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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X-ray), 세계의 본질을 투영하다엑스레이의 우연한 발견부터 다채로운 응용까지
▲파계사 건칠관음보살좌상의 엑스레이 사진, 출처: 불교문화연구소

2006년 8월 18일, 여름의 기운이 만연해질 즈음 고요한 대구 팔공산의 사찰 차계사에는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릴법하지 않은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살상을 촬영하기 위한 엑스레이 촬영기였다. 연구팀은 해당 보살상을 촬영했고, 보살상 속을 투영한 한 장의 필름은 여태까지 세상이 믿고 있던 사실을 바꾸었다. 보살상이 지금껏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목조가 아닌 삼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게 엑스레이 필름 한 장으로 인해 1989년에 보물 제992호로 지정된 ‘파계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17년 만에 ‘파계사 건칠관음보살좌상’이라는 진정한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겉모습이 아닌 대상의 본질적 모습을 투영하는 엑스레이는 과학, 의학의 영역을 넘어 문화·예술계까지 그 쓰임새를 확장하고 있다. 

 

▲빌헬름 뢴트겐, 출처: 시사상식사전

미지의 광선, X의 발견

그렇다면 엑스레이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 엑스레이는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Wilhelm Konrad Roentgen, 1845~1923, 이하 뢴트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1895년 11월 8일 저녁, 뢴트겐은 진공방전 실험을 위해 어떤 빛도 새어 나올 수 없게끔 암실에서 음극선관을 두꺼운 검은 마분지로 쌌다. 그러나 음극선관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몇 미터 떨어진 책상 위에서 밝은 빛이 비쳤고, 그것이 바로 엑스레이의 시초였다. 뢴트겐은 음극선관에서 나온 형광을 띠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가 빛처럼 직선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이를 선(Ray)이라 불렸다. 또한 그가 엑스레이를 발견할 당시, 엑스레이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수학(代數學)에서 미지(未知)의 것을 ‘X’라고 칭하는 것을 원용하여 그 선에 엑스레이(X-ray)라는 이름을 붙였다. 

▲출처: Wikimedia Commons

  X선의 발견은 당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사람들은 해부하지 않고도 사람의 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떨었다. X선이 사생활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신문 매체들은 X선의 발견으로 도래할 어두운 미래를 보도하며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어느 란제리 제조업체는 “이 속옷이 X선을 통과시키지 않음을 보증합니다”며 광고할 정도였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나타났다. X선이 알려지자 특히 많은 외과 의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뢴트겐 아내의 손가락뼈 사진 덕분에 X선을 이용하면 사람의 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1899년 1월 20일 베를린의 한 의사가 손가락에 꽂힌 유리 파편을 X선을 통해 찾아냈고, 그해 2월 7일에는 다른 의사가 X선으로 환자의 머리에 박힌 탄환을 확인했다. 

  뢴트겐은 X선을 발견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인류의 시각마저 바꾸어 놓았다. 이후 그는 X선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X선은 륀트겐이 살던 시대에도 기술의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이에 독일의 한 재벌가는 그에게 X선의 특허를 자신에게 양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X선은 자신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며 특허 신청을 끝내 거절했다. 우리는 모두 뢴트겐에게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는 선물을 하나 받은 셈이다.

 

엑스레이(X-ray)의 이용

모두가 흔히 알고 있듯이 현재 X선 발생장치는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그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X선의 쓰임이 연구되고 있다. X선의 물질에 대한 강한 투과력은 주로 의료·공업 기술에 응용되었으며, 1913년에 영국의 물리학자인 브래그 부자(父子)가 결정 구조 연구에서 X선을 이용하면서부터 X선은 물질의 미시적인 구조를 규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현재 X선은 의료 면에서 골격 이상의 진단, 염증이나 종양의 치료에 사용되며 공업 면에서는 재료나 제품의 비파괴 검사에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전자선 조사 식품 개발 센터’에서는 방사선을 식품에 적용해 그 안의 미생물을 죽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전자선을 이용할 경우 많은 양과 큰 부피의 제품을 손쉽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 또, 전자선은 전기로 만들어지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이후 폐기물 문제에 자유롭다는 이점을 지닌다. 미국에서는 일반적 냉동식품뿐만 아니라 우주식, 환자식, 반려동물 사료까지 방사선 조사가 허용되어있으며 현재는 주사기와 같은 의료기기 분야가 전자선 조사 분야에서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특정 패널에 충격을 가하면 나타나는 혈관과 비슷한 형태의 통로를 응용해 인공장기 개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 방전 채널 프로젝트에서도 패널에 높은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전자선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X선은 그림 감정에 이용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수하게 응용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엑스레이 아트’의 탄생

