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박해영 작가의 (2018)를 택한 건 인생의 쓴맛을 많이 볼수록 더 많이 위로받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행복하자” 는 뻔한 말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하루를 버틴다. 각각 다른 퍼즐 조각처럼 모두 다른 사연이 있고 버티는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행복’이라는 퍼즐을 마침내 완성시킨다.에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아저씨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중에는 정리해고를 당하고, 여러 번 말아 먹은 장사로 아내와 별거
기자가 이 코너를 위해 처음 선택한 작품은 이 작품이 아니었음을 고한다. 기자는 본래 평창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다루려 했다. 그러나 3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평창에서 촬영지로 향하는 버스는 하루에 단 두 번밖에 운행하지 않았고, 택시는 잡히지도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에 가야 했고, 계획했던 모든 일이 꼬인 그날은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 다시 평창을 가기에는 시간이 없었던 터라 급하게 새로운 작품을 선택해야 했던 기자는 서촌과 익선동을 비롯한 종로 일대와 남산에서 촬영된 이 작품을 알게 됐다. 기자
수많은 현대인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산다. 한강 뷰 아파트에 초고층 주상복합.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통창의 주거 공간.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집을 갖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곤 한다. 그런 공간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안정감을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 담배와 위스키 살 돈이 부족해서 집을 포기한 청춘이 있다. 바로 영화 의 ‘미소’다.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으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해주며 생활비를 버는 미소는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작은 쪽방에서 산다. 빠듯한 생활을 하던 미
미생(未生).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大馬)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 완생(完生)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울산매일신문』 2013년 8월호에 실린 문장을 빌리자면 ‘바둑판에서 미생은 한 집뿐인 상태를 말하며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바둑판에서 한 집만 가지고는 죽은 목숨’이라 한다. 드라마 (2014)은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뒤늦게 이 드라마에 푹 빠진 기자는 미생이 종영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서대문구에 위치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오늘 소개할 영화 (2020)의 주인공 ‘이찬실’은 자신에게 닥친 벅찬 현실을 뒤로하고 달동네로 이사 간다. 그래서 기자도 눈앞에 쏟아지는 벅찬 과제를 쳐다보다, 그만 두 눈을 꼭 감고 택시를 타버렸다. 찌더운 여름날 카메라 하나 덜렁 들고 떠난 홍제동 개미마을과 다산 성곽, 그곳엔 찬실이가 있었다. “언니, 이런 산 공기를 쐬고도 다시 못 일어나면 언니는 사람도 아니야” 영화는 웅장한 음악이 깔리고 ‘감독님’이라 불리는 한 남성이 심장을 움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우림의 노래 제목이자 tvN에서 2월 12일(토)부터 4월 3일(일)까지 방영한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드라마 (2022)는 노래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사처럼 영원할 줄 알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당시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담긴 이
진해는 군항제로 유명한 도시다. 매년 4월 벚꽃 개화 시기를 맞아 정문을 개방하는 해군사관학교 주위로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군항제는 3년째 열리고 있지 않지만, 진해의 벚나무들은 매년 겨울, 봄을 기다리며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이맘때 그 바닷가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과는 관계없이, 진해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진해를 떠나 서울로 온 어느 성공한 소설가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이루기 위해 진해로 돌아온다. 꽤 오래
귀농이라는 사회적 트렌드가 부상함은 도시라는 공간이 대중의 일상성을 대변함을 추측하는 동시에,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 줄 별도의 공간으로 시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러한 맥락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귀농을 소재로 한 방송과 드라마가 인기를 끈 한편, 그러한 소재들은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한 단순한 포맷, 즉 정착과 적응의 서사로 점철되어 간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를 차치하더라도, 귀농에 ‘실패’한 이들이 도시로 돌아오는 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2018)는 눈밭에 쌓여 꽁꽁
북촌 거리를 걷다 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몇 개 있다. 대부분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다. (2011), (2013) 등 홍상수 감독의 많은 영화는 북촌을 배경으로 하고, 나오는 카페나 식당도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 학기의 파릇파릇한 새싹을 떠올리며 기자는 홍상수의 영화 중 (2018)을 가져왔다. 탄생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한다. 영화 (2018)의 풀잎들은 자라나고 있는 것일까 죽고 있는 것일까. ‘저 사람은 오늘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영화에는 다섯의 짝이 등장한다. 그들은
국어 교사였던 이창동(1954~) 감독은 늦은 나이에 영화 (1997)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1999), (2007) 그리고 (2010)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다. 영화 은 청춘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칸영화제와 대종상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은 소위 ‘좋은 영화’다. 하지만 3명의 주요인물을 중점으로 사건이 시작되며 관객들까지 미스터리한 진실을 찾아야 하므로 ‘어려운 영화’로 꼽히기도 한다. 위 작품은 수많은 메타포를 비롯한 다양한 해석이 있는 거대한 구멍
이제 막 중간고사를 마친 기자는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도요새에 관한 명상』(1979)의 배경을 답사한다는 생각에 들떴다. 작품에서 꼬집은 참담한 근대 산업화 현장, 그로 인한 환경 파괴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니! 마감까지 일주일 남았다는 점, 동진강 부근에 교통편이 비교적 열악하기에 차를 빌려야 하지만 차를 빌리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점 때문에 하루 남짓의 시간밖에 할애할 수 없었다. 시간적 제약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신문사에서 나름 베테랑에 속한다는 자부심에 하루는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며 동진강 하구로 향했다.김원
생각해보면 주위에 감사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나를 도와준 사람들, 일면식도 없는데 흔쾌히 조언해준 사람들까지.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단 한 사람의 도움이라도 없었다면 분명 인생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가끔 일이 잘 풀릴 때 나의 업적만을 생각하다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잊을 때가 있다. 이에 대해 영화 (2006)는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은 절대 혼자서 빛날 수 없다는 것을. ‘이젠 괜찮은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