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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화학공학67) 동문끝없는 노력으로 정상에 올라선 화학업계 최장수 CEO

우리 주위에 화학공학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 연구실에서만 볼법한 화학공학 기술은 의외로 우리 생활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트북의 LCD 내부 필름, 냉·난방 기기를 작동시키는 연료 등 화학공학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도레이 첨단소재와 도레이 케미칼 대표이사 회장인 이영관 동문은 우리나라 화학공학 기술의 선두주자임은 물론, 화학업계 최장수 CEO이자, 최초로 일본계 기업에서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화학 공학 기술의 전문가이자, 많은 이에게 존경받고 있는 CEO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영관(화학공학67) 동문

Q. 본교 화학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이후 2001년 고려대학교 국제경영학 석사과정, 2010년 본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본래의 전공 분야와 다른 길을 걸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화학과와 화학공학과는 다르다. 내가 졸업한 화학공학과는 ‘Chemical Engineering’으로 관련 기업에서 실무적인 일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화학공학과 관련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어 연구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가 졸업할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또한 나는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학교 등에 남아 계속 연구 활동을 하는 것보다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삼성그룹에 지원을 했고, 합격 후 대표이사가 되기 전까지 계속 회사원 생활을 했으며 줄곧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구미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화학 기술이 제일 발달한 곳에서 실무를 계속하다보니 내가 업(業)으로 삼은 기술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자신 있는 정도가 되었고, 이 분야에서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자세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실무 분야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가 되었지만, 내가 대표이사로서 해야 할 ‘경영’은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경영이란 한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지금의 경영은 국제사회의 발전과 함께 움직이고 있어 국제적 마인드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경영학과 경영학을 공부했고 지금 운영하는 기업이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국제경영학을 공부한 것이 특히 큰 도움이 되었다.

Q. 약 40년간 회사생활을 굉장히 오래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큰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A.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난다. 하나는 내가 과장일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 회사는 중합공정(화학반응으로 결합하여 분자량이 큰 화합물을 생성하는 공정)을 배치식에서 연속식으로 바꾸었다. 1년간 그 기술로 공장을 운영했고, 이후 재정비를 위해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가동을 멈춘 기간 동안 공장에서는 기계의 부품도 갈고, 배관 불순물을 청소하는 등 많은 일을 하는데, 이 중 배관 불순물을 청소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해당 기계 청소는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기계에 화학 물질을 투입해 240℃로 끓여 그 증기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물질이 새거나, 고온으로 인해 불이 붙으면 공장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작업이었다. 나는 과장이라는 직책에 있었고, 현장의 책임자였다.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면 회사 뿐 아니라 부하 직원들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매일을 뜬 눈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위급 상황에 빠른 대처를 하다 보니 어느새 15일이 지나 있었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주위에서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고, 나에 대한 평가는 어느새 ‘독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례는 차장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는 디스플레이용, 산업용 필름의 기본이 되는 폴리에스터 필름을 제조하는 사업을 담당했었다. 그때 당시 처음 기술을 개발해 공장을 운영했는데, 처음이다 보니 시작 후 원하는 품질의 필름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회의에서 1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강수를 두었다. 임원들은 조용해졌고, 이후 나는 팀원들을 불러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면 연간 4500만 불의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다. 이것은 진정한 애국의 길이다.”라며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그 후 직원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다 함께 현장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일하다 보니 1년이 지나 있었고, 나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필름 기술자가 되었다.

Q.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CEO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어떤 과정과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A. 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했다. 지금은 본교 많은 학생들이 삼성 등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당시엔 그렇지 못했다. 나의 입사 동기 중 같은 학교 출신이 나 포함 4명이었는데, 나를 제외하고 모두 미술대학 출신이었다. 때문에 아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나를 도와줄 선배 또한 없었고 나는 혼자 이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이 분야에서는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했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항상 누군가가 맡긴 것이 아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고 20년간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임원이 되어 있었다. 그 시절은 나라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였으므로 임원에 오르기까지 빠르면 15년 정도가 걸린다고 보았을 때, 난 비교적 늦게 임원이 된 사례였다.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현장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20년간 현장에서 쌓았던 지식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고, 가장 많은 의견을 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임원에서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6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Q. CEO로서 약 20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CEO가 가져야 할 자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우선 CEO가 가져야 할 자격이라면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선견력(先見力)’이다. 우리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기업의 수장인 CEO가 알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 둘째는 ‘균형감각’이다. 일을 하다 보면 동시에 여러 일을 다 잘 해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무엇을 먼저하고,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감각이 바로 균형 감각이다. 마지막으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다. CEO 자신이 실천하지 않으면서 사원들에게 업무를 강요하면 절대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내가 CEO로서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현장에서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원만큼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황 보고의 시간이 길어지지 않아도 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내가 실무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사원들도 알기 때문에 내 결정을 신뢰하고 잘 따라준다.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CEO로만 회사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CEO가 아닌 사원들도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 바로 ‘열정, 충실, 즐김’이다. 이는 내 인생의 모토와 같다. 무슨 일이든 열정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일에 대해 항상 충실해야 하며 일을 즐겨야 한다. 또 무엇이든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해야 좋은 성과가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신입사원들에게 일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평사원이든, 대표이사이든 자신이 ‘월급쟁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긴 하지만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월급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월급쟁이라는 말은 자신이 회사의 부속품으로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폄하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회사가 나의 회사라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임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주인의식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누구나 일을 하다보면 슬럼프를 겪는다. 이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가?

A. 소극적인 사람은 슬럼프를 슬럼프라고 이야기하며 우울해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슬럼프를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엔 슬럼프라고 할 만한 사건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난 그것을 역전의 발판으로 삼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 가지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곤란을 겪었던 일이 있다. 기업은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동료, 부하, 상사 등 여러 사람과의 관계가 존재한다. 나는 상사와 의견이 맞지 않아 생겨나는 잦은 갈등으로 힘들었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아버지께서는 한번 참으면 백일 근심을 면한다는 뜻의 ‘인일시지분(忍一時之憤)이면 면백일지우(免百日之憂)’라고 하시며 인내를 강조하셨다. 내가 40년간 일을 하며 깨달은 것도 이와 같다. 한 번의 화를 참고 견디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이렇게 인내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고난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Q. 다양한 꿈을 꾸며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을 본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들이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 중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운 것이 남은 50년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고 배우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학업만을 뜻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말한다. 과거의 성적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학부 과정에 있는 후배들은 모두 같은 출발 선 위에 서있는 것과 같다. 대학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 실력을 쌓아야 한다. 지금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선 외국어는 기본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 자신의 경쟁력을 키웠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인내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를 거듭하면 언젠가는 그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성공할 수 있다. 후배들이 실패에 기죽지 않고 노력해서 성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김성아 기자  (becky060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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