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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의 넋두리

이신아(경영05)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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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번역에 관심이 있었지만 ‘내가 정말 해도 되는 걸까’라고 많이 망설였다. 주변에 언어를 전공한 친구들에게 내 고민을 얘기하면 그들은 내게 좋은 조언들을 해주었지만 항상 “내 실력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난 아직은 아닌 것 같아. 내가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급하게 마무리하고는 화제를 돌려 귀를 닫아 버렸다. 


출판 번역에 관심 있는 다른 친구가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추천할만한 수업이 있는데 같이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그 수업은 바로 어린이 책에 관련한 수업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이 책이 어른 책보다는 더 쉬우니, 출판 번역 입문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바로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 개강일이 되어 첫 수업을 들어가기 30분 전까지도 ‘내가 과연 이 수업을 들을 깜냥이 되는 건가, 아직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이러한 고민들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그냥 취소해버리고 집에 갈까 몇 번이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그냥 들어보자며,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 첫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그때 취소하지 않고 앉아서 수업을 다 듣고 온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그 수업은 내 고민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 수업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많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혼자 공부하면서 막연히 상상하던 것은 실제와 전혀 달랐다. 어린이 책과 어른 책은 난이도가 높고 낮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분야였다. 오히려 어린이 책이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수업 덕분에 어떤 분야를 작업해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서도 방법을 찾아보지 않고 혼자 끙끙 고민했을까.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린이 책을 더 쉬운 분야라고 생각했을까. 이 경우뿐만 아니라 나는 직접 겪어보지 않은 것에 쉽게 일의 난이도를 매기고 단계를 정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든 일에는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생각하지 못한 특색이 있다. 물론 모든 일을 다 겪어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아마 그렇겠지’ 하고 속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직 그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주춤하는 것도, 꼭 겸손한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실력을 가졌든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노력하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혼자 속으로만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입 밖에 꺼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다 보면, 생각지 못한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 기회가 찾아올 때 그것을 계기 삼아 잘 발전시키는 것은 또 그때의 몫이겠지만, 어쨌든 마음속으로만 묵혀두며 가만히 있어 좋을 것은 없다. 이상, 오늘 저녁 마감에 시달려 몸부림치고 있는 졸업생의 넋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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