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에서 긴 역사·전통을 보유한 명문 가문이다. 루돌프 1세(Rudolf I, 1218~1291)가 신성 로마 제국의 왕으로 선출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카를 1세(Karl I, 1887~1922)까지 600년 동안 오스트리아를 통치했다. 600년 동안 합스부르크 왕가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일구어냈고, 그 결과는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등 바로크 시기 거장들의 작품은 감상자로 하여금 감탄
철학 교양서인 『#철학』은 ‘나-우리-사회-세계’가 관계 맺고 있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관계 맺음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살펴보려 기획되었다. 이 글의 필자들은 모두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다. 네 명의 서양 현대철학자들이 모여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학교에서 만나는 청춘들이 묻고 싶으나 묻지 못한 이야기, 답을 구했으나 답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통해 현실적인 사건으로 철학적 문제들을 고찰하고 사유하는 기쁨을 직접 맛볼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깊은 가을 노란 은행잎 색의 표
지인과 (2022)에 관한 대화를 한 적 있다. 지인은 이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영화라 말했고 기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자가 생각하는 완벽한 영화는 무엇이냐”는 질문엔 도리어 답하지 못했다. 갖가지 영화를 나열해봐도 모두 조금씩의 결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대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은 있다. 좋은 영화는 보고 나면 여러 감정, 즉 여운이 남는다. 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Andre Paul Guillaum
기자가 박해영 작가의 (2018)를 택한 건 인생의 쓴맛을 많이 볼수록 더 많이 위로받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행복하자” 는 뻔한 말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하루를 버틴다. 각각 다른 퍼즐 조각처럼 모두 다른 사연이 있고 버티는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행복’이라는 퍼즐을 마침내 완성시킨다.에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아저씨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중에는 정리해고를 당하고, 여러 번 말아 먹은 장사로 아내와 별거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 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 바탕의 짧은 꿈” 흔히들 생각하는 복수극의 한 장면은 끔찍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총칼을 빼 드는 섬뜩한 사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자기 자식을 버리고, 원수의 집에서 이십 년을 지낸 남자가 있다. 연극의 주인공, ‘정영’의 이야기이다. 2015년 국내 초연된 연극 은 2019년 관객이 뽑은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4년여 만에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조선 여인의 향취가 가득한 민예품 및 민속품에서 미의 본질을 찾았다. … 현대적 감각으로 다룬 이 작품들은 그의 풍아(風雅)와 운치로써 이미 과거가 아니고 현재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지향 이숙자의 작품에 대하여 미술평론가 석남 이경성이 남긴 평이다. 1967년부터 1978년까지 홍익대학교 초대 박물관장이었던 이경성은 제자인 이숙자의 첫 개인전 《이숙자 한국화전》(1973)에 서문을 써주었으며, 그의 영향으로 는 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숙자는 1963년에 홍익대학교에 입학하여 천경자에
기자가 이 코너를 위해 처음 선택한 작품은 이 작품이 아니었음을 고한다. 기자는 본래 평창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다루려 했다. 그러나 3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평창에서 촬영지로 향하는 버스는 하루에 단 두 번밖에 운행하지 않았고, 택시는 잡히지도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에 가야 했고, 계획했던 모든 일이 꼬인 그날은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 다시 평창을 가기에는 시간이 없었던 터라 급하게 새로운 작품을 선택해야 했던 기자는 서촌과 익선동을 비롯한 종로 일대와 남산에서 촬영된 이 작품을 알게 됐다. 기자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일 겁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두 번째 작품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오만과 편견』(1813)의 첫 대사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인 만큼 영화나 드라마 등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여기, 그 무수히 많은 작품들 중 단연코 가장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연극이 하나 있다. 바로 연극 이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정밀한 인물 묘사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제인 오스
책 『문화트렌드 2022』에 따르면 올해 떠오르는 문화 콘텐츠들은 대중의 내면적 감정 표출을 위해 ‘사적 응징’에 집중하고 있다. 죄를 짓고도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범죄자들과,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며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공권력을 향해 분노한 사람들은 어느샌가 법의 울타리를 벗어난 사적 응징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미디어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사적 응징으로 관객에게 사랑받은 (2018),
하종현은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9년에는 전위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했으며, 1974년까지 AG 회원으로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실험했다. 그는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탈회화 작업을 거쳐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대 캔버스와 물감의 물성 표현에 착안한 회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때 제작된 것이 《접합》 연작(1974년~2000년대)으로, 《접합》 연작은 마대 천과 배압법이 그 특징이다. 《접합》 연작에 쓰인 올이 굵은 마포는 하종현의
