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거리 예술가가 공연을 시작하면, 구경꾼들은 원을 그리고 서서 거리 예술가의 공연을 구경한다. 사실 꼭 원 모양으로 서서 구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강의실에서처럼 거리 예술가를 정면에 둔 채 여러 줄을 만들어 구경하는 일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개는 자연스럽게 원 구조가 생겨나는데, 이때 주목할 만한 것은 구경꾼들 중 어느 누구도 원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경꾼 개개인은 ‘가능한 한 공연이 잘 보이도록 서있으면서도 자신을 특별히 노출시키지 않도록 선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의
우리의 일상에서 읽고 쓰는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큰 적이 있었을까? 잠에서 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밥을 먹으면서, 화장실에 머물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읽고 쓴다. 심지어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과도 문자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읽고 쓰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니 우리는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읽고 쓰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하면 빨리 읽고, 어떻게 쓰면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만이 우리의 관심사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읽기와 쓰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그저 문자를 실어 나르는 기계가 되어 가고 있
우리 소설 한 권을 추천하라면 나는 박경리의 대하 장편 『토지』를 들겠다. 무엇보다도 국어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국어 능력이 비약하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600명 가까운 인물이 등장하는 이 대작은 인간 공부의 뛰어난 교과서이다. 『토지』를 통해 인간을 깊고 넓고 섬세하게 이해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나아가, 우리가 잘 모르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으니 이 땅의 젊은이라면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큰 작품이니만큼 전체를 다룰 수는 없는 것, 여기서는 그
‘인싸가 선택한 00’, ‘인싸 되는 00’…. 최근 대중매체에서 많이 보이는 표현이다. 사방에서 ‘인싸’가 되라고 압박하는 것 같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집단에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이른다. 이들은 각종 모임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목의 대상이 된다. 한편 이들의 반대 축에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인 ‘아싸’가 있다. 집단과 어울리지 않는, 혹은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는 대개 놀림의 대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싸가 되는 것까지는 포기하더라도 아싸는 피하고 싶어 한다. 단체 활
『열두 발자국』은 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정재승 교수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강연 중 가장 흥미로운 12편을 묶어 만든 책이다. 이 책은 다양한 과학적 연구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인용하면서 1부는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내용, 2부는 급변하는 미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정재승 교수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뇌 과학 지식을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누구나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안하고 있어, 과학자가 쓴 책이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 있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평론가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없이 앙드레 바쟁(Andre Bazin, 1918~1958)을 꼽을 것이다. “현재 가장 위대한 평론가...”. 바쟁의 사후 작성된 에릭 로메르(Eric Rohmer)의 추도문( 1959년 1월호)에 적힌 이 구절의 타당성을 의심하는 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의 창립자들 중 한 명이자 이 영화 잡지의 정신적 지주로서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세대의 아버지 노릇을 했던 바쟁만큼 거대한 족적을
20세기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인간 폭력성의 결합은, 대포와 기관총 및 독가스 등 효율적인 대량 살상 무기의 본격적인 사용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900만 명 이상의 군인 전사자와 2200만 명에 달하는 군인 부상자, 1900만 명을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는 한국전쟁 당시 군인 사상자가 217만 명, 민간인 사상자가 99만 명이라는 사실과 비교해보았을 때 엄청난 수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그래픽 노블 작가인 자크 타르디(Jacques Tardi, 194
시각예술 비평가이자 소설가, 문화사회학자로 알려진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는 예술과 인문, 사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의미에 관련한 물음을 던져왔다.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언인지 안다.” 『본다는 것의 의미』의 위와 같은 첫 문장을 통해 버거는 시각의 언어에 대한 우위가 아니라,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현실을 인지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각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게 해주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쳐있는 나이를 우리 사회는 청춘이라고 한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봄날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뒤돌아 본 자들은 청춘의 시기를 아름답다고 추억하지만 정작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들에게 청춘은 아름답기만 한가? 봄철이라는 계절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많은 단계의 변성과 변태를 감당해 내어야 하는 치열한 계절이다. 그래서 스콧 핏츠 제럴드는 ‘The Great Gatsby’에서 이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Vulnerable(상처받기 쉬운)한 시기라고 칭하기도 한다. 어른의 몸이 되어
프랑스 ‘파리’하면 어떤 풍경을 떠올리는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 도시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중세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파리는 프랑스 제2제정 시기 파리 개조 사업을 주도한 오스만(Haussman) 남작에 의해 근대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상하수도 정비를 비롯해서 좁은 골목을 따라 만들어진 건물을 허물고 ‘불르바르(boulevard)’와 ‘아브뉴(avenue)’로 불리는 대로를 만들어 도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포석으로 잘
『지하생활자의 수기(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 ья)』는 도스토옙스키(Ф. М. Достоевски й, 1821~1881)의 문학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모순된 이항 대립적 요소와 선과 악, 우월감과 열등감, 그리고 신성과 잔인성 사이의 대립과 투쟁을 묘사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본인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세계적 수준의 고전(古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은 1866년에 나온 『죄와 벌(Prestuplenie i nak
세계화와 4차 혁명으로 요약되는 전대미문의 환경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2018년 대학생들에게 무슨 책을 추천해야 할까? 자아 성찰과 진정한 자유를 찾는 마음공부도 필요하겠지만 실물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아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세속적인 돈’으로부터 해방(financialfreedom)되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되는 길이라 여겨진다. 조성호 교수가 추천하는 책은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다. 『부자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