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 (1997)의 감독 구스 반 산트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런 그는 부랑자, 외톨이, 성소수자와 같이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대변한다. 그는 삶과 죽음, 사랑과 외로움, 방황과 성장을 영화 속에 자전적으로 녹여낸다. 독특한 영상미와 교차편집, *롱 테이크 기법 등 그만의 실험적 연출로 담아낸 소외된 인간들의 울부짖음은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 앞으로 소개할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구스 반 산트가 아웃사이더를 사랑한 방법에
창작물은 크게 원저작물과 2차적 저작물로 나눌 수 있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번역·편곡·각색·영상 제작 등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낸 창작물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차적 저작물은 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많으며 주로 인기 있는 소설이나 만화를 시각화하는 경우가 많다.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기도 하며, 감독이나 작가의 관점에 따라 각색돼 아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또한, 하나의 원저작물에서 여러 종류의 2차적 저작물이 나오기도 하며 해당 작품들은 각각의 특색있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인간과 금수(禽獸)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먹고 자는 본능적인 행위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인간과 금수의 차이는 자아(이하 에고)의 유무에 있다. 에고가 없는 금수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아 슬퍼하지도, 자기 계발을 도모하지도 않는다. 그저 본능에 맞춰 살아갈 뿐. 반면, 인간의 삶은 곧 에고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걸 어미에게 의탁했던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에고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화의 결과가 곧 세상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또한, 에고의 변화는 너무나 격동적이고 개인적이기 때문
깊은 병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 끝까지 가는 과정도 고통의 연속이다. 오랜 투병 생활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같은 주변인 모두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삶은 이어지며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다음 소개할 세 가지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병이라는 인생의 고난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아간다. 그들의 인생을 담은 세 영화, (2018), (2004),
대화는 일상을 돌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둘 이상의 실체 간 상호 작용이다. 한쪽이 발화 또는 침묵하면 다른 한쪽 역시 발화 또는 침묵한다. 그리고 이는 계속 반복된다. 그렇기에 인간은 대화로 살아가며, 일상이기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이따금 우연적 순간을 맞이하고 삶의 작은 부분이 바뀌곤 한다. 누군가 “납득이 안 가니 예를 들어봐라.”라고 요구한다면 기자는 하마구치 류스케(はまくちりゅうすけ, 1978~)의 작품을 권하겠다. 대화의 양태 자체를 담아낼 줄 알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영화계의 아이돌이라 할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나고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온다. 다만 그 꿈은 거짓말같이 환상적인 데다 진짜처럼 생생해서 마치 꿈을 꾼 것인지 현실 속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인지 헷갈릴 뿐이다. 소설에서 ‘꿈’은 종종 등장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일들을 연속적으로 겪어도 이상하게 느끼거나 어색해하지 않게 해주는 요소로 사용된다.다음 소개할 소설들은 어린 시절 한 번쯤 접해봤을 이야기로, 꿈과 관련된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읽은 소설은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다시 읽어봤을 때 그 느낌이 무척이나 새로운 법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Vincent Leonard Price Jr., 1911~1993)를 영원한 우상으로 삼았던 한 소년은 자라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에 입사 후, 극악무도한 귀여움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다. 처음으로 도전한 드라마 (2022)마저 흥행에 성공한 팀 버튼 감독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팀 버튼은 그만의 독특한 감성을 기괴하지만 따뜻하게 풀어내는 데에 도가 텄다. 팀 버튼만의 기괴한 색채에 가려진 그의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연출에 대해 알아보자. 【팀 버튼, 그 장르
소리에는 구역이 있다. 소리가 발현되는 시작점에서부터 소리의 크기에 따라 구역의 부피가 정해진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 들리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는 복도 전체로 퍼진다. 하지만 기다리던 지하철이 온다면, 구두 소리를 지하철의 기계음이 덮을 것이다. 물론 그 소리는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범위의 끄트머리까지 최대한 뻗어나간다. 소리는 파동의 일종이다. 우리들은 소리 파동, 즉 음파를 귀로 느낄 수 있다. 지구의 대기가 파동이 전달될 수 있게 하는 매질이 돼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공 상태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소리 전달에 필요한
영화는 일종의 기록물이다. 그 순간의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그날의 날씨, 분위기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영상으로 남는다. 물론 ‘계절’도 말이다. 계절을 담아낸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이 표현하는 계절은 벚꽃 비가 흩날리기도, 지겨운 매미 소리가 들리기도 하며, 금빛 은행잎들이 깔려있기도, 흰 눈이 펑펑 내리기도 한다. 눈여겨볼 건 그 계절을 어떻게 담아냈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정해지기도 한다는 것.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잘 담아낸 4편의 영화, (2004), (2020)
길고 긴 인생의 여정 앞에 우리에겐 수많은 ‘처음’이 주어진다. 처음은 언제나 걱정이 앞서고, 두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떨림의 다른 이름은 설렘이다. 입학 첫날의 두근거림을 기억하는가? 아직은 쌀쌀하고 공기마저 들뜨는 3월, 갓 성인이 된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에 나가 바라본 세상은 지금껏 알고 있던 세상과는 비교 안 될 정도로 새롭다. 첫 술자리, 첫 조별 과제, 처음으로 가보는 MT와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첫사랑. 정신없이 흘러가다 어느샌가 끝나버린 새내기 시절은 힘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당신은 무언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가? 우린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가 잃고 만다. 그것이 아끼던 볼펜이든지, 키우던 금붕어라든지, 사랑하는 사람이라든지 말이다. 우린 무언가를 잃고 슬퍼한다. 그것을 그리워하고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는가? 아끼고 사랑한 무언가를 잃은 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2019), (2022), (2009)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신 없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여기,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 ‘박순남
책 『문화트렌드 2022』에 따르면 올해 떠오르는 문화 콘텐츠들은 대중의 내면적 감정 표출을 위해 ‘사적 응징’에 집중하고 있다. 죄를 짓고도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범죄자들과,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며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공권력을 향해 분노한 사람들은 어느샌가 법의 울타리를 벗어난 사적 응징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미디어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사적 응징으로 관객에게 사랑받은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