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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생활 균형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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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을 때 옆집에 살았던 한국인 가정이 있었다. 어린 아이가 둘이었는데, 아이들 엄마가 새벽 6시에 출근하고 나면 아빠가 아이들을 챙겨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낸 뒤 출근하고, 엄마는 3시 퇴근길에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고 아빠는 저녁때 퇴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부부가 함께 직장생활, 육아, 가사업무를 척척 해 나가는 것을 보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한 제도인 유연근무제,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flextime)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1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법은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OECD 35개국 평균 대비 1.7개월 추가근무를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노동생산성은 2017년 기준 OECD 35개국 중 28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된 근로기준법에 따르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최대의 업무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업무효율 증가는 불필요한 회의시간, 이동시간, 문서작업 시간 등의 시간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근로시간과 근로장소를 유연화하여 가장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업무효율과 노동생산성이 증가되면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일-생활 균형, 일-가정 양립 또한 달성할 수 있게 된다. OECD가 발표한 2060년 세계경제 장기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비율은 현재의 73%에서 2030년에는 63%, 그리고 2060년에는 52%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다른 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큰 폭의 하락이다. 이처럼 생산가능 인구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임에도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은 56.2% (34개국 중 28위)에 그치고 있다.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유입대책이 시급한 실정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전략중의 하나가 바로 앞서 예로 든 유연근무제를 비롯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특히 사회 전반에 걸쳐 work-life balance(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볼 때,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여성 인력뿐만 아니라 남성 인력 관리 면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탄력근로, 집중근로 등 근로시간의 유연화 제도 및 재택근무 등 근로장소의 유연화 제도가 개인과 조직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어 왔다. 이 같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여 업무 효율과 몰입도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고, 자율적인 업무수행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산출물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방식이 변화되고 일-생활 균형을 되찾는 것은 업무효율, 몰입도, 성과 증진 등 조직의 목표 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의 목표는 동시에 달성될 수 있다는 접근법, 즉 조직효과성과 구성원의 일과 삶의 조화는 동시에 추구될 수 있다는 접근법을 듀얼 아젠다(Dual Agenda)라 일컫는다. 근로시간의 단축, 근로시간과 장소의 유연화, 일과 생활의 균형이 단순히 근로자들에게만 일방적인 편익을 가져다주고 조직에게는 비용만 발생시킨다는 통념을 바꾸고 근로자와 조직 모두의 목표를 달성에 도움이 됨을 밝히고 설득함으로써, 기업들의 더욱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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