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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함을 무기로 비주류와 주류의 벽을 허문 B급 문화당신의 마음 속에 침투한 코드 'B'를 집중 탐구하다

'b급 문화'란 1930년대 미국의 동시 상영관에서 상영되던 저예산 영화를 의미하는 'b급 영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인기 있는 스타와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를 a급영화라 하고, 그에 비해 무명 감독과 지명도가 낮은 배우, 짧은 제작 기간,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를 b급 영화라 불렀다. b급 문화는 저예산, 비주류 문화를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며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한 싸구려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이러한 b급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b급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지 오래다.

b급이라는 의미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지금 'b급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최근에는 b급 영화를 넘어서 사회 전반의 각 분야에서 'b급 코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 YG 엔터테인먼트

가수 '싸이'는 소위 '병맛'스러운 춤과 뮤비,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인의 인기를 끌었다. 또한, 아슬아슬한 섹시 코드를 사용하는 케이블 채널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약 6년 동안 8개의 시즌을 방영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대중화되기엔 '저급하다'고 치부되었던 다양한 콘텐츠와 코드들이 점차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출처 : TVN

그러나 b급 문화가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기 이전, 사실 b급 문화는 소수의 사람들만의 취향에 불과했었다. 이는 과거 록, 펑크, 힙합, 재즈 등의 장르와 같이 소수자들이 즐겼던 분야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다. 이들은 초기 대중매체에 노출되지 않은 경향으로 인해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음악이라고 불렸다. 대중음악에서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는 '지하'라는 뜻으로, 지상에 오르지 않거나 혹은 오르기를 원치 않는 태도를 뜻한다. 특히 이는 통상 주류의 것과 대립되는 의미로 사용되며, 그 점에서 비주류, 마이너, 대안, 인디 등과 혼용되기도 하며 노랫말과 멜로디가 주류의 관습, 가치, 신념에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이른바 일부 '음악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음악이라 고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취향의 다양화와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주류의 상업적 음악과는 구분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b급 문화에 열광할까? b급 문화는 일반 주류문화와 달리 정갈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b급 문화는 날것 그대로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어쩌면 이러한 점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대중들은 오히려 그런 b급문화의 특징에 열광한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대중을 사로잡는 무기가 된 것이다. b급 문화가 가지고 있는 조악함, 촌스러움에서 나오는 유쾌함은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엄숙주의를 파괴하고, 대중들은 일명 '사이다'를 느낀다. 일례로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에서 벗어난 재치와 유머로 이루어진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 대통령의 캐릭터를 들 수 있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와 돌려 말하지 않는 촌철살인식 화법, 그리고 그의 b급 유머감각은 대중들이 속이 뻥 뚫리는 짜릿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이러한 오바마의 캐릭터는 대중들로 하여금 대통령 '오바마'에 열광하게 한 이유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b급 문화는 과열된 경쟁 사회에서 살기 힘들어진 시대에 현실의 답답함과 우울함을 씻고 사회에 대한 불만과 냉소를 날려버릴 수 있는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일부 기득권에 의해 주도된 문화에 반감이 있는 젊은이들의 비판의식 역시 b급 문화 활성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렇듯 b급 문화는 몇몇 주도세력의 교육에 향유되던 기존 주류 문화에 대항하며 억압된 내면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b급 문화, 예술로서의 변화

b급 코드는 현재 사회 전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예술적 시도에도 새로운 영향을 주었다. b급 코드를 사용한 대표적인 예술적 시도로는 '키치(Kitsch)'를 들 수 있다. '키치'는 저속한 작품 혹은 공예품을 뜻하며 '키치적'이라는 말은 '천박한, 야한, 대중취미의'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키치는 천박한 복제품으로, 재료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해 고급스러운 문화의 가치를 낮추는 저속한 대중적 취향을 지닌 것으로 취급되었다. 현대 소비사회는 특히 키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대중의 실제 삶을 반영한다. 키치를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로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일상생활 속에서 선택한 대상물들을 기술자들에게 의뢰해 거대한 크기로 확대한 일련의 작품을 선보이는 제프 쿤스(Jeff Koons)가 대표적이다. 

출처 : Jeff Koons

또한 애니메이션과 만화, 게임과 같은 일본의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오타쿠 제1세대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むら かみたかし)도 대표적이다. b급 코드가 예술적 시도로 사용된 다른 예로는 '맥시멀리즘(Maximalism)'이 있다. 원색적인 화려한 색상, 과감하고 과장된 장식과 풍성한 부피감 등 과장된 조형수단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 맥시멀리즘은 디자인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메탈릭하고 비비드한 컬러, 복잡하고 화려한 패브릭, 조각적 요소가 많은 클래식함이 주를 이루며, 이것들이 어우러져 최대치의 화려함을 표현한다. 이러한 맥시멀리즘을 이용해 성공 한 예로 유명 명품브랜드 '구찌'가 있다. 맥시멀리즘을 디자인에 적용한 이후 구찌의 지난 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9.4% 증가했다. 이러한 구찌의 시도는 개인의 스타일과 개성에 대한 생각을 옹호하며 현대 복식과 구두 디자인, 패션 디자인에서 지배 체제를 전복시켰다는 의미를 가진다. b급 문화는 고급문화를 지향하던 주류 예술과는 다르게 저급하고 천박하다고 여겨져 한동안 예술분야에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b급 문화가 점차 미적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문화적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그 사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또한, 이는 현대에 이르면서 고급문화나 주류 예술과는 별개로 대중 속에 뿌리내린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개념이 확대되어, 현대 예술의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b급 문화의 저급함이 창의력의 통로로써 작용하고 이제는 대중에게 또 다른 예술로서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b급 문화의 이면

