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다. 방 안이 환하다. 손을 뻗어 휴대 전화를 찾는다. 몇 분을 누워 있다가 씻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기숙사 밖으로 나선다. 똑같은 수업을 듣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하루를 끝낸 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우리의 일상은 ‘해야 하는 것’들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흘러간다. 반복되는 ‘해야 하는 것’들을 처리하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권태감을 느낀다.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지친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와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올해 여름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인간은 공존을 택했다. 하지만 이 두 요소의 공존 이전에 수많은 분열이 사회를 휩쓸었다. 사회 내에 존재하고 있지만, 일원이 되지 못하는 ‘비가시적 빈민’들의 삶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났다. 그들은 이전까지 내가 볼 수 없었던, 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상적 삶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화되는 존재다. 한국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폐쇄 병동에서 발생한 점과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던 청도병원 시설 낙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라는 그들의 진짜 적과, 그들 ‘무리’가 맺는 관계의 성격을 생각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으며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자유와 해방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에 압도되곤 한다. 죽음에 대한 초연함보다는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인간의 본능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죽는 순간 고통은 없는 것인지, 죽고 난 이후 우리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일본의 문학을 접하고 나서 더 심화됐다. 이유는 일본 문학에서 자살이 꽤 빈번하게 등
영화 (2022)를 본 적 있는가? 이는 고교 농구를 그린 만화 원작의 영화로, 최근 불어온 농구 열풍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슬램덩크가 가져온 이 농구 열풍에 살짝 올라타, 우리가 꿈의 경기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선배, 우리도 체육대회 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체육대회를 즐기지 못했던 04년생 새내기들에게 이번 체육대회는 그동안의 한을 풀 기회였다. 이름하여 산왕전, ‘산림대(산림환경대학)의 왕을 가르자!’. 그러나 들뜬 우리에게 돌아
한동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적이 있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제목을 볼 때마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지.”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기분이 태도가 돼, 좋은 기억을 남기기도 해서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찰나의 감정’은 후회스러운 경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찰나의 감정에 대한 좋은 추억이나 후회되는 경험을 써보려고 한다.감정적으로 행
필자는 이번 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하게 된 ‘자취 새내기’이다. 본가를 떠나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정말 많다. 집을 비울 때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집들이로 놀러 온 친구는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등의 사소한 문제부터,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지출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 식비가 얼마나 드는지, 생필품값이 얼마인지 등 비용과 관련한 문제까지 새롭게 배워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바로 ‘빨래’에 대한 것이다. 자취하기 전, 필자에게는 항상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왜 자취하는 이
최근 일명 ‘마약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에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연예계 마약 문제뿐만 아니라 재벌가 마약 사건, 청소년 마약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마약 문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마약 문제는 너무나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필자 또한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조차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국내 마약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 걸까?‘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는 우리나라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에 좋은 수단이다. 통상적인 기준치로 ‘마약 청정국’이란
한자는 우리 생활언어에 생각보다 깊숙이 침투해 있다. 흔히 일상적으로 쓰는 죽(粥), 귤(橘), 조심(操心), 이상(異常) 등은 모두 한자어이다. 우리는 한자어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쓰고 있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익숙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한자는 대체 무엇인가?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잘 모른 채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한자는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쓰이는 문자이다. 한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비추어, 궁극적으로 실현되고자 하는 희망을 담아 ‘이상향(理想鄕)’을 꿈꾼다. 우리는 이상향을 으레 유토피아(Utopi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가 1516년에 라틴어로 출간한 책 제목에서 나온 말로, 어디에도 없는(Ou) 좋은 장소(Eutopia)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이상향은 이 세상에 없는 장소임과 동시에 인류의 궁극적 실현 희망이 담겨있는 중의적인 단어로 이해할 수 있다.1학년 2학기, 교양수업에서 ‘유토피아’에 관해 배우면서 스스로 상상
취미 趣味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1. 당신에게는 이렇다 할 취미 생활이 있는가.사전에 정의된 바와 같이 취미란, 단순히 본 인을 즐겁게 하기 위해 하는 일을 뜻한다. 그것은 현재 생업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도 있으나,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누군가 에게는 취미 생활 자체가 사치 혹은 쓸모없 는 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 나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호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지 속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어떤 시점에 느낀 감정이든지(
글을 쓰기에 앞서 ‘행복’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 찾아보았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한다. 사람은 대개 이러한 행복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각자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다양하기에 자신이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냥 어리기만 했던 시절에는 누가 봐도 크게 행복할 일에만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지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나를 웃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나를 눈부시도록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더라도
“사이공은 왜 잠 못 이루나, 왜 저 여자는 오렌지 향 날까. 베트남, 너는 대답이 없구나.”위는 뮤지컬 의 미군 병사 ‘크리스’가 부르는 넘버 의 구절이다. 은 브로드웨이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이다. 크리스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파병을 오게 됐는데, 파병 생활 중 베트남의 한 클럽에서 바걸로 일하고 있는 ‘킴’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며, 크리스는 킴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에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위의 노래를 부른다.사랑에 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