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9.19 화 22:53
상단여백
HOME 기획 주제기획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돌파구, YOLO당신의 오늘은 어디에 있나요?
  • 정이솔 기자,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2.28 22:14
  • 댓글 6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만약 당신에게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어느 한 철학자의 말처럼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후회 없이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해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무엇을 하든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후회 없이 즐기는 이들이 있다. 내일보다 오늘에 충실한, 남보다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의 삶의 모토는 바로 YOLO(욜로)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외침, YOLO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대된 욜로의 의미를 살펴보다

출처: Freepik

  ‘YOLO(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인생은 한 번뿐’, ‘단 한 번뿐인 인생’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래 ‘yolo’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주로 대화의 화제를 전환할 때 쓰이던 말로, 어떤 의미를 함축하기보다는 마치 추임새처럼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는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Drake)가 발매한 ‘The Motto’라는 곡을 기점으로 그 쓰임새를 달리했다. 드레이크는 ‘You only live once : that’s the motto YOLO’라는 구절로 한 번 뿐인 인생이라는 욜로의 의미를 재조명하였으며, 이는 곧 욜로를 젊은 층에게 사랑받는 신조어로 변신시켰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즐기고 사랑하라는 욜로의 의미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것이다.
  하지만 욜로의 인기를 본격적으로 상승세에 이르게 한 이는 따로 있었으니, 그는 바로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이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욜로를 언급하며 대통령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친근하고 코믹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욜로를 통해 한 개인과 개인의 현재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중요성을 부각하였다. 이 영상으로 욜로는 많은 이들에게 다시금 회자되었으며, 보다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실제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헬로(hello)’나 ‘굿 럭(Good Luck)’과 같은 인사말 대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욜로’가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욜로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또한 이처럼 모험으로 가득 찬 삶에 행복을 느끼는 배낭여행객과 연관이 있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홀로 여행을 즐기는 여성이 배우 류준열의 칭찬에 욜로라는 말로 화답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욜로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욜로 라이프를 사는 욜로족들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남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자기지향적 성향을 지닌다. 이들은 전통적인 공동체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간다. 따라서 욜로족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믿는 신념에 따라 혹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생활하며, 이러한 생활에서 행복을 얻는다. 이들을 욜로족이라 규정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현재지향성’이다. 욜로족은 그 무엇보다도 현재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돈을 모으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며 살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지금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소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살아간다. 이러한 두 가지 지향점, ‘나’와 ‘현재’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욜로이며, 이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욜로족이라 일컫는다.

 

커져가는 욜로를 향한 목소리 속 숨겨진 시대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다

남보다는 '나'를 위하는, 불안한 미래보다는 행복한 '현재'를 꿈꾸는 이들의 외침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욜로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Instagram)만 해도 욜로에 관한 게시물이 무려 수십만 개에 달한다. 본래 노래 가사 속 하나의 용어로서 그 시작을 알렸지만 이제 욜로는 더 이상 그 의미 자체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욜로는 하나의 격언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있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2월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saramin.co.kr)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30대 성인남녀 830명 중 84.1%가 이른바 ‘욜로 라이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한 미래의 행복과 현재의 행복 사이 우선순위를 묻는 항목에서 53.3%가 현재의 행복을 택하는 등 현재의 가치를 중시하는 일명 ‘욜로족’과 유사한 삶의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기중심적이며 현재지향적인 욜로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삶의 조언을 넘어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욜로라는 모토를 가슴에 새기며 스스로 욜로족이 되기를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짚어볼 수 있는 것은 변화된 사람들의 가치관이다. 수많은 가장의 삶을 무너뜨린 1997년 IMF를 기점으로 사람들의 시선은 점차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옮겨갔고, 이는 많은 이들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안내했다. 가족과 공동체를 생각하며 자신의 몸을 바쳐 일했지만 정작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신이 돌아갈 곳은 없었고,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돈을 모았지만 경제적 위기 앞에서 이는 모두 헛걸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에는 1인가구
의 증가도 한몫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1인가구의 수는 약 100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367만 가구)의 27.4%에 달한다. 이는 16.3%를 기록했던 2000년과 비교하면 2배가량 증가한 것
으로 매우 가파른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인 가구의 연령대별 비중은 2~30대가 각각 17%,18.3%로 주를 이뤘다. 이는 계속되는 취업·경제난 등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적 안정을 찾은 뒤 하려는 경향이 강해 초혼연령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으로 확대된 1인가구는 가족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욜로 라이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실제 자신을 욜로족이라 생각하는 응답자는 총 44.5%에 달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이들이 욜로를 택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시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몇 년간 악착같이 일해도‘내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경제 불황,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도 몇 년을 졸업유예생 혹은 이른바 ‘취준생’으로 집안 눈치를 보며 수십 개의 이력서를 써야 하는 청년 실업 등. 일각에서는 열심히 살아도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이러한 불안한 미래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일종의 도피수단으로 현재에 가치를 두는 ‘욜로’를 선
택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작년부터 이어진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또한 ‘욜로 라이프’를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나라의 부정부패가 속속들이 드러나며 사람들은 더 이상 현재를 포기 할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추상적인 기대보다도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원한다. 욜로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를 넘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인 셈이다.

