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고 대중적인 예술가 중 하나로 평가되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 그는 지난 60여년간 회화,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작가의 작업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고유한 관점을 보여준다. 이번 展에서는 영국 테이트(TATE) 미술관의 소장품을 포함한 여러 해외 소장품을 살펴볼 수 있다. 총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호크니의 예술대학 재학 시절부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현재까지의 모습을 다뤘다. 첫
‘현대인의 삶은 과연 무엇에 의해 이끌려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성과 합리성을 그 기치로 내세운 계몽주의 이래 인간의 친밀성 대신 사회 체계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인권, 윤리, 초월성 대신 물질주의, 이윤추구, 세속화가 팽배해진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유혹은 ‘돈’, ‘성’, ‘권력’, 이 세 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사실상 이들 세 가지는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보단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최근 뉴스를 접하면 누구라도 바로 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가족일 것이다. 비록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되었든 그들이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보통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정이 아닌 특수한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족애는 꽃을 피운다. 앞으로 살펴볼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가족애는 평범한 가정 속에서 나타나지는 않는다.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뀐 가정, 언니의 아픈 몸에 이식을 해주기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이를 키우는 가정,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와 과거 학대로 인해 마음에 아픔을 품고 사는 여자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비단 특별한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 일상 속의 모든 것들이 그 주제가 될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동원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展은 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 내면으로의 여정 등을 이용한 16명이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통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시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이용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관마다 다른 소리가 나게 하고 일부 전시관에는 향을
2015년,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롯데」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한국사회에 화제가 되었다. 당시 언론은 그들의 갈등을 ‘기업의 소유권을 두고 콩가루 집안이 된 롯데가(家)’로 평가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특정 기업에서만 발견되는 일은 아니다. 여러 재벌 기업에서 각 기업의 지배권을 쟁취하기 위해 가족이 다투는 일은 요즘에도 일어나고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 기본적인 윤리를 훼손하며 일어나는 갈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을 제거한 왕과 자신이 충심으로 모셨던 왕을 살해한 신하
이른바 1000만 펫팸족(Pet+ Fam-ily) 시대. 지난 4월 26일(금) 발표된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려동물 돌봄 시장 규모는 15억 6960만달러(약 1조 8182억원)로 나타났다. 최근 꾸준히 성장 중인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1%씩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 수치는 8년 전인 2011년 결과의 약 2배 규모에 달한다. 이러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성장 가운데에는 ‘고양이’가 있다. 아주 오래전 야생동물이었던 고양이는 어느덧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어 반려의
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문예이론가 G. 루카치는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한 사람을 꼽는 질문에 즉답으로 토마스 만을 꼽았다. 한마디로 토마스 만이 20세기 전반의 가장 위대한 독일 작가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만의 마지막 장편소설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지닌다. 집필 기간이 거의 50년에 가깝다는 점과 자전적인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특히 중요한 점은, 토마스 만의 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는 〈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는 황해도 고산군 석담리에 있는 고산구곡의 아홉 곡을 그린 10폭 병풍이다. 고산구곡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 율곡 이이(李珥, 1536~1584)가 「고산구곡?뭏?지은 배경이자 서원을 경영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이이는 주자의 무이구곡처럼 조선 땅에 구곡을 두어 주자를 따른 성리학자의 면모를 보였다. 고산구곡은 이후 1세기가 지나서야 그림의 소재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주로 〈고산구곡도〉는 주자에서 이이로 이어져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에게까지 성리학의 도통이
4월의 어느 날, 기자는 유독 날씨가 흐리던 서울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남강이 흐르는 도시, 진주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상남도에 위치한 진주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무려 4시간을 가야 하지만, 힘들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이 무색할 만큼 진주로 가는 길 창밖으로 본 자연은 아름답고 푸르기만 했다.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산과 자연이 곳곳에 펼쳐진 풍경이 낯설어서일까. 기자는 점점 진주에 가까워질수록 이번 여행의 주인공인 ‘논개’의 삶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안
이전 호에서 『태백산맥』(1989)을 취재한 기자는 이번에는 벌교를 떠나 진도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이었다. 기자는 2시간이나 차 안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꽤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차량이 도로에 들어서자 기자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해남의 푸른 바닷가와 조용한 마을을 보면서 기자는 평화로움을 느꼈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매일 과제에 쫓기며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하는 도시속 일상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해방감도 잠시, ‘아차!’ 싶었다
“떫은 홍차에는 영국의 현실주의가, 엽차의 신비한 향미에는 오리엔트의 꿈이 서로 대조적인 맛을 풍기고 있다.” -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中-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이어령(1934~) 작가가 홍차에 대해 남긴 말이다. 위의 말처럼 엽차(葉茶)가 동양의 차 문화를 상징하듯, 홍차는 우리에게 영국의 대표적 차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차의 원산지는 중국이고, 홍차 역시 그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또한 홍차는 단순히 귀족만의 전유물이 아닌, 영국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음료이자 남녀 갈등의
역사학자들끼리 하는 재미없는 농담이 있다. “자신이 전공하는 시기와 자신이 사는 시기는 언제나 대전환기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시기나 격변의 시기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4차 산업혁명’이나 ‘AI’와 같은 용어를 ‘딸기’나 ‘시계’ 같은 단어보다 더 자주 듣게 되니, 지금이 바로 인류사의 대전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객관적 근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필자 일생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다는 특이점에 도달하여 신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인간의 노동력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해 할 일을 잃은 사람들이 극단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