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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주석(수학교육90) 동문각자의 색을 찾아 나아가길 바라는 교사

적지 않은 학우들이 고등학생 시절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들었을 것이다. 미래를 여는 지식채널 EBS는 수능과의 연계, 인터넷강의 등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심주석 동문은 인천의 한 고등학교의 학년부장이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동시에 EBSi의 수학 영역에서 제일 유명한 이른바 ‘스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곳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활동하는 심주석 동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심주석(수학교육90) 동문

Q. 교사는 자기 계발 시간이 많을 것이란 세간의 인식에 비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 교사라는 직업 하나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요 교과 담당, 3학년 담임, 학년부장을 맡고 있는데다가 인터넷 강의까지 진행하기에 힘들지 않은가?

A. 주중에는 퇴근 이후 1~2번 촬영하고 주말에 많이 찍는 편이라 주말은 거의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걸 희생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이 많기도 하다. EBS에서 인터넷 강의를 진행한지 17년 됐는데 다른 어떤 자기 계발을 해본 적은 없다. 배워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었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수업 준비와 방송 준비가 어설프게 섞여있으면 수업과 방송 모두에서 티가 나고, 그런 사람이 성공하는 사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개의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준비해야한다.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자식의 입시가 끝나면 학교 일만 하면서 여행도 다녀오는 그런 여유를 찾으려고 한다.

Q. 인터넷 강의와 학교 생활을 분리해야한다고 했는데, 각자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가?

A. 인터넷 강의는 컴퓨터 화면 속이고, 학교 수업은 얼굴과 얼굴이 맞닿는 현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 수업을 선호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학업이나 생활면에서 나아가는 방향을 추적하며 이에 조언해주거나 도와주는 등 구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송은 그게 불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지만, 학교는 수업 시수가 많으니 내가 설령 잘못했다 하더라도 다음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그 외엔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교사가 학생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여러 면에서 힘들고, 학생들도 선생님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도 학생과의 상담을 강조하고 많이 하는 편이다. 인터넷 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수기를 올리고, 연락하며 사연을 듣고 만나기도 한다.

Q. EBS에서 인터넷 강의를 촬영하던 많은 사람들이 제의를 받고 사교육으로 넘어갔다. 사교육의 제의를 모두 거절하는 것인가?

A. 사교육에서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전부 거절해서 요즘은 ‘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났다고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왜 학교에 계속 있냐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럼에도 떠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 일을 시작한 동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선생님이 EBS에서 강의를 찍었는데, 그 일을 시작하더니 학기 초인 4월에 학교를 그만뒀다. 교사로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고, 원망스러웠다. 그때 ‘나는 EBS에서 강의하면서 절대 학교를 떠나지 않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개인적 동기뿐만 아니라 스타일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학원에 맞는 스타일이 있고, 아닌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학교 교사에 맞는 스타일이다. 고등학교 동창 중 유명한 인터넷 강사인 신승범이 있다, 그 친구는 수학교육과로 진학했지만 교사보다는 학원에 관심이 많았다. 수학교육과에 진학한 또 다른 친구는 학교나 학원보다는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이처럼 전공은 동일해도 자신의 스타일이나 삶의 마인드는 다르다. 만약 내가 외부 사설학원에 갔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성공하기 위해 애를 쓰긴 하겠지만 안 되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Q. 사설학원 강사와 학교 교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A. 학원 강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특징은 전달력이다. 반면, 학교 교사는 그런 전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학원 강사가 50을 알고 있지만 그 50을 전부 학생들에게 전달한다면 학교 교사는 100을 알고 있어도 20만 전달하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6·25 전쟁은 북침과 남침 중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일까?’라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이를 ‘똥침’으로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학생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공한 사람들은 ‘남침에 생략된 조사를 생각해보자’ 라고 하는데, 학생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전달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를 배우고자 강의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이 자기 계발이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수업을 들으며 교사로서 필요한 모든 걸 학교에서 배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Q. 무크(MOOC)나 테드(TED) 같이 온라인 강의가 많이 공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개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를 대체하며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 예측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 통제나 규율 등의 많은 걸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식과 강의는 다 동일해질 것이다. 실례로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어렵게 푼다고 무시당하기 싫어 강의를 본다는 선생님도 있었고, 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 강의를 보며 수업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이처럼 지식은 마음만 먹으면 다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이제 번뜩이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최초의 자동차는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렸고, 최초의 비행기는 땅에서 겨우 몇 초 떴다. ‘괴짜’라며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과 질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Q. 고등학생 때 대학을 가기 위한 수학과, 대학에서 응용해야하는 수학이 다르다. 이 괴리감은 왜 발생하는 것인가?

A. 고등학교에서 창의력 대회를 개최해 심사를 맡은 적이 있다. 1등을 수상한 학생들은 AI(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해 연구했는데, 이과 학생들은 인간의 표정에 대해서 각 표정을 지을 때 생기는 각을 이차함수를 통해 표현했다. 수학은 공식을 알고 모르고가 중요하지 않고 그 공식을 어떻게 활용할 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수학은 논리성이다. 이처럼 학문의 특성, 수열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수학 특유의 논리성에 관심을 갖고 수학을 좋아하다가도 입시를 하며 수학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평가의 폐단이다. 교사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대해 만족한다면 A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점수 매기고 등수로 줄 세우니 성취도와 성적 간의 괴리감이 발생한다. 문제를 지저분하게 내야지만 학생들의 성적을 낼 수 있고,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적으로 매우 안타깝다. 그래서 수업 때 “이건 수학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의 도구로 가르치지, 수학은 이런 게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수학에서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현장에서는 진도 나가기에 바쁘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교수님께 많은 걸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수님은 기본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전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준다. 교수님께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부는 본인이 하는 것이다. 강의를 듣는 데서 만족하지 말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찾아가서 질문하고 혼자 책을 찾아보기도 하며 지식을 쌓아야 한다. 스터디 그룹도 만들고,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다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느낄 것이다. 또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을 느낀다면, 거기서 벗어나 자신을 드러내려 노력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대학과 좋은 학과를 나온 사람이 기회를 많이 가져가는 건 사실이겠지만, 누구도 미래는 알 수 없다. 기죽으면 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 입학할 정도면 어디 나가서 웬만한 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학교도 있고, 우리 학교에는 미대생이나 공대생만 있는 게 아니라 나도 있다’는 식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피해의식에 잡혀있으면 절대 그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 우리는 주변의 색이 아닌 우리만의 색을 가지고 우리 나름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

이재환 기자  (jhl06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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