의료, 공학 등의 분야에서 주로 이용되었던 엑스레이는 이제 새로운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엑스레이의 투영성이 우리 주변 물체들의 내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이상적인 소재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엑스레이 아트’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닉 베세이의 작업, 출처: http://www.xrayman.co.kr

엑스레이 아트의 대표적 작가로는 닉 베세이(Nick Veasey, 1962~)가 있다. 정통 예술 학교에 다닌 적이 없이 스스로 공부하였던 닉 베세이는 상업 사진작가 활동을 하던 시기에 우연히 한 콜라 브랜드의 엑스레이 촬영을 하게 되었고, 이후 그 이미지에 사로잡혔다. 그는 지난날의 예술을 탈피하기 위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엑스레이 아트를 본격 탐구하고자 연구에 힘썼으며 그는 오늘날의 대표적인 엑스레이 아티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엑스레이를 이용한 작업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고 외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현대인에게 질문을 던지며 겉모습만 알던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사물 내부의 복잡성과 더 깊은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한다. 

▲<입 속의 검은 잎>, 정태섭, 출처: 이미지 사이언스

  엑스레이 아트는 해외에서 예술과 상업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 국내에도 엑스레이 작업을 진행하는 한 작가가 있다. 국내 최초 엑스레이 아티스트 정태섭(1954~)은 30년 넘게 의사로 활동했으나 53세에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으며, 현재 엑스레이 사진에 색을 입혀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엑스레이가 의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어서 그런지 특히 엑스레이 아티스트 중 의학계 출신이 많아 의학과 예술이라는 낯설지만 신선한 조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 출신 엑스레이 아티스트 아리 반트 리트(Arie Van't Riet)또한 의학계 출신이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방사선물리학을 전공했고 이후 의학물리학자가 되었다. 식물들과 죽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방사선사진을 찍던 그는 동료에게 방사선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받았다. 이후 그는 여러 피사체를 담아낸 방사선 사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예술과 과학이 융합된  예술장르인 엑스레이 아트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일상적 사물의 내면을 직면하도록 하는 매력을 지닌 엑스레이 아트는 다른 예술에 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적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찍히는 대상의 부피와 그 두께에 따라 엑스레이에 노출되어야 하는 시간도 달라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아무리 겉을 화려하게 꾸미고, 치장해도 결국은 모든 것이 벗겨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출력되는 엑스레이는 차갑고 냉혹한 기술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는 대상의 아름다운 내면의 모습을 담아내며 따듯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해 역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미지의 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던 X선은 이처럼 그 응용범위와 의미를 넓혀가고 있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Ernst Peter Fischer, 1918-2007)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과학의 아포리즘이 세계를 바꾸다』(2009)에서 “뢴트겐의 발견 이후 세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것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특히 미술 분야는 근본적인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19세기에 추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목표를 찾아야만 했다.”라며 “뢴트겐 선은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아니면 바로 그 때문에 우리에게 마음의 눈을 열어주었다.”라고 말했다. X선을 응용한 엑스레이 아트는 눈에 보이던 겉모습만 인식하던 현대인들에게 이제는 그 본질을 바라보라고 제시해주는 듯하다. 그렇다면 엑스레이 아트를 통해 이제야말로 내면을 드러낸 대상을 바라보며 우리도 은연중 대상의 겉모습에만 집착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문헌>

KISTI의 과학향기 칼럼(KISTI), 인류에게 X선을 선물한 뢴트겐

[EBS 다큐프라임] 원자력, 공존을 꿈꾸다 제2부 원자력, 또 다른 가능성의 시작

에른스트 페터 피셔(Ernst Peter Fischer), 박규호 역, 『슈뢰딩거의 고양이: 과학의 아포리즘이 세계를 바꾸다』, 들녘, 2009.

 

조수연 기자  (suyeon9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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