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7.17 화 17:39
상단여백
HOME 문화 박물관을 가다
1980년대 새로운 형상의 등장
  • 박물관 학예사 이애선
  • 승인 2018.03.06 09:00
  • 댓글 0
송윤희, <TAPE-7903>, 1979, 마포에 유채, 73x100cm

이번 호 「박물관에 가다」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박물관은 2016년 1970년대 한국추상미술의 대표적 경향인 단색조 회화를 되돌아보는 ≪단색화와 조선목가구≫전에 이어서 2017년 소장품 특별기획전으로 격동의 80년대를 다시 읽고 있다. 본교 미술대학의 80년대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프롤로그와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70년대 물아와 무념무상의 추상미술이 짧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어서 80년대 홍익의 전당에 펼쳐진 리얼리즘의 주역들을 만날 수 있다. 첫 번째 영역에서는 일상에서 접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세밀하게 그렸던 극사실 회화, 두 번째 영역에서는 일상의 풍경을 파고든 동양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업사회의 체제를 비판했던 민중미술이다. 세 영역 모두 본교 미술대학 졸업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전개한 1980년대의 새로운 흐름이었다. 이번 전시는 이 세 가지 경향을 리얼리즘이라는 큰 얼개로 고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시시한 영역으로 간주되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주목하는 리얼리즘을 통해서 70년대 말 80년대까지 폭넓게 나타난 ‘구상으로의 복귀’를 다시 읽는 것이다. 

  이중에서 첫 번째 영역에 있는 극사실 회화를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전시에 나온 많은 작가들이 수학하던 시기에 그들의 스승과 선배들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것’ 즉 무작위의 미술에 몰두했다. 추상이 아니면 미술이 아니라고 배웠던 그들은 스스로 이러한 흐름에 반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추상미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미술이 도시, 산업사회, 사소한 일상과 유리되어 민중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하고 현실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도 갖지 않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치적 입장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공유했고, 홍익의 청년 작가들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은 결국 본교 출신의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형상을 제시하는데 까지 발전했다. 30대 청년이었던 그들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벽돌을 그린 김강용과 이석주, 쉽게 볼 수 있는 돌과 책장을 그린 고영훈, 하숙집 앞 철길과 학교 앞 다방의 낡은 의자를 그린 주태석과 지석철, 테이핑 작업을 그린 송윤희 등이다. 이들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령을 위반하고, 사소한 사물을 클로즈업시켜서 화면을 채웠다. 여백 없이 꽉 찬 화면 앞에서 관람객은 캔버스 안쪽으로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한 채 캔버스 표면의 보잘 것 없는 오브제 위를 맴맴 돌게 된다. 이렇게 하여 관람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인정받는 고희동이 일본 유학을 마치고 온 지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캔버스 앞에서 어떠한 개념이나 인식과정의 개입 없이 화면 위에 있는 사물 그 자체가 작업의 목적인 회화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송윤희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러한 미술이 ‘사실(寫実)이 아닌 사실(事実)’이며, ‘사태(事態)의 현실적 포착’이라고 주장했다. 

박물관 학예사 이애선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