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감독 우디 앨런(Woody Allen, 1935~)은 독서와 관련한 재밌는 일화를 남긴 적이 있다. 그는 속독법에 관심을 가져 속독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후 그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었는데, 전쟁과 평화는 국내 판본들을 기준으로 2천 페이지가 넘어가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며 등장인물만 500명이 넘어가는 무시무시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무시무시한 책을 우디 앨런은 속독법으로 정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미스터 앨런?” 그리고 우디 앨런은 답했
“○○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표어가 어느 광고의 문구였는지, 혹은 어느 영화의 대사거나 어느 인물의 명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대상을 치켜세우는 데에 있어 파괴력 있는 문장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장의 주어가 되는 대상들에는 한 가지 예상 밖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대상들이 귀엽다는 것이다.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들, 연예인이나 만화 캐릭터, 심지어는 누군가의 낙서까지. 이들이 오늘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활약하고 있다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치 우리가 귀여운 것들을 칭송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
『프랑켄슈타인』(1818)은 메리 셸리의 작품으로 최초의 SF 소설이다. 작중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오랜 연구 끝에 생명의 근원이 되는 불꽃을 발견하고, 시체 잔해를 모아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생명체는 인간 세상에서 멸시받고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변한다. 그 생명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다. 흔히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일 뿐 괴물에게는 이름이 없다. 괴물의 이름이 없다는 점,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라는 점은 매우 흥미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은 그 존재와 공유하던 추억을 더욱 상기시킨다. 그러한 공백은 우리의 마음에 때론 공허함을 만들어 평범했던 일상을 흔들기도 한다. 최근 14년 동안 키운 나의 소중한 반려견 ‘만나’는 우리 가족을 떠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반려견 만나가 죽은 후, 나는 큰 충격에 빠져 며칠 동안 할 일도 미룬 채 누워만 있는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건강하고 활발한 아이였는데,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결국 나의 곁을 떠나게 된 만나. 그는 내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를 항상 반겨주고 잠
지난 10월 25일(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했다. 이건희 회장은 누구나 그렇듯 공(功)과 과(過)가 있는 사람이다. 이 회장은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일으킨 공을 세웠지만,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한 과도 남겼다. 사업장에 기초적인 안전설비조차 마련하지 않아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면서도 그 책임은 교묘히 피해 간 사실도,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이곳저곳 로비를 하며 국민연금이 모든 주주와 국민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을 하게끔 한 사실도 분명한 과일 것이다.10월 25일(일) 하루 동안 TV를 보며,
깊은 동굴이 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이따금 종유석 끝에 고인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리는 아주 깊은 동굴. 『마이 시스터즈 키퍼』(2004) 속 안나는 그 동굴을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은 10대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이 동굴로 접어든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즉, 이 동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치는 ‘자기 탐구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모두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고집하거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맞춤형 노래, 맞춤형 쇼핑, 맞춤형 웹툰, 맞춤형…….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맞춤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잠깐이라도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모니터 너머의 누군가가 놀라울 정도로 나의 취향에 꼭 맞는 맞춤형 무언가를 추천해준다. 마치 내 마음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 사고 싶어 할 만한 쇼핑 리스트, 보고 싶어 할 만한 작품 목록들이 너무나 간단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들여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없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추천해주는 맞춤형 목록만 살피면
누구나 한 번쯤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소설『위대한 개츠비』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20세기 초반 미국 문학의 정수로 꼽히며, 당시 미국 사회의 빛과 어둠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이 책은 전 세계 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평론가들과 독자들이 소설에 대한 많은 해석과 평가를 이미 내놓았지만, 위 소설을 읽고 느낀 점, 나아가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책을 읽은 후, 가장 먼
20대의 보수화와 내부 갈등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겨레사회경제연구원과 글로벌리서치의 2018년 1월 조사’에 따르면, 청년세대는 성 소수자와 개인의 인권에 대해 기성세대보다 진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대북인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여성친화적 정책 도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더욱이 청년세대 내부의 갈등도 빈부격차에 따라 심해졌다. 한겨레사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패자 부활 가능성이 있는 사회냐’는 물음에 20대 중상층 이상은 50%가, 하층은 19.6%가 ‘있다’고 답했다. 사회경제적 격차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순간 많은 구속들이 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저녁에 잠드는 시간을 직접 결정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있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위해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선택의 자유를 받는다. 그리고 각자의 시간과 방향대로 살기 시작한다. 