대면 수업을 앞두고 불안해하던 시기에, 고연희의 『고전과 경영』이라는 책에 실린 ‘이윤(伊尹)’의 고사와 그 해설을 다시 찾아 읽으며 반성했다. 제목만 보아선 경영과 관련된 책인가 싶지만, 이 책은 조선 후기 왕실에서 교육용으로 제작한 그림책 『예원합진』의 글과 그림 총 24편을 3부로 나누어 하나하나 소개한 것이다. 고전 가운데 현대에도 실릴 만한 경영 관련 지침들을 모아 놓은 점에서 이 같은 제목을 단 것이 아닌가 싶다.저자의 머리글에 따르면, 『예원합진』은 현재 일본 나라(奈良)의 야마토분가칸(大和文華館)에 소장되어 있어 저자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중략)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정일근, 『어머니의 그륵』 中위 시에서 시인은 자신과 어머니가 사용하는 어휘인 ‘그릇’과 ‘그륵’을 대비한다. 사실, 시인이 학교에서 배운 그릇과 어머니가 인생에서 배운 그릇은 사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릇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시에서는 시인과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역량을 쌓고 끝까지 풀어내야 한다.『축적의 길』에서 저자는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념설계(Concept Model) 역량을 키우며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념설계는 무엇이며, 왜 우리 산업에 필요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정체된 한국의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져
“내 모든 작품은 몬트로이그(Mont-roig)에서 잉태된다.”추상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으로 자연을 탐닉하고 시적인 예술세계를 펼쳐 보인 스페인의 미술가 호안 미로는 화폭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호와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조형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머물렀던 마요르카, 파리(1920년대), 뉴욕(1940년대), 일본(1960년대) 모두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우리 박물관 소장품의 제목이기도 한 ‘몬트로이그’는 그에게 충격을 던지는 근원적인 땅으로, 그가 평생 작품과 삶 속에서 회귀하고 힘을 얻는 자기 존재의
‘욕망’의 사전적 의미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다.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자 욕망이라는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속삭임에 매혹당해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파멸로 몰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2012), (2010), 그리고 (2018)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나간 젊음은 돌아오지 않기?슴된?는 지나가 버린 젊음을 원했던 ‘적요’와
2010년대에 들어와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웹소설(Web Novel)에 대한 큰 호응으로 이어졌다. 현재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게임, 만화 등이 활발히 제작되는 중이며 많은 사업체들도 웹소설 시장에 참여하는 추세다. 이렇듯 웹소설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아직은 웹소설이 종이 소설을 완벽히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웹소설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제작된다. 이에
‘춤추는 낱말’, 이곳에는 그저 하나의 ‘시’만이 존재한다. 시(詩)란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 작품, 동시에 언어의 울림이자 음악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시가 마음껏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한다. 결국, 시는 예술가의 작품과 하나가 되어 공간을 날아다닌다. 작품으로서 날아오른 시는 공간 속을 유영하고 시어가 품은 미묘한 정서와 다양한 사유는 우리 생각을 확장한다. 나아가 집단적인 (무)의식과 감각, 생동하는 힘을 만든다. 이번 전시 展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의제인 ‘시(Poetry)’를
수많은 현대인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산다. 한강 뷰 아파트에 초고층 주상복합.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통창의 주거 공간.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집을 갖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곤 한다. 그런 공간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안정감을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 담배와 위스키 살 돈이 부족해서 집을 포기한 청춘이 있다. 바로 영화 의 ‘미소’다.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으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해주며 생활비를 버는 미소는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작은 쪽방에서 산다. 빠듯한 생활을 하던 미
커다란 풍차를 마법사가 보낸 거인이라 착각해 몇 번이고 덤벼든 한 기사, 『돈 키호테(Don Quixote)』이야기를 알 것이다. 돈 키호테는 온갖 위험에 처하면서도 이것이 기사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이라 생각하며 모험에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며 조롱하기 일쑤였지만, 돈 키호테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 하나만을 믿고 나아갔다. 당신에게는 돈 키호테가 그저 허망한 꿈을 쫓는 정신 나간 노인으로 보이는가? 앞뒤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돈 키호테의 용기가 당신에게도 있는가? 실패가
많은 사람들이 역사책을 즐겨 읽고 역사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얻곤 하지만, ‘역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시대의 역사나 특정 국가의 역사에 대해 논하기보다 ‘역사’ 자체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어 소개해 본다.이 책은 저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가 역사에 관해 진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1961년에 초판이 발행됐다. 에드워드 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