 

올해의 소비트렌드, 욜로

나의 ‘현재’와 현재의 ‘나’의 가치를 높여줄 경험을 찾는 욜로족을 위해

출처:인터파크

  많은 이들이 ‘욜로 라이프’를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소비 시장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었다. 남보다는 ‘나’를, 미래보다는 당장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욜로족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욜로족의 소비 형태는 기존의 소비자들과 어떻게 다를까. 이들의 소비형태를 아우르는 단어는 바로 ‘경험’이다. 욜로족은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자신이 밥을 굶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소비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욜로족은 자신의 이상향을 위해, 다시 말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소비한다. 따라서 이들의 소비는 충동구매와 관련된 물질적인 소비가 아니라 비물질적인 소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욜로족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주로 여행이나 학습 등의 체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소비는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통한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DS세계일주학교’ 또한 이러한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DS세계일주학교’는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좌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설된 강좌이다. 이처럼 욜로족이 소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한 달 치 위시리스트가 아닌 그들의 인생에 걸친 버킷리스트로, 충동소비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출처: 세일투나잇

  다음으로 욜로족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일으킨 큰 변화 중 하나는 ‘타임커머스(time commerce)’ 마케팅이다. 본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항공, 호텔, 공연 등의 티켓은 미리 서둘러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여러 제약에 부딪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여행을 꿈꾸기보다는 현재의 자신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욜로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으로서 타임커머스가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일반 상식을 뒤집는 것으로, 오히려 마감이 임박한 제품을 싸게 파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 이를 활용한 데일리호텔, 세일투나잇, 플레이 윙즈 등 여행, 공연 등과 관련된 상품을 이른바 ‘땡처리’로 제공하는 앱이 대거 등장했으며, 2015년 관련 업계 추정 거래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경우 2016년 6월 한 달 ‘땡처리’ 항공권 판매가 직전 해 대비 5배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시장에서는 ‘욜로’라는 소비트렌드에 발맞춰 ‘미래’가 아닌 ‘지금’이라는 시간의 한정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욜로가 강조하는 두 가지, ‘나’와 ‘현재’ 중 ‘나’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또한 눈에 띄게 늘었다. 1인가구가 증가한 것과 더불어 남에게 구애받지 않는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1인’이 많아지며, 이들의 경제활동을 이르는 ‘1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등 이른바 ‘나홀로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이 기록한 높은 시청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등의 ‘1코노미’는 소비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음식점, 영화관 등에서는 혼밥을 위한 1인 테이블, 혼영(혼자 영화보기)을 위한 싱글석 등 개인을 중시하는 욜로족을 위한 서비스를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욜로는 소비시장에까지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욜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확산되는 욜로 트렌드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욜로가 단순히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가 아니라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저조한 경제성장률로 인해 청년세대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욜로 트렌드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불황의 장기화로 미래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프리터’(‘free’와 ‘arbeiter’의 합성어)들의 증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욜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욜로족이 프리터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버린 것이라 해석하며,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욜로 라이프를 택한 배경에는 분명 이러한 암울한 시대상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욜로는 단순히 시대적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니다. 욜로족은 현실에 안주하며 미래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변화된 시대에서 살아나갈 새로운 가치를 찾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욜로는 시대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새로운 시대를 움직이는 동기이다. 이처럼 욜로라는 한 단어에는 일상에 빛바랜 꿈과 도전정신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욜로는 매 순간을 사랑하고, 후회 없이 지금을 즐기라는 청춘들의 긍정적인 외침이자, 희망을 담은 염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날씨에 홀로 자신만의 노래 부르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베짱이들을 응원한다. YOLO!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참고문헌: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17, 미래의창, 2016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saramin.co.kr)
통계청

 

정이솔 기자, 조재형 기자  dlthfrhkd/cjhpmk001@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6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