고급과 저급, 엘리트와 대중으로의 구분이 진부해졌다. b급 문화는 a급을 따라가지 못한 틈새시장 언저리의 영역에 머무르던 문화가 아닌 ,대중문화로서 우리 생활 속에 당당히 자리 잡은 하나의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b급문화가 이와 같이 대중적 성격을 띠고 영향력도 갖춘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졌다. 기존의 대중문화에서 꿈틀대는 창의성과 다양성, 자발성과 불온정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b급 문화는 주류에 대한 경쟁의식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저항문화'와 성격이 달랐다. 이전의 저항문화 가 주류문화의 비판과 풍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b급 문화는 그러한 저항의 성격에 한발자국 물러서 재미와 쾌락을 위주로 한 파격적 행보를 걸어왔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문화 혹은 하위문화로 취급되었던 b 급 문화가 당당히 대중문화의 자격을 획득하고 의미 있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 형식적 파격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b급 문화는 고급문화로 지칭되었던 기존의 틀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 단순히 b급 코드의 파격적인 문화는 다소 철지난 유행처럼 보일 수 있다. 아직까지 파격 자체가 훌륭한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긴 하지만, b급문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형식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b급 문화'에 대한 기존의 관점도 새롭게 점검하고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b급 문화의 주요 소비층은 젊은 세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밀레니얼'이라 부르는 2030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웹툰이나 짧은 영상물을 즐기는데 굉장히 익숙하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두고 '스낵컬쳐(Snack Culture)'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의 문화 속에 b급문화가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SNS(Social Network Services) 의 역할이 가장 컸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접할 수 있는 정보들도 다양해졌으나 정보인 지 광고인지 알 수 없는 b급 콘텐츠들이 피드를 덮으며 소위 '카더라'가 난무하기 시작 했다. 물론 SNS상의 글들을 전부 믿고 따르는 이들은 적다고하지만 SNS의 입김이 세지고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불확실한 정보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용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면서 10대 유투버, 초등생 BJ들이 등장하기 시작 했고 연령층이 낮아진 만큼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력이 높아지고 자기 검열 등이 부족해졌다.

 또한 SNS상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활개를 치면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대중문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공적이고 윤리적 제약이 많이 따르는 공영방송에 출연하는 공인과 달리 인플루언서들은 예술적 품위의 관례에 개의치 않고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공식적 예술에 수반되는 스타일, 목적이나 의도, 자기검열 등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표현의 자유, 한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도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검열의 해방 속에 나타난 자유의 산물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려워졌다. 그 예로 문화비평계에서는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뮤비에 대한 비평의 내용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포르노그래피에 의존한 선정적 내용이며 여성 비하라는 의견에 맞서 b급 문화에 바탕을 둔 조롱 풍자라는 견해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b급 코드를 반영하였다'는 이유로 윤리적 실수를 마냥 용인하여 넘길 수는 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러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화폐 시장에서의 b급 문화, 암호화폐도 지난한 해를 뜨겁게 달구며 사람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연초 100만 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20배 넘게 올라 한때 2400만원을 돌파했고 암호화폐 플랫폼 '블록체인'의 피터 스미스 최고경영 자(CEO)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은행에서 거래되는 주류 투자방법을 이용하던 많은 이들이 온라인상에서의 비주류 가상 투기 거래방식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심각하게 나타났다. 암호화폐로 인해 나타난 2030세대의 신종 우울증 '비트코인 블루'가 등장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정신적 패닉 상태를 겪었다. 특히 취업난 등으로 힘들어하는 청년세대에서는 비트코인을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순식간에 돈을 투자금 이상까지도 잃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b급 문화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 중 하나로 세대 갈등이 유발되는 것을 들 수 있다. '병맛', '짤방' 등과 같은 단어는 한편으로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벽을 더욱 높이는 장벽이 되기도 하면서 받아들이는 주체들의 입장도 극명히 나뉘고 있다.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던 문화가 아니다보니 10대 20대 등의 젊은 세대들과 기성세대간 b급 문화 수용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콘텐츠의 소비를 둘러싸고 기성세대들과 세대 간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상업성, 오락성에만 초점을 두어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어내면서 대중들의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콘텐츠 제작자들은 잔혹한 폭력이나 섹슈얼리티 등 억압된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욕망적인 코드를 자주 사용한다. 재미와 단순 욕망을 좇아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을 위주로 하는 b급 문화로 인해 진지함이나 깊이 있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간혹 진지해지려는 순간에는 소위 '진지병'에 걸린 사람 의 취급을 받기도 한다. 가볍고 순간적인 재미만을 주목하다 보니 대중문화의 수준이 또 다시 어느 한분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권위적이고 엄숙적이라 여겨졌던 기성세대들의 문화에 맞서는 방편으로 새롭게 등장해 통쾌한 '사이다'를 안겨주던 하나의 문화인 b급 문화의 프레임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 한 때가 아닐까.

김보문 기자 (qhans0211@mail.hongik.ac.kr)

김은성 기자 (ppicabong@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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