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온화한 부모님의 지원, 언제나 바른길로 인도해 주시는 인생의 선생님, 말 못 할 사정까지 믿고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 그리고 그 속에서 단단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성장 이야기는 이럴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 히트먼 감독은 10대 청소년들이 고군분투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거나 감동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본 어린아이들의 몸부림은 처절하지만, 영화에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고난과 역경, 그 끝에 온전한 성장이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곽인식(郭仁植, 1919-1988)은 재일교포 작가로, 일본에서 물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물성을 탐구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양화(洋畫)를 주류로 하는 일본화단에서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 작업방식을 시도하며 입체와 오브제를 비롯하여 공간 전체에 걸쳐 실험하였다. 특히 물성에 주목한 그의 작업은 국내에서 이우환과의 영향 관계를 중심으로 조망했다. 곽인식은 1937년에 도일하여 아카데믹한 성격이 강한 도쿄의 일본미술학교(日本美術學校)에서 수학했다. 이 무렵에 제작된 그의 작품은 인물 소재의 구상 작업으로, 일본에서
예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선발대에 귀여운 고양이들이 합류했다. ‘CAT ART: 고양이 미술사’ 전시는 유명한 미술 작품들을 고양이로 재해석한 슈 야마모토(ヤマモトシュウ) 작가의 개인전이다. 전시는 ◇고대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사실주의 ◇인상주의 ◇20세기 미술 ◇동양미술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관람하며 자연스레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입구의 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고대 고양이 미술’ 구역이 나온다. 작가는 “고대의 작품들이 문명의 여명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해서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는 종종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한다. 그 이유는 피치 못할 개인의 사정, 순간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자기합리화 등 다양하다. 완벽한 인생은 없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뒤 행하는 나의 선택이다.9년 전 개봉한 영화 (2014)은 소설 『How to Steal a Dog』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외국 소설을 한국 정서에 맞게 잘 각색했으며 귀엽고 아기자기한 연출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호평받은 바 있다. 영화는 내내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흘러가기
거울이 없던 과거에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었다. 두 눈이 정면을 향해 있는 인체 구조의 한계 탓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거울의 등장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타인의 눈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자 우리의 일상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거울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더 알아보자.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거울의 역사] 사람들은 언제부터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기 시작했을까? 그리스 신화에는 나르키소스(Narcissus)라는 아름다운 소년이 연못에 비친 자기
유령은 외로운 존재다.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남겨졌다. 손을 뻗어 무언가를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으며, 사람들에게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즉 유령은,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의해 생자로부터 분리된 존재다. 타인과의 연결을 바라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으며 오히려 부정당하고 미움, 두려움을 받기까지 한다. 독일의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Christian Petzold, 1960~)는 그만의 독특한 문법과 미학으로 현대 유럽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어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주로 1990년대 이후 독일 예술영화계에 등장한
조선 후기에 활동한 남종문인화가 소치 허련(小癡 許鍊, 1808~1893)은 ‘허모란’이라 불린 모란도의 대가이다. 헌종 앞에서 손가락으로 모란도를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졌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은 검소함과 절개를 추구한 유교 사회 조선에서 그리 환영받는 그림의 소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강세황, 심사정, 최북 등의 화가들이 중국의 모란도를 모방하여 제작하기 시작하였으며 19세기 들어 허련의 왕성한 활동으로 묵모란도가 성행하였다. 허련이 채색을 하지 않고 먹만으로 그리는 묵모란도를 고수한
당신의 가장 첫 번째 꿈을 기억하는가? 누군가는 요리사를, 누군가는 대통령을, 누군가는 경찰차나 소방차 그 자체가 되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슨 꿈이든 어떤 형태든 언제, 어디서나 이룰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화 속이다. 이젠 다 커버린 기자를 비롯한 독자들은 어쩌면 어릴 적 그렸던 ‘미래의 멋진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展은 잊고 살았던 그날의 꿈을 되살아나게 해주고, 우리의 어린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준다.제1전시실에서는 그림책 작가인 앤서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별 헤는 밤 中- 내외부적인 압력 속에서 자신의 순수한 마음이 변치 않은 채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시대의 고통 속이라면 더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꾸준함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인 윤동주’다. 안소영 작가의 『시
