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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동행

4차 산업혁명, 3.5의 기로에 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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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대학의 교육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러닝(E-Learning)과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 학습 방식을 선두로 다양한 학습 형태가 떠오르고 있는데, 정보전달 위주의 강의식 교육 체제에서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참여수업, 협력학습, 실험 실습 등의 방식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수업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대학은 수업 목적에 적합한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대학들은 교육의 목적을 교육행정과 연구에 두고 있다. 물질적 지원의 필요에 따른 이러한 체계 때문에 대학의 본분인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미래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 역량을 기르고 신기술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학과 간 경계를 낮추는 융합전공의 확산이 요구된다. 또한 교수가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방향적 교육체제에 대해서도 반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는 대학이 교육혁신을 주도하는 학문의 본거지로서 다양한 분야 간 협력을 통한 디지털 학습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 교실 자동화, 학습 공간 통합 관리에 주력할 때이다. 또한 교육혁신에 초점을 맞춘 인력, 조직, 자원의 재편성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교육방식으로 제안되는 방안 중 하나는 상호 협동과 산학 협력이다. 지금까지 교육은 타 분야와 연합하기보다 고유의 방식과 체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이러닝, 출판사, 기업과 교육 컨텐츠 및 서비스 협력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 관계도 중요한데, 대학에 존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업의 개별적·심층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와 같이 산업계와 대학의 연합이 활발해지면 학제적 연구 또한 가능해지며, 협력의 결과는 다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학협력의 결과로 전체 사회체제에 긍정적 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으로 향하는 이 기로에서 학생에게 요구되는 변화는 무엇일까? 현재 많은 학생들은 대학교육 이전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미 정해진 정답이 있는 문제를 정해진 절차로 빨리 푸는 데 적응되어 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효율성, 편의성 등을 위해 설계된 대량 교육을 위한 교육방식을 답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완벽한 정답을 맞하는 것보다 새로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학생 스스로도 더 이상 강의를 수동적으로만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학습자가 되기 위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의 진원지인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1세기 학생들에게 필요로 하는 기술로 16가지를 제시했다. 16가지 기술은 크게 기초소양, 역량, 성격적 특징의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포럼에서는 기초소양으로 △문해력 △산술 능력 △과학 소양 △ICT 소양 △금융 소양 △문화적인 시민소양을 제시했으며, 역량으로는 △비판적 사고력 및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소통능력 △협업능력을 뽑았다. 그리고 성격적 특성으로는 △호기심 △진취성 △지구력 △적응력 △리더쉽 △사회문화적 의식 등을 제시했다. 또한 포럼에서는 그 중 10가지 기술이 디지털 기반 사회 정서적 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과 깊게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강의자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수강하기만 하는 전통적 방식의 수업이 아닌 수업 참여기반의 토론기반 수업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제는 실용지식이 아닌 교양과 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교육체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알맞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학사조직, 정원, 수업, 학점 등에 대한 규제를 우선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정원, 학과, 학생모집, 졸업요건, 수업요건 등에 대한 각종 규제로는 급격하고 복잡한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스템에 많은 규제를 정하는 것보다는 교육방식을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4차 산업시대에 바람직하다. 또 교육에 대한 각종 재정지원 사업도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대학교육의 혁신을 유도하도록 재편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교육을 빠르게 유통하던 시대에 최소한의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각종 법규 및 인증제도도 재검토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학은 학생들이 사회로 자립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대학생들은 교육과정을 마친 뒤 사회로 나가게 되며, 취업, 창업 등 스스로 자립하기 위한 길을 찾게 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거나 달라지고 있다. 또한 낮은 취업률에 청년들의 취업 걱정이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크게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각에서 많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교육은 더 이상 과거의 교육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국가적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기에 4차 산업혁명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빠른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미래의 산업, 경제 체제 등에 대비한 교육혁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본교의 4차 산업혁명 대비 현황을 살펴보다

▲서울캠퍼스 ‘아트 앤 디자인밸리’ 투시도[사진 홍익대]
▲서울캠퍼스 ‘아트 앤 디자인밸리’ 투시도[사진 홍익대]

