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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함에서 재미를 발견하다

웹툰 작가 하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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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 잠시나마 일상에서 빠져나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휴대전화 속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웹툰' 세계이다. 웹툰을 보면서 우리는 현실의 지루함을 잊고 작은 액정 속에 빠져든다. 웹툰 작가 하일권은 이러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웹툰 페이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가 만든 캐릭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웹툰 속의 다양한 순간들을 마주한다. <삼봉 이발소>(2006)로 데뷔한 이후부터 최근 연재 종료된 <마주쳤다>(2017)까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웹툰 작가 하일권을 만나보았다.

Q. 지난 12년간 한국 웹툰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웹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원래부터 웹툰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입 준비 중 문득 애니메이션에 흥미가 생겨 애니메이션학과로 입학하였다. 이후 감독이 되어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싶었지만, 제작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2000년대 초 '웹툰'이라는 장르가 생겨났다. 그때 당시 웹툰은 상당히 장래성이 있어 보였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기 수월한 매체라고 생각했다. 이후 웹툰 작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고 대학 시절부터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Q.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곳은 어떠한 곳인가?

A. 부천시는 만화도시를 슬로건으로 하며, 만화가들에게 많은 지원 사업을 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에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작업실을 알아보다 부천시가 만화가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한국만화를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제공하며 우리의 만화가 더 다양하게 그려지고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힘쓰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만화의 매력을 살려 그 가치를 더욱 높이고 만화영상콘텐츠산업을 성장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만화의 예술적, 교육적, 산업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 만화산업을 발전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한국만화박물관과 만화규장각을 운영하는 이유도 바로 만화도시의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하일권 작가가 작업 하는 곳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하일권 작가가 작업 하는 곳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Q. 독자와 작품이 상호작용하는 웹툰인 '인터랙션 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았다. 이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마주쳤다>(2017)의 경우 웹툰 속의 주인공이 독자에게 말을 걸어오고, 독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이는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했다. 문화기술이란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여 방송, 영화, 음반, 애니메이션 등 문화예술 산업을 첨단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의 총칭을 말한다. <마주쳤다>에 문화기술이 적용된 예로는 증강 현실 (Augmented Reality)이 있다. 증강 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증강 현실을 통해 독자가 카메라로 현재 있는 공간을 비추면 독자가 있는 카메라 화면에 주인공 '영희'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마주쳤다>에 적용된 기술에는 입김 감지 센서가 있는데, 독자가 '후~'하고 입김을 불면 영희의 눈에 들어간 먼지를 빼줄 수도 있고, 입김을 부는 시간에 맞춰 머리카락이 날리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기술이 한번에 접목되어 웹툰 속 인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되고 마치 자신이 웹툰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독자들은 가질 수 있다.

Q. 작품을 살펴보면, 주인공을 다양한 연령대로 설정하기 보다는 고등학생을 주로 등장시키는 것 같다.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20대 초중반부터 웹툰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에 만화를 그릴 당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던 배경지식은 '학창시절'이었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이 웹툰의 소재로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내가 성장물을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도 점점 나이를 먹고 학창시절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는 연령대가 되고 있다. 그에 따라 주인공들의 연령대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욕의 신>(2011)이나 <스퍼맨>(2016) 같은 경우처럼 말이다.

Q. 웹툰 조회 순을 보면, 작가의 작품이 항상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A. 개인적으로 만화는 순위를 중시하는 스포츠 경기와 다르게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작품을 순위 별로 리스트화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편이다. 다른 매체들에 비해 만화가 가지는 장점은 '재미'이다. 나 역시 내용과 장르에 상관없이 재미를 많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독자들이 작품의 재미를 좋아해주셨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Q.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가?

A. 일상에서 소재를 얻는 경우가 많다. 웹툰 작가의 삶은 대부분 집과 작업실 의 반복이기 때문에 많이 단조롭다. 사람도 못 만날 뿐더러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일상
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험을 소재로 삼는 게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 간혹 사람을 만나면 웹툰에 대해 직업병처럼 계속 소재 생각을 한다. <목욕의 신>은 찜질방을 갔다가 '찜질방 혹은 목욕탕을 소재로 한다면 어떨까?', '목욕탕을 배경으로 설정하면 어떤 식 의 만화가 나올까?'라고 생각하다가 탄생한 만화다. <삼봉이발소> 같은 경우는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을 때, 그 곳에서 만난 유쾌한 미용사를 바라보며 '이런 캐릭터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떠올리다 만들어진 작품이다.

Q.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A. 요즈음 많은 학생들이 웹툰 작가를 희망한다고 들었다. 중·고등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중에 높은 순위로 선정될 만큼 웹툰 작가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데뷔할 때만 해도 웹툰 작가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다. 2006년에 데뷔를 했을 때에는, 웹툰 작가를 인정해주지도 않고, 웹툰 작가가 되려고 준비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훨씬 낫다며 타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로도 그랬다. 내가 처음 데뷔 했을 때 처음 한 달 원고료는 48만원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비보다 낮았다. 그 당시에는 당연했던 현상이다. 하지만 웹툰은 단기간에 성장하였고 지금은 웹툰 작가가 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정말 시장이라는 구조가 갖춰졌달까? 그러나 이전에는 웹툰 연재만으로 돈을 받기 어려웠고 단지 조회 수 관련 수익만으로 작가들이 이익을 얻는 시장 구조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서 데뷔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듯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이 심해지기도 했다. 데뷔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데뷔하고 나서 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웹툰 연재에 도전하고 난 후 쉽게 포기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웹툰 작가가 되고 나서도 진정으로 만화를 좋아하고 뚜렷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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