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가 사람을 태우고 달로 떠난 1969년의 어느 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19살 ‘추남원’은 국제복장학원에 합격했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이내 사랑하는 ‘박정분’과 함께 내일 아침 서울로 떠날 것을 약속한다. 남원이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벅찬 마음을 가라앉히려 정분이가 좋아하는 달을 바라보고 있던 바로 그때, 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그를 덮친다. 정신을 차린 남원의 눈앞에 나타난 건 자신을 영감이라 부르는 할머니 ‘선희’와 70세 노인이 되어버린 자신, 그리고 지금이 2020년이라는 믿기 힘든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역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유일한 역이다. 수산 시장부터 사육신공원, 노량진 곳곳에 자리한 학원가까지. 다양한 장소에 걸맞게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이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김애란의 단편에는 유독 노량진이라는 장소가 자주 등장한다. 기자는 김애란 작가의 단편들인 「건너편」, 「자오선을 지나갈 때」, 그리고 「서른」의 배경인 노량진 일대에 방문했다. 1999년 3월. 나는 처음 노량진역에 하차했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갯바람 냄새가 났다. 대부분 노량진 수산
시각장애인 ‘돈 파블로’와 비장애인 아내 ‘도냐 페피따’가 이끄는 ‘돈 파블로 맹인학교’의 개학식 당일, 학생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까를로스’와 ‘후아나’를 중심으로 모인 학생들은 저마다 방학 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때 ‘미겔린’이 교실 너머 들려오는 낯설고 이상한 소리를 포착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지팡이 소리. 교내에서는 지팡이를 사용하는 학생이 없기에, 모두가 당혹감에 빠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학생 ‘이그나시오’였다.뮤지컬 는 스페인 희곡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6)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존재했던 계층적 갈등과 도시 빈민의 삶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 속의 ‘난장이’는 빈부와 노사의 대립 과정에서 억압당하며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상징한다. 기자가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시간이었다. 기자의 기억 속에 이 소설은 동화 같은 분위기 뒷면에서 사회의 냉혹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난장이 가족이 살았던 낙원구 행복동의 배경은 서울시 중구 호박마을이다. 호박마을은 중구 중림동 일대의 마지막 달동네이며, 현재 남아있는 주민들은
우리는 편의점을 가든 대형마트를 가든 다양한 ‘제로(Zero)’ 음료를 발견할 수 있다. 제로 음료는 기존 음료에서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던 설탕을 뺀 ‘무설탕’, 그리고 ‘0kcal’라는 점을 홍보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탄산음료의 양대 산맥인 콜라와 사이다부터 이온 음료, 과자, 젤리 등에 이어 이제는 주류까지 설탕을 뺀 ‘제로 버전’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무설탕 식품 시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증가와 설탕을 대신할 감미료의 발전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마주치는 ‘제로 슈가(Zero Sugar)’
예술을 주제로 한, 예술가가 주인공인 영화는 무수히 많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를 꿈꾸다 마침내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르거나 큰 실패를 맛본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예술가만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한 이 역시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별것 아니라 여겼던 일상 속 사소한 순간마저 예술이 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세 작품은 자신의 의지로, 혹은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평범한 하루를 예술로 가득 찬 하루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영화감독이 영화를 찍어야지!”여기, 작은 마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쇠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오로지 그림 실력만으로 인정받은 인물이 되었다. 정선은 안동김씨 가문과 교유하며 그 후원 아래에서 성장해 금강산을 비롯한 여러 실경산수화를 남겼다.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는 실재하는 장소였던, 한 문인이 소유한 별장을 그린 그림이다. 안동김씨 가문에서 지어 정선이 그릴 당시에는 김시민(金時敏, 1681 ~1747)의 소유지였으며, 본교 박물관 소장품 외에도 1742년 작품인 정선의 《양천팔경첩(陽川八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 1947~)는 그의 저서 『책 읽는 뇌』와 『다시, 책으로』에서 인간의 뇌가 본래 책을 읽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그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인간의 뇌는 불편한 책을 읽어내는 과정을 후천적으로 학습하여 진화한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 지금 영위하고 있는 인간다운 문명을 구성할 수 있었다.생각해 보면, 인간의 신체는 연약하고, 인간의 사유는 늘 부유하여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다. 그런 인간의 결핍되기 쉬운 기억을 어딘가에 새겨 좀 더 오래 보존하고, 체계적이지도 질서화되어
대형마트에서 휴직한 매니저를 대신해 임시 매니저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계 입양인 ‘수아’의 취미는 유원지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카메라 하나 들고 유원지에 온 수아는 우연히 원숭이탈을 쓴 이상한 노인 ‘네불라’와 만나게 된다. 수아를 사진작가로 착각한 네불라는 수아에게 자신의 ‘인생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네불라는 좋은 사진을 위한 배경 지식이라는 핑계로 수아에게 자신의 인생을 보여준다.뮤지컬 는 각각 네불라와 수아를 맡은 두 명의 배우와 1인 다역을 수행하는 네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을 품고 살아간다. 특히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사소한 고민도 크게 다가올 것이다. 모두가 그 나이에 하는 고민은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라 하지만, 여기 한창 일생일대의 고민에 놓여있는 소년이 있다. 늘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이 열네 살 소년의 이름은 ‘보희’다.보희는 어릴 적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문득 집에 이상하리만치 아버지의 흔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던 중, 어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불쾌한 감정이 정확히
