담아낸 그림이다. 파초는 중국이 원산지인 식물로 한국에는 야생종이 없고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고려시대부터 문인들이 감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 문인들 역시 좋아했던 식물이다. 파초가 애호되었던 이유는 왕유(王維), 회소(懷素), 장재(張載) 고사 등의 역사적·문화적 의미와 함께 문인들을 상징하는 식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파초는 회소 고사에서 자기수양을 게을리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