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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오징어도 짜면 물기가 나온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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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기자가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간(間)학문적 태도가 필요하다’라는 뻔하고 교과서적인 말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신문사와 기자의 장래희망은 연관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동아리 활동과 같은 학생 활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삶이 흘러가는 방향대로 가만히 있었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뒤 삶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더욱 열심히 살아봐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신문사에 입사하고 나서 기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심히 살게 되었다. 기자는 신문 하나를 만드는 데에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 줄 몰랐다. 작은 기사 하나도 며칠간 고민하며 몇 번의 수정을 거치는 과정들이 모여야 신문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문사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고비가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들이 계속 생기는데, 어떻게든 해내는 기자가 신기했다. 방송인 이상민이 약 69억 원의 채무에 시달릴 때 빚쟁이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마른 오징어도 짜면 물기가 나온다’ 기자가 꼭 그 마른 오징어가 된 것 같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기자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기사 작성이야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이지만, 타인과의 관계는 노력해도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신문사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과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인터뷰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일종의 부탁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기자 또한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렵다. 기자가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신문사에 입사한 이후, 기자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감사합니다’ ‘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이다.

  소속된 학과 특성상 기자는 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래서 과제 하랴, 기사 쓰랴 정신이 없다 못해 마이너스 수치에 도달하고 있다. 종종 기자가 작업하는 작품보다 기사 작성을 우선시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미술인데, 기사를 쓰느라 작업에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교수님이 ‘너무 덜 그린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실 때는 그림을 그리려면 잠을 잘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비참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이쯤 되면 기자가 마조히스트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신문사는 기자에게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유를 자기계발서에서나 나올 법한 ‘가슴이 뜨거워지는 열정’이라는 말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열정’이라는 말, 혹은 누군가의 뜨거운 열정을 무시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냉정히 얘기하자면 기자는 신문사를 생각할 때 단순히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신문사를 이렇게 아끼게 된 이유의 가장 큰 부분은 아마 동기를 포함한 홍대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자에게 너무 큰 의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마치 시간이 응축된 것처럼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감정이 스쳐 갔다. 기자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동기가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동기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기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기자 또한 그들에게 힘들 때 술 한 잔 기울여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도 기자는 홍대신문을 만드는 사람들과 홍대신문을 애독해주시는 학우들을 위해 매일 밤 더욱 골똘히 생각하고 매일 낮 바쁘게 뛰어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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