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은 책을 꽂는 시렁인 책가(冊架) 위에 선비들의 애장물인 책과 문방기물, 그리고 길상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학덕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문인의 바람과 삶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 볼 것 중 하나는 책가의 층과 칸의 간격이 비대칭이고 일정하지 않은 점이다. 이러한 책가의 형태는 기존의 책가도와는 큰 차이점을 갖는다. 또한, 조선 후기에 유입된 서양화법의 영향을 받아 명암법, 원근
치지지지…, 파사삭! 튀김을 튀기는 소리와 냄새, 잘 튀겨진 튀김의 먹음직스러운 색깔, 그리고 튀김을 입에 넣고 씹을 때의 식감과 고소함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치느님(치킨)은 항상 옳다’ 등 우리는 튀김 요리에 대한 예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튀김은 하나의 별미로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요리가 되었다. 튀김의 뛰어난 맛 뒤에는 흥미로운 탄생 배경이 있다.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이고 튀김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인싸가 선택한 00’, ‘인싸 되는 00’…. 최근 대중매체에서 많이 보이는 표현이다. 사방에서 ‘인싸’가 되라고 압박하는 것 같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집단에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이른다. 이들은 각종 모임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목의 대상이 된다. 한편 이들의 반대 축에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인 ‘아싸’가 있다. 집단과 어울리지 않는, 혹은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는 대개 놀림의 대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싸가 되는 것까지는 포기하더라도 아싸는 피하고 싶어 한다. 단체 활
2018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프레디 머큐리의 명대사인 ‘올-라잇!’ 열풍 속에 있었다. 이 영향으로 여러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프레디 머큐리를 흉내 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음악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많은 관객에게 오래 사랑을 받은 〈Begin Again(비긴 어게인)〉(존 카니 감독, 2013), 첫사랑의 풋풋함과 음악을 잘 버무린 〈Sing Street(싱 스트리트)〉(존 카니 감독, 2016) 등 여러 음악영화가 극장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음악영화들이 오래 사랑받는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는 ‘효제문자도’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문자도(文字圖)’란 한자 의미 그대로 글자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며, 조선시대의 문자도는 민화의 한 분류로서 선명한 채색 안료와 익살스러운 그림체를 통해 조선후기 민화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상형문자인 한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글자를 시각화한 문자도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주로 수(壽), 복(福)자가 그려졌으나, 조선의 문자도는 유교 윤리적 소재를 활용하여 조선의 정서에 맞게 변형‧발전되었다. 본관 소장 의 각 폭의 상단에는 화제(畫
큰 화면을 가득 채운 사람, 개, 천사 등 만화같이 역동적인 오브제들. 그라피티 아티스트 키스해링(Keith Haring, 1958~1990)의 그림은 지금도 엽서부터 각휴지까지 많은 기성품들의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작업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한 그는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소망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번 전시에서는 키스 해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아이콘 시리즈부터 드로잉, 판화, 조각, 포스터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
어린 시절 동네 문방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액체 괴물을 기억하는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독자들은 아마도 일명 ‘액체 괴물’이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 추억이 있을 것이다. 물컹하고 투명하며,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던 신기한 그 장난감의 이름은 바로 ‘슬라임(Slime)’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으로만 여겨졌던 슬라임은 최근 염료를 통한 화려한 색감과 글리터 등의 재료와 만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슬라임의 열풍에는 환경이나 안전성 논란 또한 존재한다. 그럼
‘곧 비행기가 착륙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제법 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1월의 마지막 날, 기자는 기자의 고향이자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섬 제주에 발을 디뎠다. 방학에도 계속되는 신문사 일과 아르바이트, 인간관계에서의 미묘한 마찰에 질리려던 찰나였다. 『깊은 숨을 쉴 때마다』(1994)의 화자인 ‘나’도 그러했다. ‘나’는 독일로 출장을 간다는 핑계로 잠시 일상을 떠나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기 위해 제주로 떠난다. ‘나’처럼 우울한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희망을 얻고 오리라. 공항 밖으로 나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고 친목을 다지며 학문 교류를 위한 목적으로 결성한 계회(契會)는 주로 70세 이상의 덕망이 높고 관직 품계가 2품 이상인 원로 문인들로 구성된 기로회(耆老會) 및 기영회(耆英會)와 동료 혹은 동년배끼리 조직한 일반 계회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모임에 참석할 수 있기에 폐쇄적이며, 후자는 이보다 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계’는 단체를 의미하나, 단순한 공동체라기보다 이익 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계회는 조선 이후 기로소(耆老所)라는 관청이 설치되면서 나라에서 주관하는 공식 행사
『열두 발자국』은 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정재승 교수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강연 중 가장 흥미로운 12편을 묶어 만든 책이다. 이 책은 다양한 과학적 연구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인용하면서 1부는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내용, 2부는 급변하는 미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정재승 교수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뇌 과학 지식을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누구나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안하고 있어, 과학자가 쓴 책이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 있
