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소련의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태어난 페터 바이벨(Peter Weibel, 1944~2023)의 어린 시절은 오스트리아 내 미군 캠프의 난민 이었다. 이후 그는 빈 대학교(University of Vienna)에서 의학과 수리논리학을 전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1960년대부터 미디어 아트 분야 작업에 발을 들인다. 그는 미디어 아트 작업과 동시에 큐레이터, 이론가, 기획자, 교육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1999년부터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 미디어 센터(ZKM)의 센터장 및 CEO를 맡아 ZKM을 세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1970년 11월 13일, 스물세 살 청년이 자기 몸에 불을 붙이며 외친 말이다. 《30+1: 떠오르도록》 展은 노동환경에서의 인간 존중과 인간 해방을 위해 희생한 전태일 열사를 기념한다. 그리고 연대로 만드는 사랑과 평화가 멈추지 않고 ‘떠오르도록’ 전태일 기념관에서 특별전시를 열었다.전태일 기념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첫 번째 공간은 ‘연대를 잇는 연대’이다. 이곳에서는 ‘전태일 정신의 확장과
앙드레 브라질리에(Andre Brasilier, 1929~)는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프랑스의 화가이다.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불길에 휩싸인 덩케르크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그린 것이 그의 첫 작품이다. 브라질리에는 1949년부터 프랑스 최고 예술 학교인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23세에는 루이 14세가 제정한 400년 역사의 ‘프리 드 롬 예술상(Prix de Rome de Peinture)’을 수상했다. 또한 유명 화가인 드랭, 블라맹크, 샤갈 등과 예술적인 교류를 한 화
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에서 긴 역사·전통을 보유한 명문 가문이다. 루돌프 1세(Rudolf I, 1218~1291)가 신성 로마 제국의 왕으로 선출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카를 1세(Karl I, 1887~1922)까지 600년 동안 오스트리아를 통치했다. 600년 동안 합스부르크 왕가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일구어냈고, 그 결과는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등 바로크 시기 거장들의 작품은 감상자로 하여금 감탄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 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 바탕의 짧은 꿈” 흔히들 생각하는 복수극의 한 장면은 끔찍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총칼을 빼 드는 섬뜩한 사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자기 자식을 버리고, 원수의 집에서 이십 년을 지낸 남자가 있다. 연극의 주인공, ‘정영’의 이야기이다. 2015년 국내 초연된 연극 은 2019년 관객이 뽑은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4년여 만에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일 겁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두 번째 작품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오만과 편견』(1813)의 첫 대사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인 만큼 영화나 드라마 등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여기, 그 무수히 많은 작품들 중 단연코 가장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연극이 하나 있다. 바로 연극 이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정밀한 인물 묘사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제인 오스
‘춤추는 낱말’, 이곳에는 그저 하나의 ‘시’만이 존재한다. 시(詩)란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 작품, 동시에 언어의 울림이자 음악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시가 마음껏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한다. 결국, 시는 예술가의 작품과 하나가 되어 공간을 날아다닌다. 작품으로서 날아오른 시는 공간 속을 유영하고 시어가 품은 미묘한 정서와 다양한 사유는 우리 생각을 확장한다. 나아가 집단적인 (무)의식과 감각, 생동하는 힘을 만든다. 이번 전시 展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의제인 ‘시(Poetry)’를
사진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찰나의 ‘결정적 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서는 20세기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이 바라본 세상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단지 그의 작품만을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해 평생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포착한다. 이는 붓과 물감 등을 이용해 작가의 의도를 전하는 그림과 차이가 있다. 오늘날에는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하면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사진으로 재현되는 현대 문명은 어떠할까? 이번 전시의 작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b. 1955~)는 원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장면으로 구축하여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순수한 조형 요소로 표현하는 추상 회화나 단순함을 통해 미(美)를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등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展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관객의 온 감각을 자극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도록 돕는다. 전시는 현실 속에서 물밀듯 터져 나오는 정보들에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쉼을 선물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잠시 일상으로부터 ‘LOGOUT’(로그아웃) 하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향기, 노래, 빛 등 감각적인 요소들이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당신을