동아리나 학생회에 들어가기도 하고 대외활동을 통해 다른 학교 대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학업이나 연애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 대학생들은 지금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런데 대학생을 기다리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상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2013)의 저자 최장집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그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다. 이상적 정의로서의 민주주의란 정치 참여의 평등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모든 사회적 이익과 요구가 정치과정을 통해 부분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 서는 ‘모든’ 사회적 이익과 요구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내에서는 돈과 권력이 있는 소수 사람들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친구들이 피처폰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유용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람들과 소통하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앱이 등장했다. 그만큼 사용시간과 빈도도 늘어나면서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 버릴 경우 불안감에 휩싸일 정도로 내 일상은 스마트폰으로 점철되었다. 단순하게는 가족 번호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중 일본실에서 전시되고 있는 우키요에(浮世絵)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키요에는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서양에서도 폭넓게 인식되었을 정도로 판화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무로마치 시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에도 시대에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는 우키요에는 일본의 풍속적인 장면을 소재로 삼아 ‘덧없는 세상’을 표현한 그림이다. 우키요에가 처음 제작되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에서는 이미 작가 미상의 미인도 병풍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과 같이 하여 초기의 우키요에는 아름다운 여인들
카롤린 엠케의『혐오사회』(2017)는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증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카롤린 엠케는 저널리스트로 여러 사람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책에 싣고 혐오에 대해 분석하였다. 사회에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여성, 흑인, 성소수자와 같은 사람들을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그들에 대해 왜, 어떠한 배경으로 인해 증오라는 감정을 가지고 그 감정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요정 퍽의 실수로 흉측한 모습의 보텀을 사랑하게 된 티타니아처럼 사람
도무지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중간고사가 꼬리를 감추고 도망갔다. 도망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무엇인 가 휙-하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 기간이 되면 ‘보이지 않는 무게’에 어깨가 쳐지곤 한다. 시험기간만 되면 괜스레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때론 심장이 쿵쿵 뛰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시험’이라는 단어에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하루빨리 이 시기를 넘겨야한다는 일념과 시험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서로 밀고 당기며 그 가운데 서있는 나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필자는 이 글을
“인간은 어디서 시작했나, 과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 이 세계에 대해 알기 위해 우주론의 입문서 격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우주론이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고실험을 통한 가정들이 직접적인 실험적 결과와 함께 도출되어 매우 정밀한 규칙성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수학 공식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 수학적 지식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설명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수학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부르짖음, 인면수심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좀도둑에겐 한없이 엄격하지만, 사회 유력자들에겐 한없이 자혜로운 법. 우리 사회에선 꾸준히, 이런 탄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곤 한다. 이런 와중에 셰익스피어의 극 라는 작품과 몇몇 대사가, 나에게 법이, 그리고 법의 적용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사회의 법이 사람에 따라 곧았다가 굽었다가 하지 않은가? 나는 라는 작품의 대사를 소개하며, 지금까지의 법의 적용됨이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법
개봉 당시부터 화제를 일으켰고 이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를 3년 만에 다시 꺼내 봤다. 이 영화는 감독인 조지밀러가 젊은 시절 제작했던 3부작을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토리와 연출 등 많은 부분이 발전했지만 ,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이브 엔슬러에게 조언을 받았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전체에 녹아들어 있는 페미니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에선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영화 속의 ‘여성’에 대해서만 다뤄보려고 한다. 재화가 된 여성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서 남성 주인공인 맥
1인 가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전 가구 중 30%를 웃돌기 시작하며 그들이 동반자로 선택한 반려동물의 수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반려동물만 큼 사람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의 수 또한 꾸준히 증가중이다. 동물보호관 리시스템(APMS)에 따르면 국내 유기 동물은 2014년 79,250마리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유기동물 발생통계는 100,788마리로 4년간 약 21,000여 마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수용할 수 있는 자리는 언제나 부족해 입양되지 못한 동
우리는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도 공감을 통해 향수를 가질 수 있다.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라고 으레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런 점에서 참 만족스러운 매체로 가장 여러 감각에 자극을 주며 나를 다른 시공간으로 데려가곤 한다. 이렇듯 영화 속 사람들을 두어 시간 엿보고 나오면 현실의 다양한 사람도 이해해 볼 수 있게 되고 평소와는 다르게 소통을 시도하게끔 자신의 마음을 고쳐 먹어 볼 수도 있게 된다.영화 는 전반적으로 1950년대의 정치적 상황과 이탈리아 시골 섬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