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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매개로 현대미술이 보여주는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대안

SeMA 소장작품 기획전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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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자연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잃어버린 세계(TheLost World)》 展은 현대미술이 자연과 관계를 맺어온 태도를 새롭게 보여준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수집해온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으로 이루어진 39점의 소장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70년대 이후 자연과의 몰아적(沒我的) 조응, 80년대 이후 여성적 생명력과 몸의 기억이 만들어낸 치유의 감각들과 유기적인 체계로 이행하고자 하는 동시대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들을 보여준다.

권영우, 무제 Untitled 1982출처 : 뮤:움
권영우, 무제 Untitled 1982출처 : 뮤:움

전시는 세 가지 특징적 양상으로 나누어져있다. 첫째, 자연과의 몰아적 조응이다. 이 전시는 자연과의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권영우 작가를 포함하여 7명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영우 작가의 <무제(1982)>는 붓과 먹을 사용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한지를 여러 겹 겹쳐 바르거나 구멍을 뚫고 칼자국을 낸 후 한지의 빈 공간에 다른 빛을 투과시키며 화면의 뒷면에서 앞으로 색채를 침투시키는 기법을 활용했다. 또한, 점과 선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색을 도입하는 등 다양성의 변주를 시도했다. 그의 작품 중 <무제(1984)>는 이번 전시의 핵심인 자연과의 합일을 보여준다. 작가가 그은 점과 선이 물과 만나 한지와 물성의 조우를 보여주는데, 이는 물(物)과 아(我)의 만남을 연상케 하는 시도이다.

윤석남, 화이트 룸 - 어머니의 뜰 White Room 2011 출처 : 뮤:움
윤석남, 화이트 룸 - 어머니의 뜰 White Room 2011 출처 : 뮤:움

둘째, 여성적 생명력과 기억이다. 이 전시는 여성적인 사고의 틀을 가진 작품들로 구성되어 여성들이 사회 구조 아래에서 타자로 존재해 왔던 것에 주목하며, 타자와 자연의 일체화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인간 이성의 우위를 시위하는 기하학적인 모더니즘 미술을 넘어 여성적인 생명력과 촉각적인 감각, 보살핌에 대한 윤리를 다시 찾는다.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작가 중 윤석남은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윤석남 작가는 <화이트 룸-어머니의 뜰(2011)>이라는 작품을 전시하여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모성, 여성성, 여성의 역사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치유의 시선과 타자(他者) 애(愛)로 주제화하며 특유의 조형언어로 시각화했다. 그가 전시한 작품 또한 흰색 한지를 오리는 작업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또한, 죽은 후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없이 빛으로만 남게 된다는 것을 흰색이라는 색상을 통해 상징화하여 나타냄으로써 작품 속 자연이 죽음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기슬기, Post Tenebras Lux 01 2014 출처 : 뮤:움
기슬기, Post Tenebras Lux 01 2014 출처 : 뮤:움

셋째,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이다. 이 전시는 7명 작가의 새로운 관점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기계론적인 세계관에 도전하는 동시대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전시에서는 공간에서의 경험이나 물질적인 형상을 은유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기슬기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띈다. 그는 <Post Tenebras Lux 01(2014)>라는 작품의 시리즈를 전시했다. ‘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라는 라틴어제목이 붙은 이 사진 작품은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실제 모습을 담은 것이다. 이는 자연 안에서 정해진 바 없는 충동적인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로서의 이미지로, 감각하고 인지하는 모든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다.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展은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디지털 환경 하에서 변주되는 이미지들과 자연과 신체에 기반한 실제로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비교해 보도록 하고 있어 자연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관 지어지고 연결이 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미술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전시를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18년 3월 27일(화)~7월 1일(일)

 

전시장소: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관람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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