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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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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

서울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런던의 하이드 파크나 뉴욕의 센트럴 파크 같은 도심공원이 없다. 가까운 일본의 동경에 비해서도 도심 내 녹지비율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상상하면 아름드리나무가 있고, 햇볕이 잘 드는 잔디밭에서는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고, 원반을 던지면 개가 물고 오는 그런 행복한 휴식의 일상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더 행복해지고 싶은 우리는 대형 도심공원을 꿈꿔온 듯하다. 그러던 중 용산의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기회가 와서 서울도 센트럴 파크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그 공원이 조성되면 우리도 뉴욕시민처럼 세련되고 우아하게 행복한 시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것도 같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북유럽의 고가 등산용품 회사에 엄청난 물량을 주문했다고 한다. 주문량을 믿지 못한 본사 사장님이 서울에 와보고서 세 가지에 놀랐다고 한다. 첫째, 우리나라 남자들이 평상시에도 등산복을 입고 일을 한다는 점. 둘째, 야산을 등반할 때에도 비싼 기능성 등산복을 차려입고 간다는 점. 셋째, 도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산에 갈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세 번째의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도심에서 지하철 한번만 타면 갈아타지 않고서도 수십 분 내에 산에 갈수 있다. 그 정도로 녹지가 가깝다. 다른 나라의 경우 하이킹을 위해서 산에 가려면 하루 날을 잡아서 몇 시간차를 타고 가야한다. 가까이에 국립공원 수준의 산들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많은 녹지공원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남산이 있고 주변으로는 북한산, 인왕산, 도봉산, 청계산 등 눈만 들면 산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녹지가 부족하다고 말을 할까?

 

산이 가지는 한계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땅의 기울기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상황의 문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녹지는 대부분이 산이다. 산이라는 것은 경사를 가지고 있는 녹지이다. 우리의 몸은 평지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기 쉽고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에 경사지에서 우리의 행동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등산을 가게 되면 산을 오르거나 아니면 내려오는 두 가지 종류의 행동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산에서 여러 명이 둥그렇게 모여서 수건돌리기를 하거나 원반던지기를 할 수는 없다. 그저 앞에 가는 사람 뒤통수나 엉덩이를 바라보고 등산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내려갈 때에는 발만 보고 걸어야 한다. 주변을 감상할 여유도 가지기 힘들 때가 있다. 가끔씩 동행 한 사람이랑 둘러앉아서 오이라도 먹으려면 여간 힘들게 아니다. 이처럼 기울어진 땅은 한 방향성을 강요하는 공간이자 단순한 행위만을 허락하는 공간이다. 산에서는 우리가 센트럴 파크를 상상하면서 떠오르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경사지가 항상 안 좋은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태리의 시에나에 가면 경사진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이태리의 다른 광장과는 다르게 시청건물을 향해서 약간의 경사가 져있다. 여기에 앉는 사람들은 중심점에 위치한 시청을 향해서 자연스럽게 앉게 된다. 광장의 경사지 덕분에 시청을 구심점으로 하는 공공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경마대회도 열린다. 유일무이한 새로운 형태의 광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10도 이내의 기울기로 우리나라의 산처럼 경사가 심하지는 않다. 대부분이 경사지인 녹지로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공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서울숲

녹지가 경사지로 되었다는 점 외에 또 다른 단점은 일상생활에서의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녹지는 서울시청 앞 광장이다. 이곳은 붉은악마의 응원장이자 각종 시위의 메카로 사용된다. 그 이유는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주변에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무엇을 하던지 관객이 있는 장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 앞 붉은 악마의 물결을 보려고 건너편 플라자호텔에서 시청 앞 광장을 바라볼 수 있는 방은 인기가 좋았다.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서울숲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서울숲의 면적은 35만평으로 104만평의 센트럴 파크에 비유된다. 면적상으로 센트럴 파크의 1/3밖에 안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더한 한계는 공원이 접한 면에 주거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센트럴 파크는 주변으로 주거지 건물이 둘러싸고 있어서 주거로 부터의 접근성이 좋다. 반면에 서울숲은 주변이 부분적으로만 주거지와 접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경우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같은 고속화도로에 접해있다. 한마디로 서울숲은 섬처럼 분리되어있지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과천에 미술관을 지으려는 계획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했었다. 이유는 너무 멀어서 가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규모는 작아도 가까이에 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고 더 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비판은 맞다. 마찬가지로 그 좋은 서울숲이 도로로 막혀있지 않고 주거지 안에 들어가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런 땅이라면 너무 비싸서 공원화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숲의 접근성을 좋게 만들기 위한 계획이 있기도 했다. 과거 한강 르네상스의 계획안 중 압구정동 겔러리아 백화점 옆에 길을 연결해서 보행자 전용 다리를 서울의 숲과 연결시키려는 계획안이 있었다. 이 생각은 좋은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보행자 전용 다리인 런던의 밀레니움 다리가 있다. 런던 시는 테임즈 강에 구 도심지역인 성바울 성당지역과 과거 화력발전소였다가 지금은 테이트 모던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새로운 도심으로 성장하는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축하였다. 이로서 많은 사람들이 테이트 모던으로 걸어서 건너 오가면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한강이 워낙에 폭이 넓어서 그저 걷기에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서울숲과 강남을 연결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면서 두 장소 모두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성수동 지역 주거지만으로는 서울숲을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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