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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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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신문사에는 왜 들어갔어?” 넘쳐나는 과제 속에서 간간이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를 본 수많은 동기가 던진 질문이다. 사실 예상 못 한 질문도 아니다. 기자가 생각해도 작년 2학기가 시작된 늦여름, 누구에게도 상의하지 않고 신문사 조교실로 가 지원서를 내고 온 일은 기자의 인생 중 가장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 중 하나였다. 기자는 나중에 언론인이 될 생각도 없고 기자의 전공인 시각디자인은 글쓰기와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전공이든지 글쓰기는 필요한 능력이고 글을 잘 쓰면 좋기야 하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꽤 많은 양의 글을 쓴 것은 신문사를 들어오고 나서야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자가 신문사에 들어온 것은 생각보다 꽤나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기자는 정해진 대로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그 누구보다 교복을 열심히 입고 다녔고, 지각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다. 이러한 기자의 성격은 대학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학생이 되니 시간표도 직접 짜야 했고 정해진 많은 규율이 사라졌다. 그렇게 기자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며 대학 생활의 첫 학기 동안에는 정말 말 그대로 수업만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사실 학기 중에는 과제만으로도 충분히 바빠 다른 생각이 들 겨를조차 없었다. 문제는 여름방학이었다. 안 그래도 활동적인 편이 아니던 기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던 여름방학 동안 대학 생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 1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이 고등학교 생활에 비해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생활이 나빴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자는 대학 생활은 뭔가 다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1학기는 그렇게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았던 거 같았다. 분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기쁨을 느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보기로 다짐했다. 이것은 꽤나 큰 결심이었다. 사실 기자는 평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지 무언가에 나서서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신문사에서 수습 기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신문사에 지원했다. 처음에 논술시험과 면접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긴장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자는 준기자가 되어 지금도 기사를 쓰고 있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면 여태 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중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역시 인터뷰였다. 이상하게도 유난히 남들보다 불안정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던 기자에게 대면 인터뷰뿐만 아니라 전화 인터뷰를 비롯한 모든 인터뷰는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여전히 인터뷰는 떨리는 일이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자부한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신문사에 들어간 거 어때? 후회하지는 않아?” 신문사는 기자의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긍정적 변화라면 이전보다 주변의 크고 작은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고 문제는 쉴 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자에게 신문사가 끼친 가장 큰 영향은 기자를 밝은 성격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쉴 틈도 없고 예전보다 힘들어졌는데, 왜 밝아졌는지는 기자도 잘 모르겠다. 바빠진 모습이 활기가 생긴 것처럼 비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바쁜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다고, 바쁘다고 하소연하고 다녀도 막상 할 일이 사라지면 무료해 할 기자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금도 바쁘고 내일도 분명 시간에 쫓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긴박한 순간 속에 기자는 스스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신문사 입사는 성인이 된 기자가 스스로 찾은 인생의 새로운 갈래였다. 이 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걸어가는 지금, 기자는 이 생활이 나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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