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찰나의 ‘결정적 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서는 20세기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이 바라본 세상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단지 그의 작품만을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해 평생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냄새는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쓰여 있는 냄새의 정의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다. 두 가지 사전적 정의만 봐도 알 수 있듯 냄새는 미묘하게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단 꽃향기를 맡고 사랑을 시작하기도, 축축한 비 냄새에 돌연 향수에 젖기도 한다. 어쩌면 시각이나 미각, 청각보다 더 섬세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이 후각이다. 그럼 우리는 냄새를 어떻게 인식하는 걸까? 이번 기획을 통해 후각의
미생(未生).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大馬)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 완생(完生)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울산매일신문』 2013년 8월호에 실린 문장을 빌리자면 ‘바둑판에서 미생은 한 집뿐인 상태를 말하며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바둑판에서 한 집만 가지고는 죽은 목숨’이라 한다. 드라마 (2014)은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뒤늦게 이 드라마에 푹 빠진 기자는 미생이 종영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김광우(金光宇, Kwang-Woo Kim, 1941~2021)는 ‘자연+인간’이라는 일관된 작품명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친 작가다. 2021년 3월 작고 전까지도 활발하게 작업을 수행해오면서 주요 전시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조각계의 흐름에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광우의 작품 (1979)은 김광우 작품 전개 중 전기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나무, 돌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자연의 여러 모습을 묘사 한 점 등이 전기시기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자신이 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본교 전인수 교수님께서 2019년에 본 칼럼에서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서두에 적으신 글이다. 필자도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러나 『문화 트렌드 2022』는 여러분이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에 소개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바야흐로 트렌드서의 전성기이다. 시중에는 흘깃 보아도 서적 대여섯 개 이상이 전시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조급함과 앞서려는 도전정신을 무장한 독자들은 트렌드 서를 통해 세상을 읽으려 한다. ‘워라밸’, ‘가심비’
영화의 태초를 논하면 심심치 않게 열차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둘은 근대에 역사가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뤼미에르 형제가 감독한 (1896)을 봤던 관람객이 열차가 오는 장면에 놀라 도망쳤다는 도시전설이 있다. 열차를 다룬 영화는 현대에도 볼 수 있다. 열차는 여타 교통수단과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으며, 그러한 매력에 여러 감독이 매개체로 이용하기도 한다. 멈추라고 울부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철로를 따라
누구나 한 번쯤 모빌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아기방의 천장에서 한가로이 돌아가는 모빌과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포동포동한 손. 아마 모빌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가느다란 철사와 실에 매달린 온갖 물건들이 서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흔들리는 모양은 흡사 하나의 수형도(樹型圖)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 공예품은 그러나, 미술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흔히 조각가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해제되고, 미래를 낙관하는 업종들이 있다. 영화관이 대표적이다. 팬데믹을 전후로, 즉 2019년 대비 2020년 영화관 업종 Big3 브랜드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매출액은 각각 △70.0% △65.5% △68.6% 감소했다. 이들은 현재 오프라인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한편, 해당 시기에 급부상한 ‘홈 시네마’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염병의 여파로 위축된 대면 활동 대신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시민 사회의 여가 생활이 재구성되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포착한다. 이는 붓과 물감 등을 이용해 작가의 의도를 전하는 그림과 차이가 있다. 오늘날에는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하면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사진으로 재현되는 현대 문명은 어떠할까? 이번 전시의 작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b. 1955~)는 원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장면으로 구축하여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순수한 조형 요소로 표현하는 추상 회화나 단순함을 통해 미(美)를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등
서대문구에 위치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오늘 소개할 영화 (2020)의 주인공 ‘이찬실’은 자신에게 닥친 벅찬 현실을 뒤로하고 달동네로 이사 간다. 그래서 기자도 눈앞에 쏟아지는 벅찬 과제를 쳐다보다, 그만 두 눈을 꼭 감고 택시를 타버렸다. 찌더운 여름날 카메라 하나 덜렁 들고 떠난 홍제동 개미마을과 다산 성곽, 그곳엔 찬실이가 있었다. “언니, 이런 산 공기를 쐬고도 다시 못 일어나면 언니는 사람도 아니야” 영화는 웅장한 음악이 깔리고 ‘감독님’이라 불리는 한 남성이 심장을 움