“랜드마크 건설!” 모바일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들어봤을 법한 음성이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폭등하는 도시의 가치를 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랜드마크를 보면 그 웅장한 크기에 압도되거나 문화의 힘을 느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안겨 주는 랜드마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왜 랜드마크를 만들까?] 랜드마크란,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지형․시설물’을 의미한다. 원래 뜻은 방랑자 혹은 여행자가 여행 중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상처는 어떤 특정한 기억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인 환경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중요한 건, 몸에 난 상처가 약을 바르고 기다리면 나을 수 있듯이 마음에 난 상처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와 관계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유진과 유진』,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이 두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우리 삶을 얼마나
조선 중기는 양란(兩亂)과 사화(士禍)로 인해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당시 문인(文人)은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에 은거(隱居)하고자 했다. 이러한 경향성은 회화 제작에도 반영되고 소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도 확인된다. 조선 중기 이전의 소 그림은 사람이 소를 타는 기우도(騎牛圖) 형식이나 소에게 먹이를 주는 목우도(牧牛圖) 형식으로 주로 제작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김식(金埴, 1579~1662)의 에서처럼 소가 화면에 단독으로 나타나는 방우도(放牛圖) 형식은 조선 중기에 갑자기 수요가 증가하였다. 이는 노동과 연관되어 있는 행
최근 불기 시작한 초록빛 열풍에 대해 아는가? 자칭 식물 덕후, 식물 집사가 늘어나면서 싱그러운 풀 내음의 공간, 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오색찬란 화려한 모습으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자연 고유의 순박함으로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기도 하는 정원에 대해 더 알아보자. [정원의 기원]최초의 정원은 대부분 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성과 생산성에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먹을거리를 위한 채소와 과일, 공물로 바칠 허브류 등을 경작한 것이 그 예시다. 자신의 힘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경험은 사람들에게 자부심과 즐거움을 줬으며 마침내 지위의
‘내가 잠든 사이 장난감이 살아서 움직이지 않을까?’ 어릴 적 우린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우리의 상상을 실현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시리즈다. 시리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의 대표작으로, 1995년 시즌 1을 시작으로 2019년에 시즌 4가 개봉했으며 현재 시즌 5가 제작 확정된 상태다. 애니메이션 는 어떻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연령을 아우르는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전시기간: 2023.6.2.(금)~10.9.(월) / 휴관일 : 9.29.(추석 당일)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관람시간: 월,화,목,금,일-10:00~18:00까지(*입장 마감 17:20) / 수, 토 - 10:00~21:00(*입장마감 20:20)관람요금: 성인(만25세~)-18,000원 / 청소년(만 13세~ 24세) - 15,000원 / 어린이(만 7세 ~ 12세)-10,000원 / 유아(만 4세~ 6세)-7,000원 이강민 기자(leegm0909@g.hongik.ac.kr)사진: 이재환 상임기자
이정지(1943-2021)는 남성 중심의 단색화 열풍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여성 추상화가이다. 1963년부터 1968년까지 홍익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여성이 작업으로 주목받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작업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단색화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단색화 사단에 한정시키지 않고 그림에 서체를 도입하는 등 부단한 실험으로 독보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였다. 작가의 작업은 크게 1960-70년대, 1980년대, 1990년 중반 이후의 세 가지 변주로 나누어 살펴볼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1973~) 감독은 (2022)의 개봉으로 재난 3부작을 완성했다. (2017), (2019), 은 모두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독은 위 영화들을 통해 재난을 막아내거나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기자는 감독의 작품에 위로 받은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영화가 사실적이지만 환상적으로 담아낸 도쿄를 찾아 가기로 했다. 미야미즈 히토하: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結び)
지우재(之又齋) 정수영(鄭遂榮, 1743 ~1831)은 89세의 나이까지 살면서 실경을 그린 산수화, 고사를 주제로 한 산수화, 화조화 등 여러 점의 다양한 그림을 남긴 문인화가이다. 그는 관직을 하지 않고 지리학자였던 증조부 정상기(鄭尙驥, 1678~1752)를 이어서 지도 제작을 도왔으며, 여러 지역을 유람 다니며 다양한 실경 산수를 남겼다. 그러나 직접 간 경치를 남긴 것 외에도 실경이 아닌 곳을 그린 작품도 남아있다. 본교 박물관에 소장된 는 방작(倣作) 회화로 이전 그림을 따라 그렸다고 하여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을 것이며, 어리석은 자와 사귀면 해가 있으리라.” -잠언 13장 21절“인간과 모방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모방함으로써만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 1903~1969), 『미니마 모랄리아: 상처받은 삶에서 나온 성찰』 21세기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네트워크(network)’이다. 오늘날 자연의 다양한 법칙을 네트워크적 관점을 통하여 새롭게 통찰할 수 있듯이 사회의 다양한 법칙
“삶이 움직임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까요?”“우리는 움직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신촌역 부근 한적한 골목길, 가만히 그리고 고요히 꿈틀대는 움직임들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에는 신촌 문화발전소가 있었다. 비스듬한 언덕길에 선 건물은 정겨운 골목길의 내음과 녹색 풀들과 함께 싱그러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깥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서려 있었다. 새소리가 들리고 식물과 사람이 있는 그곳, 하지만 스피커와 캔버스 안에서 움직이는 그것들. 익숙한 것들이 낯선 곳에서 다가오는 그 전시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