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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2017.

<문학과 영화> 김선형 교수가 추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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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1989)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의 명대사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라틴어 문구의 낯선 발음을 기억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읊조려 보거나 수첩 속 어딘가에 적어두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한 필자에게, 다양한 원서들을 읽을 때마다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은 라틴어 문장들이었다. 물론 라틴어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프랑스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겨우 그 뜻을 이해할 때도 있었지만, 프랑스인들이 사전의 도움 없이 능숙하게 라틴어 문장들을 발음하고 해석하는 것을 볼 때면 유럽인으로서 살아온 그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항상 라틴어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지내던 어느 날, 서점에서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우연히 마주하고는 바로 구매하였다.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라 솔직히 그 안에는 간단한 라틴어 문법과 발음에 대한 안내가 들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 공부를 위한 안내서가 아닌, 작가가 대학 강단에 섰을 때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인생에 대한 강의록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실제 라틴어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노트를 펼쳐놓고 감동적인 라틴어 글귀들을 적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현재 라틴어는 사어(死語)이기에 현대인에게는 불필요한 언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이 오래된 언어에서 우리는 현대의 그 누구에게서 보다 훨씬 더 많은 인생의 교훈들을 얻을 수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Lectio IV), 어떤 일을 열심히 했는데 왜 당장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지?(Lectio VII),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Lectio XII), 피곤한 노동에서 벗어나 어떻게 휴식해야 하는지?(Lectio XVIII),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는지?(Lectio XXIV), 사랑하면서 살고 있는지?(Lectio XXVI), 절망적인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Lectio XXVII), 우리가 끊임없이 매일 자문하지만 결코 정답이 없는 인생의 질문들에 대해 작가는 로마인들의 라틴어를 빌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시·공간적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 로마인들이 21세기의 우리와 똑같은 인생의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어느새 우리는 삶의 안정을 되찾고 다시 용기를 내어 내일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지난해 겨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청춘의 고민에 빠져 방황하는 학생들이 생각났다. 또한 지난날에 똑같은 고민을 했던 20대의 나 자신도 떠올랐다. 필자가 추천하는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각자 짊어지고 있는 인생의 고민들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이며, 황량한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의 수업을 듣던 학생처럼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책 속에서 자신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라틴어 문장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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