“늦잠으로 밀린 잠을 채운 토요일 늦은 아침. 세탁기를 돌리고, 다시 침대로. 한참을 뒹굴뒹굴. 누워서 책도 좀 읽고.” 드라마 (tvN)의 주인공 ‘범수’가 말하는 완벽한 주말에 대한 대사이다. 범수의 주말처럼 우리에게도 세탁기를 돌리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 요소를 칭하는 의식주(衣食住)라는 말처럼 옷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중요한 옷에 김치찌개를 흘리더라도, 글씨를 쓰다 잉크가 소매에 묻어도, 비가 와 바지에 빗물이 튀어 얼룩이 생겨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정하고 온화한 부모님의 지원, 언제나 바른길로 인도해 주시는 인생의 선생님, 말 못 할 사정까지 믿고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 그리고 그 속에서 단단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성장 이야기는 이럴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 히트먼 감독은 10대 청소년들이 고군분투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거나 감동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본 어린아이들의 몸부림은 처절하지만, 영화에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고난과 역경, 그 끝에 온전한 성장이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곽인식(郭仁植, 1919-1988)은 재일교포 작가로, 일본에서 물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물성을 탐구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양화(洋畫)를 주류로 하는 일본화단에서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 작업방식을 시도하며 입체와 오브제를 비롯하여 공간 전체에 걸쳐 실험하였다. 특히 물성에 주목한 그의 작업은 국내에서 이우환과의 영향 관계를 중심으로 조망했다. 곽인식은 1937년에 도일하여 아카데믹한 성격이 강한 도쿄의 일본미술학교(日本美術學校)에서 수학했다. 이 무렵에 제작된 그의 작품은 인물 소재의 구상 작업으로, 일본에서
예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선발대에 귀여운 고양이들이 합류했다. ‘CAT ART: 고양이 미술사’ 전시는 유명한 미술 작품들을 고양이로 재해석한 슈 야마모토(ヤマモトシュウ) 작가의 개인전이다. 전시는 ◇고대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사실주의 ◇인상주의 ◇20세기 미술 ◇동양미술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관람하며 자연스레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입구의 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고대 고양이 미술’ 구역이 나온다. 작가는 “고대의 작품들이 문명의 여명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해서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는 종종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한다. 그 이유는 피치 못할 개인의 사정, 순간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자기합리화 등 다양하다. 완벽한 인생은 없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뒤 행하는 나의 선택이다.9년 전 개봉한 영화 (2014)은 소설 『How to Steal a Dog』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외국 소설을 한국 정서에 맞게 잘 각색했으며 귀엽고 아기자기한 연출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호평받은 바 있다. 영화는 내내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흘러가기
거울이 없던 과거에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었다. 두 눈이 정면을 향해 있는 인체 구조의 한계 탓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거울의 등장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타인의 눈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자 우리의 일상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거울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더 알아보자.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거울의 역사] 사람들은 언제부터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기 시작했을까? 그리스 신화에는 나르키소스(Narcissus)라는 아름다운 소년이 연못에 비친 자기
유령은 외로운 존재다.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남겨졌다. 손을 뻗어 무언가를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으며, 사람들에게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즉 유령은,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의해 생자로부터 분리된 존재다. 타인과의 연결을 바라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으며 오히려 부정당하고 미움, 두려움을 받기까지 한다. 독일의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Christian Petzold, 1960~)는 그만의 독특한 문법과 미학으로 현대 유럽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어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주로 1990년대 이후 독일 예술영화계에 등장한
조선 후기에 활동한 남종문인화가 소치 허련(小癡 許鍊, 1808~1893)은 ‘허모란’이라 불린 모란도의 대가이다. 헌종 앞에서 손가락으로 모란도를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졌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은 검소함과 절개를 추구한 유교 사회 조선에서 그리 환영받는 그림의 소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강세황, 심사정, 최북 등의 화가들이 중국의 모란도를 모방하여 제작하기 시작하였으며 19세기 들어 허련의 왕성한 활동으로 묵모란도가 성행하였다. 허련이 채색을 하지 않고 먹만으로 그리는 묵모란도를 고수한
당신의 가장 첫 번째 꿈을 기억하는가? 누군가는 요리사를, 누군가는 대통령을, 누군가는 경찰차나 소방차 그 자체가 되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슨 꿈이든 어떤 형태든 언제, 어디서나 이룰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화 속이다. 이젠 다 커버린 기자를 비롯한 독자들은 어쩌면 어릴 적 그렸던 ‘미래의 멋진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展은 잊고 살았던 그날의 꿈을 되살아나게 해주고, 우리의 어린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준다.제1전시실에서는 그림책 작가인 앤서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별 헤는 밤 中- 내외부적인 압력 속에서 자신의 순수한 마음이 변치 않은 채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시대의 고통 속이라면 더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꾸준함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인 윤동주’다. 안소영 작가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