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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권력: 펜트하우스는 왜 비싼가?(2)부장님의 자리
  • 유현준 (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17.1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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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시각적 관계에 의한 권력구조는 사무실에서 부장님 책상의 가구배치에서도 극명하게 들어난다. 지금은 창조적인 사무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책상배치가 많이 랜덤 해졌지만 70~80년에 회사생활을 하신 분들은 책상배치에 의한 권력의 분배를 체험하셨을 것이다. 언제 한번 구청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을 방문해보라. 일반적으로 공무원 사무실에 가면 부장님은 창가에 창문을 등지고 앉아계신다. 그리고 그 앞으로 좌우 양측으로 직원들이 줄지어서 책상들이 마주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복도 쪽에는 말단이 앉고 연배가 높아질수록 창가 쪽으로 위치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높으신 분들은 자기 책상을 오갈 때 부하직원의 책상을 자연스럽게 감시할 수가 있는 반면, 부하직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는 상관의 책상 쪽으로 들어갈 수 가 없다. 따라서 상관이 일을 하는지 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좌우대칭 책상배열에서 평직원들은 동급끼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는데, 이는 서로 쳐다보는 두 사람이 같은 수준의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본인의 프라이버시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책상 앞에 책들을 꽂아서 담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인간의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과 권력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일반적인 사무실 가구배치에서 부장님은 고개만 들어도 직원들이 일하는 옆모습과 책상 위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은 옆에 계신 부장님이 자기를 보는지 안 보는지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부장님을 바라보면 배후에 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후광으로 눈부셔서 직접보기도 힘들고 실루엣정도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후광이 있는 자리다. 마치 성인(聖人)의 초상화에서 보이는 얼굴 뒤에서 빛이 나듯이 부장님 자리는 후광이 있는 구도가 되는 배치다. 밖에도 복도 쪽에 앉은 말단 직원은 부장님과 자신 사이에 앉아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권력의 피라미드에서 층층시하의 자신의 위치를 재차 확인하며 부장님은 직접 말을 걸기 힘든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같이 간단한 가구 배치만을 통해서 권력을 표현하기도 하고 집행하기도 할 수 있다.

좀 전에 펜트하우스가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최고의 권력을 주는 공간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옥탑방은 왜 안 비싼가? 보통의 드라마에의 신데렐라 여주인공이 사는 곳의 단골로 나오는 장소가 옥탑방이다. 드라마를 찍었을 때 배경으로 보이는 야경이 로멘틱해서 촬영장으로 채택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여주인공이 옥탑방에 산다는 설정을 보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옥탑방은 권력의 최하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설명된다. 다른 집을 다 내려다보는 옥탑방의 가격이 싼 경우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의 파워라는 것은 그렇게 시각적인 관계성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옥탑방의 가격이 펜트하우스와 다른 이유는 굳이 찾는다면 보안상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펜트하우스는 로비부터 시작해서 방까지 가는데 수차례의 보안 게이트가 있다. 우스게 소리로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들은 짜장면 배달하면 수위 검문 받다가 짜장면이 다 불어서 배달 못해먹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처럼 여러 단계의 보안상의 차폐는 그 보안벽 너머의 공간을 더 중요하게 만들어준다. 독자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클럽에 갔을 때 문지기가 줄을 걸어놓고 못 들어가게 막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대단한 곳도 아닌 음악 틀어놓은 지하실 들어가는 데 막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왜 일까? 그 선을 넘어가는 사람과 못 넘어가는 사람사이의 커다란 권력구조상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클럽의 경우 그 선은 단순히 입장료로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젊음과 외모로 판가름 난다. 우리가 유명 클럽에 들어가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통과한 사람은 자신이 차별화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다. 클럽주인은 그런 달콤한 경험을 파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옥탑방은 옆집 옥상에서도 뛰어서 넘어 들어올 수 있는 보안이 전혀 안 되는 취약한 공간이다. 그 만큼 중요한 공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펜트하우스와는 달리 가격이 높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공간의 디자인은 권력의 창출과 재분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건축가들이 도시구조를 디자인하고 건물을 디자인 하는 것은 향후 수백 년간의 권력구조를 세팅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유현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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