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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나는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를 통해 바라본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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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을 예술가로 설정하고 예술가의 삶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한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예술가의 삶을 다룬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예술가들은 시대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거나 진리나 미를 추구하기 위해 현실에 맞서기도 한다. 특히 예술가를 다룬 많은 영화의 주된 전개방식은 예술가가 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숙명을 인식하고 더 높은 예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일련의 피나는 노력의 과정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클리셰 같은 지루한 영화방식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삶을 다르게 조망해낸 세 편의 영화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삶의 과정을 영화를 통해 따라가 보자. 

 

출처 : PROPAGANDA
출처 : PROPAGANDA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2000)는 탄광촌 출신의 소년이 '발레는 여자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맞서 발레리노의 꿈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성장담 구조로 이루어진 영화를 거론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이며 뮤지컬로 만들어질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진행된 영국의 광부 대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빌리와 그 주변 인물들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면, 빌리가 런던에 오디션을 보러가기로 한 날 하필이면 파업을 하던 형 토니가 체포되거나, 빌리의 재능을 안 아버지가 빌리의 학비를 대기 위해 파업을 포기한다. 이렇듯 <빌리 엘리어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서 싸우거나 희생해야하는 문제를 다루어 마냥 현실을 피하지 않고 꼼꼼하게 다룬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Swan Lake)>(1876)의 선율에 맞추어 빌리가 만들어내는 몸의 곡선은 '발레는 여자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리며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감동을 선사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끝내 꿈을 이루어낸 천재소년의 이야기라면 <아마데우스 (Amadeus)>(1984)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와 그를 질투하며 고뇌하는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1823년, 자살시도에 실패한 뒤 수용소에 수감된 궁중음악가 살리에리의 옛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우연히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그의 천재성을 감지한다. 모차르트는 만드는 작품 모두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으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영화 속에서 방탕하고 자유분방하며 심지어 오만하기까지 한 바람둥이로 묘사되는데 살리에리는 그런 그에게 천재성을 부여한 신을 저주하고 모차르트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를 기존의 예술가 영화가 가지고 있던 고상하고 이상화된 예술가의 형태로 그리지 않으며 예술가를 더욱 솔직히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조명하고 예술가로서의 업적을 기리기보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따라잡을 수 없는 살리에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의 고뇌와 슬픔, 그리고 욕망으로 인해 변질된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시훈 작가의 아트웍 포스터
김시훈 작가의 아트웍 포스터

  그렇다면 잊혀진 예술가는 어떠한가. <버드맨(Birdman)>(2014)은 왕년의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의 이야기이다. 그는 전성기 시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관객들의 차가운 시선뿐이다. 유명세를 되찾겠다는 강박, 심각한 자금난 문제뿐만 아니라 영입한 스타배우의 제멋대로인 행동과 더불어 약물중독자인 딸까지, 총체적 난국 속에 리건은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며 환각과 환청에 시달린다. 영화는 리건이 느끼는 불안과 강박을 드러내기 위해 하나의 쇼트를 길게 촬영하는 '롱테이크'기법을 사용해 그를 옥죄어오는 무대의 압박감을 긴 호흡으로 상황을 관찰하며 극적인 몰입을 강화한다. 더불어 시종일관 심장소리를 연상시키는 드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리건에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 <버드맨>은 보통의 예술가 영화가 흔히 다루고 있는 예술가의 전성기 모습이 아닌 최정상에 올랐다가 내리막길의 가도에 있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롭다. 또한 영화는 더 높은 예술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전형을 드러내기보다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예술가의 모습과 화려한 무대 뒤 문화산업의 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주인공에 '나'라는 존재를 대입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화 속의 주인공과 '나'의 유사성을 조금이라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술가들 또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분명 누군가는 천재적인 예술가로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그들 또한 살아가며 분명 편협한 사회의 시선 속에 갇히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능력이 월등한 다른 누군가를 질투하기도 하며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껏 예술가를 바라볼 때 괴팍하고 우리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하나의 전형적인 이미지에만 틀어박혀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영화라는 통로를 통해 예술가를 색다르게 바라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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