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출구를 찾아 나선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미정’. 미정은 자신이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찬 적도,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사랑으로 가득 찬 적도 없다고. 이전에 만났던 남자는 그녀를 가득 채워 주긴커녕 그녀에게 돈을 빌리고 잠적한 상황. 그녀는 이 답답한 상황을 뚫고 나가기 위해 ‘해방일지’를 쓰기 시작한다. 첫 장의 제목은 ‘좋기만 한 사람’. 기자는 그녀의 해방일지를 따라 길을 나섰다.경기도 외곽, 산포시에 사는 미정의 출퇴근길은 고달프다. 아침 7시부터 집을 나서 노란
어느 독자님께안녕하세요, 독자님. 이은서입니다.그동안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으며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화창한 봄입니다. 따뜻한 계절을 맞으며 독자님께 저의 온기를 담아 편지 한 편을 보내게 되었습니다.편지를 써 보는 것이 여간 오랜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온라인 메신저로 빠르고 간편하게 할 말을 전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고,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진중한 소통 방법이 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한 자 한 자 말을 골라 담아 편지를 쓰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낯부끄러운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하
“시간의 법칙은 견고하다. 앞으로만 흐르며 절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기억이다.” 드라마 (MBC)의 주인공 ‘이정훈’은 기억을,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말했다. 이처럼 기억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이번 COS에서는 기억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을 살펴보며, 나에게 기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기억을 왜곡하다] 영화
이승조(李承祚, 1941~ 1990)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1960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였다. 이승조가 미술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 초 한국 미술계에는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 앵포르멜 경향이 팽배하였다. 앵포르멜 회화에 대한 획일적인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 이승조는 1962년 서승원, 최명영, 권영우 등의 홍익대학교 60학번 동급생 8명과 함께 그룹 ‘오리진(Origin)’을 결성하였다. ‘오리진’은 1967년 ‘무동인(ZERO GROUP)’, ‘신전동인(新展同人)’ 작가들과 함께 《한국청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일본군은 동아시아 최강의 무위(武威)를 자랑하는 군대였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시작된 일본제국의 근대적 군대 육성 정책이 급속도로 효과를 거두어 ◇청일수호조규 체결 ◇대만 침공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 체결 ◇갑신정변 ◇청일전쟁 승리 ◇대만 점령 ◇러일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의 패자가 된 일본제국은 결국 강제적인 국권 피탈을 통해 대한제국을 멸망시키고 식민지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런데 이와 같이 일본군의 승리로 점철된 행보의 이면에는, 비합리적
상상 속 동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서양 문화권에서는 유니콘, 켄타우로스, 페가수스 등을 떠올릴 것이며, 동양 문화권에서는 봉황, 해태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서로 다른 동서양의 문화권에서도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동물이 하나 있다. 바로 ‘용’ 이다. 이번 오색찬란에서는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동양에서 바라본 용]중국의 문헌『광아(廣雅)』에서는 용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용(龍)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정신 이상자’라고 취급하며 정신과에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신질환 환자를 ‘이상하거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정신과 질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점차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유명인들의 정신과 진료 사실 고백과 정신건강 상담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은 대중으로 하여금 정신 질환자만 정신과에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 정신과를 찾
글과 그림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그림은 글이 미처 전하지 못한 함의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글은 그림이 다 표현하지 못한 내용을 풀어서 제시한다. 전시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는 글과 그림의 관계를 판화 예술로 승화시킨 독일의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를 필두로 김홍도와 조선 왕실의 판화, 중세 유럽의 성서에 기록된 삽화 등 다양한 삽화를 보여준다. 1부 ‘문자를 위한 그림’ 전시에서는 텍스트만으로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종교적 내용을 쉽게 전파하기 위해
“만약 기억을 통조림이라고 친다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유통기한을 꼭 적어야 한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영화 은 1990년대 홍콩의 향취를 한껏 풍기는 작품으로 왕가위(王家卫, 1956~) 감독 특유의 분위기가 담고 있다. 이별을 마주한 경찰 ‘663’과 ‘하지무’, 그들 앞에 나타난 여점원 ‘페이’와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 기자는 그들이 만들어 가는 독특한 이별과 새로운 만남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다.여느 때와 같이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에게 줄 샐러드를 사러 간 경찰 66
김진영(1954~)은 서울에서 태어나 1981년에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입체과와 파리 제8대학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에 유학을 마친 후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이후에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작업 초기부터 작가가 꾸준하게 작업해 온 대표 연작 《결합》은 단순한 기본 조형 원리의 기하학 요소들을 조합하여 다양한 변주를 생성해 낸 작업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세모, 동그라미 꼴과 그 변주인 원통형, 구형, 원뿔형, 피라미드 꼴의 기하학 도형을 형상화한
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소장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전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박물관이 수집한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하던 시기에 성장해 지금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전시명은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후로 시간여행을 하며 시공간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를 모티프로, 기존 관습이 묻어나지
어느 날 갑자기 초자연적 존재가 나타나 죽음을예고한다. 우리가 신이라고 말하는 존재는 심판을 통해 지옥으로 가게 될 인간을 지목하고, 시간이 되면 어디에 있든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지옥행을 선고받은 인간들은 알 수 없는 존재인 '지옥행 사자'들에 의해 아주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이때, 신의 뜻을 전한다는 단체 ‘새진리회’와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가 등장한다. 새진리회는 이러한 처벌 과정을 ‘신의 심판’에서 비롯된 처형이자 ‘시연’이라 부르며, 모든 것은 ‘신의 의도’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를 더 정의롭게 만들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