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에 위치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오늘 소개할 영화 (2020)의 주인공 ‘이찬실’은 자신에게 닥친 벅찬 현실을 뒤로하고 달동네로 이사 간다. 그래서 기자도 눈앞에 쏟아지는 벅찬 과제를 쳐다보다, 그만 두 눈을 꼭 감고 택시를 타버렸다. 찌더운 여름날 카메라 하나 덜렁 들고 떠난 홍제동 개미마을과 다산 성곽, 그곳엔 찬실이가 있었다. “언니, 이런 산 공기를 쐬고도 다시 못 일어나면 언니는 사람도 아니야” 영화는 웅장한 음악이 깔리고 ‘감독님’이라 불리는 한 남성이 심장을 움
벚꽃의 계절 4월이 지나고 푸른 5월이 시작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자칫하면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날씨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꽃이 피고 잎사귀가 돋아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사랑도 싹틀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날에, 사랑에 관한 영화 3편을 소개한다. (2015), (2017) 그리고 (2013)이다. 흔한 로맨스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진 이 3개의 영화가 사랑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展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관객의 온 감각을 자극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도록 돕는다. 전시는 현실 속에서 물밀듯 터져 나오는 정보들에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쉼을 선물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잠시 일상으로부터 ‘LOGOUT’(로그아웃) 하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향기, 노래, 빛 등 감각적인 요소들이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당신을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中지난 4월 초, 전국 곳곳은 북적거렸다. 벚꽃 명소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석촌 호수, 세종시 조천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벚꽃을 보러 나들이를 나와 서로의 사진을 찍는다. 체감하는 바와 같이 통계적으로도 벚꽃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벚꽃은 2004년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 9위, 2014년에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2019년 조사에서 2위로 부상했다. 벚꽃의 인기에 맞춰 각종 시장에서는 벚꽃 관련 상품을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우림의 노래 제목이자 tvN에서 2월 12일(토)부터 4월 3일(일)까지 방영한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드라마 (2022)는 노래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사처럼 영원할 줄 알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당시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담긴 이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어두운 창조의 밤을 헤치고 나올 수 있다.-『예술가가 되는 법』, 제리 살츠, p.15 199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72페이지의 작은 수기 노트-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1510)가 무려 347억에 낙찰됐다. 다빈치는 이 작은 노트 안에 머릿속에 떠오른 예술, 철학, 공학, 과학 등의 단편들을 꼼꼼히 메모하고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이 기록을 보며 다빈치가 하늘이 내린 천재이
2022년 상반기에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건은 단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일 것이다. 전쟁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 난민이 된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의 아픔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의 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응노는 현대회화로서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문자추상과 연작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인 팬데믹에 들어간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로 인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집 밖 식당에 나가서 한 끼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무서운 세상이 돼버렸다.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외국의 음식을 바탕으로 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2006)을 통해 핀란드의 풍경과 일본의 음식들을 눈으로 맛보고, 애니메이션 (2007)를 통해 프랑스의 음식을 맛보며 동시에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고 힐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실이 궁금한 시대다. 궁금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는 어려운 복잡한 시대다. 그래서 ‘믿고 거를’ 단서를 찾기도 한다. “단언하는 사람은 믿고 거르세요” “○○자료를 사용하는 채널은 믿고 거르세요” “그래프를 왜곡해 제공하는 기사는 믿고 거르세요” 해석하고 적용하는 고민을 덜어주기에 편리하지만, 빠르게 요령이 공유되는 시대라 단서의 유효기간이 그리 긴 것 같지는 않다. 가끔 학생들이 철학 전공자인 내게 묻는다. “진리란 무엇인가요?” 수업 후로 대화를 미루어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이제까지 철학에서 논의된 몇 가
진해는 군항제로 유명한 도시다. 매년 4월 벚꽃 개화 시기를 맞아 정문을 개방하는 해군사관학교 주위로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군항제는 3년째 열리고 있지 않지만, 진해의 벚나무들은 매년 겨울, 봄을 기다리며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이맘때 그 바닷가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과는 관계없이, 진해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진해를 떠나 서울로 온 어느 성공한 소설가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이루기 위해 진해로 돌아온다. 꽤 오래
