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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거나 혐오하거나, 논란의 중심에 서기까지

담배, 아무도 모르게 일상에 녹아든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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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무익’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지는 담배는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을 만큼 폐암, 식도암, 구강암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하지만 담배는 한 번 입에 대기 시작하면 쉽사리 끊기 어렵고, 평생토록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대에 들어서 흡연 연령층이 더욱 확대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다보니, 동시에 이에 못지않게 비흡연자의 불평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 조그마한 담배가 무엇이길래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담배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유래되어 인간을 달콤하고도 위험한 유혹으로 이끌었으며, 어떻게 우리 곁으로 깊이 파고들 수 있었을까. 본지에서는 과거 담배의 다양한 모습에서 현재로 오기까지의 변천사를 알아보며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충하는 의견에 대해 고찰해본다.

 

담배, 넌 어디서 왔니?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듯이, 담배의 유래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담배는 대표적으로 1492년 탐험가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가 신대륙을 발견한 당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오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이후 서구에 점차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담배는 지금으로부터 3,000~4,000년 전에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종교 의례나 질병 치료, 그리고 각성제, 피로회복제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불에 태워 향을 내 연기를 쐬거나, 냄새를 맡기도 하였다. 또, 코로 흡입 또는 씹기도 하며 즙을 짜 마시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가루를 파이프에 담아 흡입하는 등의 여러 가지의 기발한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였다. 이후 16세기 후반 스페인의 한 의학자가 담배의 의약적 효능에 대해 발표하였고 이때부터 담배는 ‘만능약’으로 인식되어 신속하게 보급되었다. 이는 유럽 각국의 왕실이나 민간인들에게 급격하게 전파되었고 프랑스에서는 1559년 프랑스 주재 포르투갈 대사 장 니코(Jean Nicot, 1530~1600)가 흡연의 풍습을 도입하여 프랑스의 상류사회에서 유행시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니코틴(Nicotine)’이라는 말도 그의 이름을 따 유래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 담배가 처음 들어온 시기와 경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조선시대 최초의 문화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 『지봉유설(芝峰類說)』과 수필 평론집 『계곡만필(谿谷漫筆)』 모두, 담배가 일본에서 전해졌다고 기록되어 있어 그 유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의미로 만나 본 담배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담배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삶에 있어 다양한 영역에 녹아들어있다. 우선, 과거의 문학에서 담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숙한 구성 요소이다. 특히 작가들에게 담배는 그저 기호품에 그치지 않고 창작을 위한 도구이자 시적이고 신성한 대상이었다. 프랑스문학 연구가 리처드 클라인(Richard Klein, 1944~)은 담배의 유혹을 미학적 측면에서 서술한다. 그는 담배의 심미적 매력, 즉 담배가 흡연가의 삶에 가져다주는 숭고하고도 어두운 미적 쾌락을 보장해주는 것은 담배의 무익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담배는 숭고하다(1995)』 저서를 통해 폭넓은 담배문화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저서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변별되는 문화적 산물인 ‘흡연’의 숭고함과 함께 깊이 있는 안목으로 서술하고 있다. 철학적, 문화적,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담배의 역설적 처지와 담배가 지난 악마적 매혹성, 그리고 그것이 주는 위안에 대한 기능을 점검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담배는 문학의 흐름이나 인물 특성에 있어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또, 담배는 청춘을 상징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학생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어릴 적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이는 모방 심리의 소산이자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반항 심리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시인 정지용(1902~1950)은 식민지 조국에 대한 애정은 지극하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담배도 못 피우는, 수탉 같은 머언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자조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작가 문진영(1987~)의 『담배 한 개비의 시간(2010)』에서는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배라는 소재를 통하여 어딘가 자유롭지만 아무데도 소속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존재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처럼 담배는 과거 청춘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한편 담배는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담배연기는 ‘자운(紫雲)’으로 묘사되었다. 실제로 보라색 연기를 만들어내는 담배는 없지만, 담배 예찬론자들은 담배의 신비한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자운’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반면 시인 김소월(1902~1934)은 『담배』라는 시에서 담배 연기를 검은색으로 묘사하여, 내면의 괴로움과 쓸쓸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설 속 여인의 서러운 죽음과도 맞물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미화시키려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담배는 민족과 계급의 슬픔을 담아내기도 하였는데 일제강점기와 관련되어 가장 널리 불리던 노래 <담바고 타령>이 그 예이다. 이 노래에서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의 토지와 노동력을 담배와 교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노래가 널리 유행했던 이유는 일본 침략에 대한 소극적 저항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1921년 7월 일제가 ‘연초 전매제’를 실시하게 되면서 연초업의 모든 부문이 일제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초기에는 전매제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전매 수입은 식민지를 경영하는 총독부의 재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일제는 철저하게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이처럼 당시 연초 관련 산업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담배는 몸에 해로웠다.

▲출처: 리얼미터
▲출처: 리얼미터

20세기에 들어 담배는 그 안의 각종 유해성분 및 해악에 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그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특히 마약류와 같은 담배의 중독성과 더불어 각종 질병 등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까지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과 격리의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최근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건물 주변 10m 내에서도 흡연이 금지되었고 실외 금연구역은 더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렇다 보니 실외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여러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흡연자가 많이 오가는 보행로가 흡연자들의 ‘핫스팟(Hotspot)’이 되고 있다. 이에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흡연권을 두고 끊임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흡연구역이 부족하다 보니 흡연자는 흡연 구역과 금연 구역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회색 지대’로 몰리기 시작했고, 이는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에서는 흡연 구역을 곳곳에 설치해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는 '분리형 금연 정책'을 실시하였다. 또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흡연 공간에 정화시설을 설치하며, 흡연 구역 확보가 어려운 곳에는 이동식 흡연 차량을 보급하기도 하였지만, 이와 맞물려 강력한 담배 규제 정책들이 적용되어 과도기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담배는 우리 일상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녹아있었다. 과거 담배는 우리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대 과학과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담배는 좋은 의미에서 나쁜 의미로 변질되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걱정이 범국민적으로 대두되면서 담배라는 것을 단순히 기호식품으로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두고 많은 논쟁이 일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모든 장소를 금연 구역, 흡연 구역으로 일일이 나누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회색 지대에서의 갈등과 원치 않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려면 흡연구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정책과 함께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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