공예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본디 대지를 이루고 있던 것에서 비롯됐다. 나무, 흙, 광물 등 살아 숨 쉬는 대지가 낳은 재료들을 인간이 다듬고 연마했고, 비로소 이들이 실생활에 사용하는 ‘사물’인 공예품이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기획전 展은 일상 속 편리한 도구로만 치부되던 공예품들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전시는 지난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에서 선보였던 주제 안에서 전시 작가와 작품을 문화역서울284 공간에 맞춰 새롭게
‘이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가능케 하는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권리이다. 특히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은 이동이 가진 영향력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라고 믿었던 ‘이동’이 우리의 삶,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며 이동의 구조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물리적 이동뿐만 아닌 정보의 이동, 행위로서의 이동, 계급의 이동 등 다양한 개념의 이동을 다룬다. 해당 전시에 참여한 총 8명(팀)의 작가들은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마주한 웅장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샹들리에는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당황한 관객은 동선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짙은 수염을 가진 강렬한 인상의 작가와 눈이 마주친다. 벽면의 거대한 사진에서 작가는 카메라 플래시를 매섭게 응시하고 있다. 전시장 곳곳은 그의 매서운 눈매와 그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벽 없이 곳곳에 늘어놓듯 전시된 그림, 사진, 도자기, 조각, 벽지에 이르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자유분방하다. 작품에 한 발짝 다가가 들여다보니 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더욱 독특하다. 중국의
오래된 것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 필히 세월의 더께에 쌓여 층층이 더해지는 것이라면 고전의 미학이란 단순히 오래전 조상의 지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그것을 공들여 보관해 온 이의 정성에서 찾은 아름다움은 나날이 빛을 받지만, 바래지 않는다. 이는 유리관 속에 박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이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욕심 내려 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40년의 세월 동안 고고히 머무는 이곳은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이홍근실 205호이다. 여러 기증관을 지나 2층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무한히 이어지는 푸른 점들, 그리고 그 점들이 빚어내는 심연은 관객을 캔버스라는 우주에 빠져들게 만든다.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 1913~1974)는 자연과 민족의 정서를 서정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추상예술로 그려낸 한국의 대표 화가이다. 환기미술관 기획전 展은 김환기가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광범위한 예술의 범주에 도전을 거듭했던 시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색채와 조형에 대한 연구 끝에 궁극적으로 김환기 예술의 정수인 ‘전면점화’에 이르기까지 김환기의 예술에 대한 고심과 모색이 전시를 통해 드러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짙은 어둠 속, 희미하게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몇 발자국을 걸으면 기이하게 빛을 발하는 신비로운 공간이 나온다. 전시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낯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은 ‘낯섦’에 흠뻑 빠져든다. 관객을 전시에 몰입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이머시브(immersive) 전시인 展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공간지각 등 오감을 통해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영국의 유명
빛은 여러 학문에서 볼 수 있는 탐구 소재다. 물리 분야에서는 입자냐 파동이냐 논쟁이 있었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빛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고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문학에서는 빛을 희망, 동경의 대상 등으로 비유한다. 시기에 따라 네 섹션으로 구성된 展은 예술적 관점에서 빛을 포착하고 탐구한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Alice Dalton Brown, 1939~)의 작품들을 보여준다.첫 번째 섹션은 ‘빛과 그림자’이다.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로 구성된 해당 섹션에서는 신임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김홍도(1745~1806?), 신윤복(1758~?)부터 이중섭(1916~1956), 백남준(1932~2006)까지. 한국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거장들의 이름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한 시대에 국한되는 배경과 화풍이 아니라 전통을 상기하거나 자신의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수많은 걸작을 세상에 내보냈다. 본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이 ‘전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작품에담아냈는지 보여주며 역사적 맥락과 담론을 살핀다. 전시를 통해 시대를 연결하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입체주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뛰어난 데생화가이자 판화가, 조각가이기도 했다. 은 회화, 조각, 판화, 도자기 등 피카소 예술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회고전이다. 해당 전시에서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총 110여 점의 작품이 연대기적 테마로 구성돼 관람객들은 작가의 일생을 따라가며 작품을 볼 수 있다.첫 번째 섹션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혁명의 시대’에서는 피카소의 초기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명언이라고 알고 있는 글귀이다. 하지만 이 글귀는 실제로 앤디 워홀이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앤디 워홀은 ‘상업 미술’로 역대 가장 많은 돈을 번 미술가 중 한 명이자 미술의 인식을 바꾼 팝 아트의 거장이다. 팝 아트란 대중예술을 의미하는 ‘파퓰러 아트(Popular Art)’ 의 줄임말로 간단한 구성과 색채를 사용해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표현한 미술 장르다. 앤디 워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