바람이 거셌던 지난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중순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씩 외투가 얇아지고 있는 지금, 이번 ‘박물관을 가다’에서 소개할 작품은 박생광의 이다. 그림 중앙에는 얇은 선묘로 묘사된 누워있는 두 여인의 모습과 활짝 만개한 수선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 또한 화면 사이에 담묵으로 옅게 흐드러진 붓질도 보인다. 그러나 홍익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는 박생광 작품의 대표적인 강한 필치와 원색의 색상과는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1904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내고(乃古)
2018년에 실시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하루에 1잔꼴이다.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인 132잔의 약 2.7배에 달하는 수치로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커피를 우리는 어디서 마실까? 밥을 먹은 뒤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와 그리고 가족과 함께 카페로 향한다.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오늘날, 흔하게 마주하는 카페에 대해 알아보자.카페? 카페테리아?흔히 ‘카페(Cafe)’라 불리는 이
공예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본디 대지를 이루고 있던 것에서 비롯됐다. 나무, 흙, 광물 등 살아 숨 쉬는 대지가 낳은 재료들을 인간이 다듬고 연마했고, 비로소 이들이 실생활에 사용하는 ‘사물’인 공예품이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기획전 展은 일상 속 편리한 도구로만 치부되던 공예품들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전시는 지난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에서 선보였던 주제 안에서 전시 작가와 작품을 문화역서울284 공간에 맞춰 새롭게
2022년 검은 호랑이 임인년(壬寅年)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임인년의 임(壬)은 오행상 수(水)의 기운으로 검은색, 북쪽, 지식과 정보, 지혜, 어두움 등을 뜻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인년을 ‘지혜로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혜롭게 코로나 시국을 잘 헤쳐 나가 마침내 밝고 건강한 2022년이 되길 소망하며 호랑이와 관련된 유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힘과 용맹을 상징하며 산신(山神), 산군(山君) 등으로 일컬어지며 신수(神獸)로 여겨졌다. 호랑이의 용맹함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믿음
사랑은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화두이자 삶의 핵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청년기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보다 진지하고 성숙한 태도로 연인관계를 형성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훗날 자신에게 적합한 배우자를 선택할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사랑은 마음먹은 대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감정의 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랑의 여정은 녹록지 않다. 故 김광석님의 이라는 노래가
발표용 ppt를 만들 때 우리는 하나의 고민에 빠진다. 바탕체는 성의 없어 보이고 맑은 고딕은 어딘가 심심하다. 그러나 특색을 주겠다고 손글씨나 너무 볼드한 폰트를 꺼내는 순간 가독성을 잃고 내용이 아닌 글자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어떤 폰트를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사실 같은 폰트라도 크기, 자간의 넓이, 굵기 등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글자처럼 보일 수 있다. 이것이 타이포그래피의 힘이다. 서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를 고려해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피는 당신의 ppt를 더 세련되게 만들어줄 것이다. 컴퓨터로 모든 걸 작업
실존하는 많은 것들이 무형의 디지털 데이터로 변해가는 요즘, 영화 제작 기술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CG(Computer Graphic) 기술의 발전 속에서, 손이 더 많이 가는 것이라도 그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꾸준히 사용되는 영화 기법이 있다. 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스톱 모션은 영화 촬영에서 대상을 연속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닌 촬영 대상의 움직임과 같은 변화를 단일 프레임 마다 촬영한 뒤 그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재생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카메라를 멈추고(stop) 피사체에 변형을 가한 다음 다시 촬영해
귀농이라는 사회적 트렌드가 부상함은 도시라는 공간이 대중의 일상성을 대변함을 추측하는 동시에,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 줄 별도의 공간으로 시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러한 맥락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귀농을 소재로 한 방송과 드라마가 인기를 끈 한편, 그러한 소재들은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한 단순한 포맷, 즉 정착과 적응의 서사로 점철되어 간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를 차치하더라도, 귀농에 ‘실패’한 이들이 도시로 돌아오는 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2018)는 눈밭에 쌓여 꽁꽁
‘이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가능케 하는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권리이다. 특히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은 이동이 가진 영향력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라고 믿었던 ‘이동’이 우리의 삶,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며 이동의 구조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물리적 이동뿐만 아닌 정보의 이동, 행위로서의 이동, 계급의 이동 등 다양한 개념의 이동을 다룬다. 해당 전시에 참여한 총 8명(팀)의 작가들은
북촌 거리를 걷다 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몇 개 있다. 대부분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다. (2011), (2013) 등 홍상수 감독의 많은 영화는 북촌을 배경으로 하고, 나오는 카페나 식당도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 학기의 파릇파릇한 새싹을 떠올리며 기자는 홍상수의 영화 중 (2018)을 가져왔다. 탄생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한다. 영화 (2018)의 풀잎들은 자라나고 있는 것일까 죽고 있는 것일까. ‘저 사람은 오늘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영화에는 다섯의 짝이 등장한다. 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