“왜 우린 창공의 불꽃에 접근할 수 없을까? 혹시 죽음이 우리를 별로 데려가는 걸까? 늙어서 편안히 죽으면 저기까지 걸어서 가는 거야.”- 빈센트 반 고흐, 영화 中 소용돌이치는 푸른 밤하늘과 그에 이끌린 듯 흔들리는 청록색의 나무. 그 위를 수놓은 노란 별과 달.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86~1888)의 이다. 빈센트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화가이다. 그는 과 같이 현대에 이르러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다수 남겼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압박에 시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 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중략…) "앞으로 십 킬로 남았군요""예, 한 삼십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순천에 도착하기 전, 삼십분 남짓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흐르는 시간과 기차에 몸을 맡기니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였다. 오랜만에 탄 기차에 삼십분 정도밖에 머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꽤나 야속했다. 흐르는 기차와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지루한 수업, 버거운 기사 마감, 지속되는 스트레스 그리고 소소한 행복…. 기자의 일상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비하고 있는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영화가 시각적이면서도 청각적인 매체일 뿐 아니라, 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을 집단적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막강한 전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영화인들은 이러한 영화의 특징을 앞세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사회고발 영화를 제작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회고발 영화들이 국민들의 호평을 받았고, 실제로 그 중 몇 작품은 법 제정이나 사회 인식 변화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1989)에서 인어공주 에어리얼은 육지에서의 첫 식사 자리에서 포크로 머리를 빗는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인물들의 우스꽝스럽던 표정이 떠오른다. 식기가 소중한 줄 몰랐다, 포크 너도.포크(fork)의 어원은 ‘갈퀴’란 뜻의 라틴어 ‘furca’이다. 그의 생김새를 생각하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어원이지만, 우리 모두가 갈퀴로 무언가를 떠서 입에 넣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 다소 께름칙하기도 하다. 한편 포크는 현재 우리 인류에게 무엇보다
2018년 홍익대학교 박물관 특별기획전 가 11월 14일 수요일부터 진행 중이다. 조선 시대에 제작된 목판부터 안상수체를 만든 안상수 작가의 작품까지 박물관 소장품 총 23점이 주축이 되어 우리학교 미술대학 교수와 출신 작가의 작품이 ‘문자’와 ‘기호’라는 주제 아래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이번 전시에 나온 소장품을 차례로 소개하자면 먼저 민속품은 , , , 이 있다. 민속품은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되었기에 ‘수(壽)’, ‘복(福)’ 등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문자가 새
내리쬐는 햇볕에 기자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창밖은 8월의 무덥고 찝찝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이야 그 더운 공기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지만, 기자가 경주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여름은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뽐내고 있었다. 경주로 떠난 여행은 오랜만에 가는 가족 여행이었다. 짐을 한가득 싣고 올라탄 차에서 ‘여행’이라는 말이 주는 오묘한 설렘에 다들 마음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기자는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계속되는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나섰던 여행길이었기에 가족들은 모두 피곤한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어야 이이제” 과거 상여를 메고 장지(葬地)에 사자(死者)를 묻으러 갈 때 상여꾼들이 부르던 장송곡의 한 소절이다. 친인척들은 구슬픈 장송곡 가락을 들으며 장지로 올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이후 그의 마지막을 기념한 장지는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된다. 그 곳이 바로 무덤이다. 인간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에 무덤 또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언젠가 내가 돌아갈 자리인 무덤이 인간사(人間事)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담론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현대 사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자에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페미니스트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책들은 현대에 여전히 남아있는 성 고정관념을 형상화한 것으로 남성 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장면으로 묘사한다. 다음의 세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견의 실태를 알아보자. 현대 사회 속 고정관념에 입각한 가부장제의 잔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82
PRADA(프라다), LOUIS VUITTON(루이비통), CHANEL(샤넬) 등 듣기만 해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다수의 해외 유명 브랜드와 작업하는 패션 아티스트가 있다. 호주 태생의 작가인 메간 헤스(Megan Hess)는 처음엔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08)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맡았다. 대중들이 작품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그녀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후 메간 헤스는 유명 브랜드와 협약 하였으며 미셸 오바마의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평론가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없이 앙드레 바쟁(Andre Bazin, 1918~1958)을 꼽을 것이다. “현재 가장 위대한 평론가...”. 바쟁의 사후 작성된 에릭 로메르(Eric Rohmer)의 추도문( 1959년 1월호)에 적힌 이 구절의 타당성을 의심하는 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의 창립자들 중 한 명이자 이 영화 잡지의 정신적 지주로서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세대의 아버지 노릇을 했던 바쟁만큼 거대한 족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