▲교육 분야에서의 노력

그렇다면 본교는 과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대외적으로 알려진 학교 관련 자료에 따르면 본교는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재학생들의 교육 환경개선과 사회의 변화를 대비한 연구, 창작 및 산학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캠퍼스 자율전공’의 확대이다. 본교는 4차 산업으로 도래할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유연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자율전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전공 학생들은 입학할 때 계열 구분과 관계없이 해당 캠퍼스의 자연·인문·미술계열의 학과(사범대학, 산업스포츠학과 제외)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융합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마련된 지능로봇,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공학, 디자인 엔지니어링과 같은 9개 융합 전공을 자신의 주전공으로 선택하고 이수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자율전공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해마다 특정 전공으로만 진입자가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자율적인’ 시간표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여러 보완 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지도가 실효적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전공이 부족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 본교는 융합전공제도 또한 운영 중이다. 융합전공은 특정 학과(부) 또는 전공에 속하지 않으며 관련되는 학과(부) 또는 전공(대학원·전문대학원·특수대학원의 학과 또는 전공을 포함한다)을 공동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전공은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유연한 사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추구하고자 개설되었다. 현재 개설된 융합 전공의 종류는 서울캠퍼스는△문화예술경영전공 △건축공간예술전공 △공연예술전공 등이 있으며, 세종캠퍼스의 경우에는 자동차부품·디자인전공이 있다. 이외에도 본교 대학원은 이번 해부터 교육 커리큘럼 다양화를 위해 디자인콘텐츠대학원 공공디자인 전공, 영상대학원 VR·AR콘텐츠 전공 등 총 7개 전공을 신설했으며 특히 영상대학원 VR, AR콘텐츠 전공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만큼 새로운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본교가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율전공제도와 융합전공제도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융합전공이 대학에서 전공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명칭은 융합전공이지만 그 중에는 몇 가지 전공 수업을 섞어 놓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전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경영전공은 마치 예술학과, 경영학과, 불어불문학과 등의 수업만을 그저 합친 것과 같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융합전공은 단지 여러 분야의 전공을 합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통섭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과목을 설치하는 등 학문의 융합을 돕기 위해 더욱 체계화된 커리큘럼이 요구되고 있다.

3월부터 본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여러 미래산업 연구시설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수) 세종캠퍼스에서는 산학협력단지인 ‘홍익 스마트밸리’의 기공식을 개최했으며 이어 16일(금) 서울캠퍼스에서는 ‘아트 앤 디자인밸리’ 기공식 및 ‘홍익 VR뮤지엄’의 개관식을 진행하였다. ‘홍익 스마트밸리’는 지난 2015년 말부터 본교와 세종특별자치시가 함께 논의하며 준비해 온 산학협력사업이다. 이를 통해 △문화 및 디자인 융합 클러스터 구축 △연구마을 및 리빙랩(Living Lab·살아있는 실험실) 클러스터△자동차 디자인 및 튜닝(Tuning·공장에서 나온 차량을 사용자에 맞게 바꾸는 것)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또한 서울캠퍼스에 건설 예정인 ‘아트 앤 디자인밸리’는 오는 2020년 말 완공될 예정으로 교육부터 시작해 취업과 사회 생활까지 지원하는 시설로 사용될 계획이다. 미술·디자인·건축·공학·경영·법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자신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실체화할 수 있는 창업 지원·산학협력 공간으로 조성된다. 이와 함께 지역구민과 일반인을 위한 평생교육·재교육공간과 편의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홍익 VR뮤지엄은 다양한 VR 체험을 통해 문화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설로 이를 통해 학우들에게 무료체험 및 제작과 전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자 하고 있다. 홍익 VR뮤지엄은 원기둥형의 VR을 중심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걸으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의 VR을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또한 교내 편의 공간과 연동되는 홍문관(R동) 로비 안에 들어서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국·내외 관광객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4월 4일에는 화성캠퍼스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시설의 기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해당 캠퍼스에는 자율주행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시험장이 조성될 예정이며, 학부와 대학원 학생이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연구 및 실습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본교가 이렇듯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환경 조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시설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시설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 또한 적지 않지만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홍익 VR뮤지엄’의 실용성에 대한 논란이 그러하다. 기존의 교내 편의 공간 안에 설치된 ‘홍익 VR뮤지엄’은 돌면서 VR로 표현된 문화예술작품을 감상하기에는 그 위치가 사실상 애매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현재까지는 VR을 감상하기 위해 시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여 ‘홍익 VR뮤지엄’이 애초에 그 의도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2016년 3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으로 다가왔다.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3D프린터, VR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며 이 신기술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는 어렵다. 신기술은 분명 인류를 위한 것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에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로에서, 즉 3.5의 위치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기술을 찬양하거나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적 시각에서 기술의 ‘선택적 수용’이 필요한 시기이다. 4차 산업혁명의 완벽한 시작은 교육혁명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말뿐인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실제로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모든 개인과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 학생, 그리고 교수의 지속적인 노력뿐 아니라 기업, 언론 등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과 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승혁 기자(adprkims45@mail.hongik.ac.kr)

이산희 기자(ddhh1215@mail.hongik.ac.kr)

조수연 기자(suyeon9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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