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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최현우얼어붙은 사회에 한 줄기 따스한 마법의 빛을 비추다

같은 일상, 같은 패턴. 우리는 삭막하고 논리적인 현대사회를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에서도 믿기지 않는 한 줄기의 비현실적인 기적으로 우리의 빡빡한 논리를 비틀어주는 마법사가 있다. 위험한 마술 기법들로 인한 목숨의 위협까지도 무릅쓰며, 20년째 마술로 ‘취미생활’ 중이라는 마술사 최현우다. 1996년 앳된 얼굴의 프로 마술사로 데뷔한 그는 어느새 마술 초년생들을 가르치는 21년 차 한국 대표 마술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데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한 얼굴로 총기 없는 우리의 눈에 놀라운 생기를 심어주고 있다. 이제는 마술사가 아닌 ‘마법사’라 불리는 그, 최현우를 만나보자.

 

Q. 현재 마술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어린 시절 어떻게 마술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듣고 싶다.

A. 마술에 대한 흥미는 7살 즈음에, 당시 문방구에서 팔던 마술도구들로 처음 시작되었다. 그 후 고등학교 시절, 방송에서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David Kotkin, 1956-)가 선보이는 마술을 보고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지겠다는 등의 단순한 생각으로 마술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마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이어나갔다. 20살 때에는 마술을 반대하던 부모님께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마술을 계속 해오던 중, 한 번은 어느 행사에서 마술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무대를 서기 직전 “자, 다음은 매우 흥미로운 순서인데요. 무명의 고졸 마술사입니다!”라는 사회자의 소개말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학력과 마술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를 연관 지어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2년 뒤인 22살에 대학교를 입학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교에 입학하였기 때문에 경제학과에 진학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학교도 거의 최소한으로 다녔던 것 같다.

 

Q. 현재 <The 최현우 Ask? & answer!>라는 제목으로 전국 곳곳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공연을 꽤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마술 공연이라는 측면에서 공연의 반전 포인트나 트릭의 노출 위험은 없을지 궁금하다.

A. 마술 공연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문제는 없다. 오히려 하나의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반복해서 봐주시는 분들도 많다. 마술은 그 과정을 모르고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 핵심이지만, 후에 그 속의 과정을 알고 보게 되면 그 결과에 대한 이해가 색달라져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술 이면의 그 복잡한 과정들을 알게 된다면 마술사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마술이라는 장르가 그저 복잡다단한 트릭들만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면, 공연을 반복해서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마술이라는 분야의 팬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Q. 공연뿐만 아니라 <최현우 노홍철의 매직홀>, <매직 컨트롤> 등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스튜디오에서의 방송 촬영과 콘서트홀에서의 매직 콘서트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우선 마술이 진행되는 호흡에서 차이가 있다. 공연에서의 마술은 주로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루어 길게 이끌어나가게 된다. 2시간가량의 공연이 한 주제 안에 묶여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반면,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비주얼적이고 짤막한 효과들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방송에서 선보이는 마술의 경우 비교적 호흡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도 마술에서의 전달력은 더욱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방송 촬영에서의 마술이 좀 더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마술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데 방송 녹화에서는 카메라들의 시선에 마술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큰 공연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전체적인 시야 하나에 마술을 맞추어 선보이지만 방송에서는 여러 카메라들의 위치와 각도, 불이 들어오는 각각의 순서들에 맞추어 마술을 진행한다. 결국 방송에서의 마술과 공연에서의 마술은 그 표현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Q. 공연 도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들에 대한 대처가 궁금하다.

