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은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9년에는 전위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했으며, 1974년까지 AG 회원으로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실험했다. 그는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탈회화 작업을 거쳐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대 캔버스와 물감의 물성 표현에 착안한 회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 제작된 것이 《접합》 연작(1974년~2000년대)으로, 《접합》 연작은 마대 천과 배압법이 그 특징이다. 《접합》 연작에 쓰인 올이 굵은 마포는 하종현의
“내 모든 작품은 몬트로이그(Mont-roig)에서 잉태된다.”추상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으로 자연을 탐닉하고 시적인 예술세계를 펼쳐 보인 스페인의 미술가 호안 미로는 화폭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호와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조형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머물렀던 마요르카, 파리(1920년대), 뉴욕(1940년대), 일본(1960년대) 모두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우리 박물관 소장품의 제목이기도 한 ‘몬트로이그’는 그에게 충격을 던지는 근원적인 땅으로, 그가 평생 작품과 삶 속에서 회귀하고 힘을 얻는 자기 존재의
김광우(金光宇, Kwang-Woo Kim, 1941~2021)는 ‘자연+인간’이라는 일관된 작품명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친 작가다. 2021년 3월 작고 전까지도 활발하게 작업을 수행해오면서 주요 전시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조각계의 흐름에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광우의 작품 (1979)은 김광우 작품 전개 중 전기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나무, 돌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자연의 여러 모습을 묘사 한 점 등이 전기시기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모빌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아기방의 천장에서 한가로이 돌아가는 모빌과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포동포동한 손. 아마 모빌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가느다란 철사와 실에 매달린 온갖 물건들이 서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흔들리는 모양은 흡사 하나의 수형도(樹型圖)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 공예품은 그러나, 미술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흔히 조각가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
2022년 상반기에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건은 단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일 것이다. 전쟁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 난민이 된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의 아픔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의 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응노는 현대회화로서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문자추상과 연작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바람이 거셌던 지난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중순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씩 외투가 얇아지고 있는 지금, 이번 ‘박물관을 가다’에서 소개할 작품은 박생광의 이다. 그림 중앙에는 얇은 선묘로 묘사된 누워있는 두 여인의 모습과 활짝 만개한 수선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 또한 화면 사이에 담묵으로 옅게 흐드러진 붓질도 보인다. 그러나 홍익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는 박생광 작품의 대표적인 강한 필치와 원색의 색상과는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1904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내고(乃古)
2022년 검은 호랑이 임인년(壬寅年)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임인년의 임(壬)은 오행상 수(水)의 기운으로 검은색, 북쪽, 지식과 정보, 지혜, 어두움 등을 뜻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인년을 ‘지혜로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혜롭게 코로나 시국을 잘 헤쳐 나가 마침내 밝고 건강한 2022년이 되길 소망하며 호랑이와 관련된 유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힘과 용맹을 상징하며 산신(山神), 산군(山君) 등으로 일컬어지며 신수(神獸)로 여겨졌다. 호랑이의 용맹함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믿음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목조여래좌상은 높이 50.1cm, 무릎폭 32.5cm의 아담한 소형불상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차분하고 평온한 조형감을 준다. 몸에 비해 얼굴이 크게 부조되었으며,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처의 머리에는 소라형이 강조된 나발과 반달형 중앙계주, 반구형 정상계주가 부조되었다. 보살의 얼굴과 몸은 통통한 양감으로 표현되었으며, 가늘게 뜬 눈, 원통형으로 오똑한 코, 꾹 다문 입, 굵은 인중을 갖추고 있다. 부처의 대의 자락은 양어깨를 덮고 있는 통견으로, 명치 부분에는 겨드랑
순수하고 소탈한 감성이 느껴지는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 이야기를 상상케 하는 지본채색 그림이다. 진중하고 엄숙한 여덟 글자의 의미와 달리 도상과 글자의 표현은 밝고 경쾌하다. 각각의 글자는 이와 연관된 중국 고사를 떠올리도록 잉어, 죽순, 매화, 비둘기, 용, 새우, 파랑새, 봉황 등 상징 도상과 결합되어 한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에서는 통치이념인 유교를 바탕으로 윤리적 덕목을 담은 윤리문자도가 유행하였다. 문자도에 등장하는 여덟 글자 ‘효(孝)·제(悌)·충(忠)·신(信)·예(
아마도 베틀 부속품은 한국에 있는 어느 박물관에서나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는 흔하디흔한 유물이 아닐지 모르겠다. 특히 ‘바디’와 ‘북’은 꼭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음식점이나 가정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민속품이기도 하다.필자는 어렸을 적에 집안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작은 나무 보트 모양의 ‘북’을 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그 물건이 베틀 부속품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던 데다가, 그 안에는 항상 명함이나 필기구 따위의 작은 물건 등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우습게도 그 물건은 필자의 머릿속에 모양이 이상하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되어 지난 7월에 개최되었다. 특히 양궁 종목에서 다수의 금메달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품인 ‘전통 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활과 화살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돌로 만든 정교한 화살촉이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우리나라 전통의 활은 각궁(角弓), 목궁(木弓), 철궁(鐵弓), 연궁(軟弓), 강궁(强弓), 장궁(長弓) 단궁(短弓) 등으로 재료나 성격, 크기에 따라 발전하게 되었다. 그중 우리 박물관에서 소장하
피에르 알레친스키(Pierre Alechinsky)(1927. 10~)는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벨기에의 스카빅(Schaerbeek)에서 태어난 알레친스키는 브뤼셀의 라 캉브르 국립시각예술학교(l’Ecole nationale superieure d’Architecture et des Arts decoratifs de La Cambre)에서 수학하며 타이포그라피, 일러스트, 판화, 사진 등을 배웠다. 이 기간에 그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장 뒤뷔페(Jean Dubuf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