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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선제에 대한 논의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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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토)은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탄핵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탄핵 후 많은 국민들은 ‘이제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겠구나’라고 했다. 국민들은 이전까지 계속되어 왔던 비리와 부정부패에 실망하였고, 더 이상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탄핵은 일부 권력집단에 의해서 국가가 운영되는 것이 아닌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국민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탄핵은 대학 사회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특례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정상적인 대학 운영을 요구하였다. 이제 대학에도 소수의 경영자가 아닌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주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캠퍼스는 학교의 적립금 적립에 대한 찬반 토론을 통해 적립금에 대한 학우들의 입장을 들었으며, 세종캠퍼스는 최근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미투(#Me Too) 운동에 동참하였다. 본교 비공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본교 교수의 성추행에 대한 증언이 계속 나타나자, 해당 교수의 직위해제를 요청하고, 공청회를 열어 사건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적립금 적립과 성추행 사건에 대한 대응이 이전에도 제기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이를 학우와의 소통을 통해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대학 사회에서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의 중요 안건으로 총장 직선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및 특혜 개입 의혹으로 논란이 된 최경희 총장을 해임하고,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 하는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였다. 선거에는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모두가 참여하였다. 본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선거 당시 올해 9월에 있을 새로운 총장 선임에서 학우들도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총장 직선제가 그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총장 직선제의 주요 골자는 학내 구성원의 대표만이 아닌 모든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권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서 학우들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가 시행될 수 있을까. 학교 측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지난 10차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마친 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총장 직선제에 대한 질문에 “학교 측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립대학의 경우 총장 최종 임명권은 학교 법인에 있으며, 각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총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총장후보를 추천하게 하여 임명하는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총장 직선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구성원들만에 의한 간선제의 경우 특정 집단의 의견만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 다. 이 점에서 민주적인 차원에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는 검토해볼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그 논의에 앞서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총장 직선제 시행 논의의 본질이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반영이라면, 전체 학내 구성원들이 어떤 의견 을 갖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할 것이다. 지난 2017년 학생회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학내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은 저조했으며, 미술대학, 건축대학 등 특정 학과만이 학내 사안에 관심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응답에 참여한 서울캠퍼스 학우 605명 중 49명(8.17%)만이 총학생회 공약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으며, 336명(55.7%)의 학우는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세종캠퍼스는 총 306명 중 176명(57.52%)이 공약을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다. 

  총장 직선제는 분명 대학 사회 내에서 도입이 검토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학내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저조한 상황에서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었을 때, 이를 찬성하는 입장에서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총장 직선제에 앞서 학교 운영에 대한 관심 유도와 총장 직선제 필요성 및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설명이 학생회에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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