벚꽃의 계절 4월이 지나고 푸른 5월이 시작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자칫하면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날씨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꽃이 피고 잎사귀가 돋아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사랑도 싹틀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날에, 사랑에 관한 영화 3편을 소개한다. (2015), (2017) 그리고 (2013)이다. 흔한 로맨스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진 이 3개의 영화가 사랑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展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관객의 온 감각을 자극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도록 돕는다. 전시는 현실 속에서 물밀듯 터져 나오는 정보들에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쉼을 선물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잠시 일상으로부터 ‘LOGOUT’(로그아웃) 하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향기, 노래, 빛 등 감각적인 요소들이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당신을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中지난 4월 초, 전국 곳곳은 북적거렸다. 벚꽃 명소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석촌 호수, 세종시 조천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벚꽃을 보러 나들이를 나와 서로의 사진을 찍는다. 체감하는 바와 같이 통계적으로도 벚꽃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벚꽃은 2004년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 9위, 2014년에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2019년 조사에서 2위로 부상했다. 벚꽃의 인기에 맞춰 각종 시장에서는 벚꽃 관련 상품을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우림의 노래 제목이자 tvN에서 2월 12일(토)부터 4월 3일(일)까지 방영한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드라마 (2022)는 노래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사처럼 영원할 줄 알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당시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담긴 이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어두운 창조의 밤을 헤치고 나올 수 있다.-『예술가가 되는 법』, 제리 살츠, p.15 199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72페이지의 작은 수기 노트-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1510)가 무려 347억에 낙찰됐다. 다빈치는 이 작은 노트 안에 머릿속에 떠오른 예술, 철학, 공학, 과학 등의 단편들을 꼼꼼히 메모하고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이 기록을 보며 다빈치가 하늘이 내린 천재이
2022년 상반기에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건은 단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일 것이다. 전쟁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 난민이 된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의 아픔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의 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응노는 현대회화로서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문자추상과 연작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인 팬데믹에 들어간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로 인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집 밖 식당에 나가서 한 끼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무서운 세상이 돼버렸다.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외국의 음식을 바탕으로 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2006)을 통해 핀란드의 풍경과 일본의 음식들을 눈으로 맛보고, 애니메이션 (2007)를 통해 프랑스의 음식을 맛보며 동시에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고 힐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실이 궁금한 시대다. 궁금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는 어려운 복잡한 시대다. 그래서 ‘믿고 거를’ 단서를 찾기도 한다. “단언하는 사람은 믿고 거르세요” “○○자료를 사용하는 채널은 믿고 거르세요” “그래프를 왜곡해 제공하는 기사는 믿고 거르세요” 해석하고 적용하는 고민을 덜어주기에 편리하지만, 빠르게 요령이 공유되는 시대라 단서의 유효기간이 그리 긴 것 같지는 않다. 가끔 학생들이 철학 전공자인 내게 묻는다. “진리란 무엇인가요?” 수업 후로 대화를 미루어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이제까지 철학에서 논의된 몇 가
진해는 군항제로 유명한 도시다. 매년 4월 벚꽃 개화 시기를 맞아 정문을 개방하는 해군사관학교 주위로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군항제는 3년째 열리고 있지 않지만, 진해의 벚나무들은 매년 겨울, 봄을 기다리며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이맘때 그 바닷가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과는 관계없이, 진해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진해를 떠나 서울로 온 어느 성공한 소설가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이루기 위해 진해로 돌아온다. 꽤 오래
바람이 거셌던 지난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중순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씩 외투가 얇아지고 있는 지금, 이번 ‘박물관을 가다’에서 소개할 작품은 박생광의 이다. 그림 중앙에는 얇은 선묘로 묘사된 누워있는 두 여인의 모습과 활짝 만개한 수선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 또한 화면 사이에 담묵으로 옅게 흐드러진 붓질도 보인다. 그러나 홍익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는 박생광 작품의 대표적인 강한 필치와 원색의 색상과는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1904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내고(乃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