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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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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성공적인 공원의 조건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공원이 되려면 주거지와 많은 면이 접하고 있어야하고 경사가 없는 평지이어야 한다. 평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적과 행위에 적합하고 주변의 주거지는 야간에도 공원을 안전하게 만들어서 시간대에 상관없이 사용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켜주는 공원이 우리 주변에 있는데 그것이 서울의 고수부지이다. 고수부지는 이면에 대단위 강변아파트 단지가 포진해 있고, 밤낮으로 달리는 강변도로와 올림픽대로의 자동차 불빛이 방범을 서고 있다. 게다가 물가에 위치해 있어서 경관도 훌륭하다. 넓을 때는 축구장이 들어갈 만한 폭부터 작은 정원과 농구장이 들어갈 정도의 폭까지 다양한 폭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전거도로로 연결되어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한강 고수부지는 센트럴 파크보다도 훌륭하고, 잘 개발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도심공원이 될 수 있다. 센트럴 파크의 경우에는 워낙에 폭이 넓어서 주거지에서 감시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80%가 넘는다. 한마디로 밤이 되면 사용하지 못하는 공원부지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이다. 용산공원이 개발이 된다고 해도 워낙에 넓은 면적에 동서남북으로 고루 퍼져 있어서 센트럴 파크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강고수부지는 가늘고 길게 펼쳐져 있어서 그러한 문제점이 전혀 없다. 강으로 흐르는 바람 길 덕분에 공기의 순환도 좋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일 년에 한번 정도 장마철에 잠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좋게 생각하면 그 덕분에 고수부지는 항상 나일 강의 삼각주처럼 나무가 자라기 쉬운 좋은 토양이 된다는 것이고, 인공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자연의 공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홍수범람이 없었다면 고수부지는 이미 너무 많은 건축물로 덮여 버렸을 것이다. 한강의 범람은 그것을 막아준다. 어찌 보면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인간이 자연에게 지는 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잘 이용한다면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도심 속 자연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88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유람선을 띠우고 싶다는 마음에 수중보를 설치하여 그 많던 모래사장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 흉측한 콘크리트 보는 진흙과 갈대숲으로 많이 가려졌지만 아직까지도 모래사장이 복원되지는 못했다. 파리의 센 강에는 여름이 되면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 센 강에 모래를 쌓아서 인공 모래사장을 조성해준다. 아주 훌륭한 관광명소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시도했던 한강의 유람선과 요트의 꿈을 포기하고 자연스러운 모래사장으로 세계에 서울의 면모를 과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계절 각기 다른 강폭으로 변화하는 수변공간을 가진 한강이 더 매력적이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강의 만리장성

하지만 이렇게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한강 고수부지 공원은 내부 블록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보행자가 한강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주요 원인을 강변도로 와 올림픽 대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장애물은 300미터에서 길게는 700미터 폭에 길이는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규모로 형성된 두꺼운 아파트 단지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 단지 내로는 공공의 상업가로가 관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강접근을 막는 가장 큰 문제이다. 가끔씩 있는 공공도로도 강변도로로 만들어진 둑으로 향하는 막다른 길일 뿐이다. 사람들이 상가도 없는 그 막다른 길을 걸어갈리 만무하다.

 

강남의 경우 이 같은 문제의 시작은 최초에 토지공사에서 토지매각 시 돈을 더 받기 위해서 도로를 만들지 않고 건설사에 큰 덩어리로 땅을 매각한 데 있다. 그렇게 하면 만들지 않은 공공도로만큼의 땅을 더 팔수 있는 것이다. 땅을 매입한 건설사는 당연히 최대한으로 세대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단지 내로 시민이 관통할 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단지 내 도로만 최소한으로 만들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두꺼운 아파트 단지는 한강에 접근을 막는 서울의 ‘만리장성’이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기존의 상업가로와 한강을 연결하는 걷고 싶은 공공도로를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리고 새로 만든 길의 끝에는 토끼굴을 만들어서 고수부지로 연결되게 해주어야한다. 가능하다면 그 길 주변으로는 한편 혹은 양편으로 상점들이 들어선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어렵다면 인도를 넓게 하고 가로수를 심으면 된다. 이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한강으로의 접근을 쉽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의 성공적인 예가 최근 젊은이들이 가장 ‘핫’한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가로수길의 상업가로 축은 자연스럽게 좁은 단지 내를 관통하여 토끼굴을 통해 고수부지로 이어진다. 가로수길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한강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거리라는 점이다. 한강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은 아파트 단지를 때려 부수고 고층건물 만드는 것 보다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가로수

공원과 더불어서 도심 속의 중요한 자연요소는 가로수이다. 가로수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14세기경부터 일찍이 이집트는 무화과 나무계통의 가로수를 식재한 것으로 기록에 나온다. 고대의 중동지방에서는 무화과나 아몬드 나무를 심어서 나그네들이 먹을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신약성경에서도 예수님이 말씀을 전하시면서 다니시다가 길에서 무화과나무 열매를 먹으려고 제자를 시켜서 따오게 하는 장면이 있다. 이처럼 나그네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가로수였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에 “열수”라는 말로 가로수가 처음 언급이 된다. 한국 최초의 가로수는 고종 때 도로의 양편으로 나무를 식재하라는 명령을 내린 기록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가로수가 비교적 늦게 도입이 되었는데 아마도 주변에 산이 많고 도시화가 늦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이 점점 더 더워지는 때에 가로수는 친환경적인 해결책이 된다. 이를 적절하게 잘 적용한 도시가 대구이다. 대구는 분지형 도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염이 심한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가로수를 적극적으로 식재해서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 가로수로 많이 심겨진 양버즘나무 1그루는 15평형 에어컨 10대를 4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며 여름철 가로수가 심겨진 곳은 없는 곳에 비해 평균 3~7℃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산소를 공급하는 것 이외에도 여름철에는 온도를 낮추는 기능까지 하는 가로수는 도심에서 꼭 필요한 자연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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