A. 우선 안전상 위험한 마술이 워낙 많다. 최근 물속에서 탈출하는 등의 수중 마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또한 안전사고에 있어 많은 신경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리허설 도중 4미터 상공에서 추락한 적도 있었다. 왼손부터 어깨까지 뼈가 다 으스러져 어깨에 철심을 박았다. 안전사고 외의 돌발 사고에는, 공연의 스태프들 혹은 시스템 간의 조화가 맞지 않아 무대의 조명이나 영상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자칫 트릭이 노출되거나 공연의 진행이 불가할 수 있는데, 그에 대비해서 항상 다른 마술을 대기시켜 둔다. 이에 따라 문제가 생겨 예정된 마술을 진행할 수 없을 때에는 미리 준비해 둔 대체 마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공연 도중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미묘하게 진행의 속도와 흐름, 연기 패턴들을 바꾸기도 한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 이어질 수도 있고 진행의 호흡이 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들 중에 어린아이들이 많으면, 공연이 늘어지지 않도록 진행을 빠르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경우에 따라 공연에서의 연기적 호흡들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러한 순발력은 경력으로밖에 습득할 수 없는 것 같다.

최현우 매직컬 '더 셜록: GRAVITY 503'/ 출처: 스포츠Q(큐)

Q. 마술계에는 책이나 음악과 같이 ‘마술 저작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개발한 마술을 사고파는 체계가 있다고 알고 있다.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굉장한 고가의 마술이 많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흔히 ‘마술 저작권’이라고도 통칭되지만, 정확히 말하면 지적 재산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마술은 저작권으로서 특허를 신청할 수가 없다. 만약 특정 기술이 특허로 신청된다면 일반인들 누구나 이 특허가 어떠한 내용인지 세부 내용의 열람이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특허 신청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이다. 반면 마술에는 트릭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의 열람이 가능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마술에 대한 차용 문제는 저작권의 문제라기보다 마술사들 간의 암묵적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마술 세미나 혹은 일종의 비밀 도서관 같은 자료실에는 누가 어떤 마술을 개발했다는 기록들이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다. 그것을 토대로 내가 사용하고 싶은 마술의 원작자가 누구인지 검색을 하고, 그 원작자에게 허락과 양해 혹은 돈을 지불하는 형태로 차용이 이루어진다. 또한 이러한 마술의 재산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시각적이거나 체계적으로 현존하는 마술적 기술이나 물체들에 한정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마술사의 연기나 표현방식 또한 이와 같은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묶여 서로 차용하고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Q. 마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술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듣고 싶다.

A. 21세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마술을 마법이라고 믿지 않는다. 다들 트릭 등과 같은 무언가가 감춰져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사랑하는 이유는 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되는 마법 같은 순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마치 마법 혹은 기적과 같은 삶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딱딱한 사회 속, 그래도 가끔은 존재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상기시킴으로써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희망을 고취시키고 인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마술의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마술을 보면서 ‘와, 이건 진짜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인생에 정말 기적이 있을지도 몰라’, ‘마법이라는 게 존재하지는 않을까’라고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인 것 같다. 현대사회가 점점 삭막해지면서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술사들이 그러한 기적들을 만들어 가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적 생각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마술사를 꿈꾸는 젊은 청춘들에게 한마디 조언 부탁한다.

A. 한국에는 대학 차원에서의 마술학과도 존재하며 마술을 하고자 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마술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진 않는다. 한마디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 또한 마술을 20년간 하고 있는 ‘취미’라고 여기며, 이제까지 슬럼프 한 번 없이 재미있게 해왔다. 그럼에도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다. 보기보다 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고 고된 극한직업이다. 어떠한 직업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마술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30%를 위해, 원치 않는 70%를 해야 한다. 또한 마술에 있어 프로와 아마추어는 명백히 다르다. 아마추어들은 마술을 취미로서, 그 안의 ‘덕후’ 세계에 빠져 그 내부 사람들끼리의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반면 프로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람이다. 대중을 상대로 얼마만큼 마술에 대한 표현력과 연기력을 가지느냐가 커다란 관건이다. 프로 마술사의 세계에는 여느 예술계가 그러하듯이 중간층은 없다.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굳이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범위’가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이 분야는 정말 ‘극 피라미드’라고 할 수 있다. 최정예 소수가 아닌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 마술은 부유한 집안에서 아마추어로서 쉽게 즐길 수는 있다. 반면 그런 차원을 넘어 어려운 환경에서라도 본인이 프로로서의 자세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면, 일상생활을 다 포기하면서 ‘죽도록’ 해야 한다. 또한 노력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성과가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홍준영 기자  mgs0503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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