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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만 가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사교육, 요람에서 취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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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7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증가하여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 1,000원으로 전년 대비 5.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율도 70.5%로 전년 대비 2.7%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의존도 과열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학창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서까지 사교육을 받는, 혹은 받아야만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본지는 이와 관련하여 학우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며 ‘누가 어떤 계기로 사교육을 받게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현재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보자는 장을 마련했다.

▲“학점을 잘 따야 성공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서”

최근 교육업계를 살펴보면 일명 ‘대학 학점관리반’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학점과 과제, 전반적인 대학 생활까지 관리해주는 학원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시험 기간 대학생 간 동갑내기 과외가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여 과외를 받아서라도 취약한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겠다는 사회적 풍조도 일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진 만큼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에 신경을 쓰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 이에 본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부모님께 진지하게 말씀드려본 적은 있어요. 복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학과 공부를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흔히 말하는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방학 동안에 다음 학기에 배울 학과 공부 내용을 미리 예습해오기도 해요. 일부러 계절 학기를 노리는 친구들도 몇몇 봤어요. 그럴 때마다 괜히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하죠. 학점을 잘 따야 성공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서 학점을 잘 받으면 무엇보다도 교수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대하는 행동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친구들끼리 더 삭막해지는 분위기랄까.”

 

▲“저희에게 있어서 사교육은 필수 코스인 셈이죠.”

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에서 3, 4학년에 재학 중인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에 대해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취업 사교육비가 3년 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취업 사교육비는 연평균 22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 평균 207만원에 비해 16만원이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스펙 초월, 열린 채용’의 확산에 이어 직무중심 채용 경향도 확산되면서 실제 직무 경험에 필요한 고급 취업 사교육 시장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본교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목표는 취업이죠. 속된 말로 ‘문과들은 결국 치킨 집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저희에게 있어서 사교육은 필수 코스인 셈이죠. 주위 사람들을 보면 공인영어시험 성적이나 취업을 위한 스펙을 만들기 위한 사교육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학원 강사님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 관한 수업을 하시기도 해요. 요즘은 오히려 인턴이나 학과 생활을 해보면서 향후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느낀 친구들이 고시 준비를 하러 학교를 다니지 않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걱정 밖에 들지 않죠. 덩달아 기운이 빠지긴 해요.”

▲“수업이 개설되어도 사람들이 다 배우고 왔을 것 같아”

본교에는 캠퍼스 자율전공, 미술대학 자율전공 등 전공에 대한 탐구 시간을 가지는 학우가 많다. 이러한 자율전공 학우들은 입학 후 계열 구분에 관계없이 해당 캠퍼스의 자연·인문·미술계열의 학과(사범대학, 산업스포츠학과 제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 복·부전공을 준비해 자신의 전공 외에 다른 전공을 배우고자 하는 학우도 있다. 그러나 전문 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전공 과목의 경우 타과 학생들을 위한배려가 없는 기초 과목 개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윤지(광고홍보2) 학우는 영상 제작학원에서 에프터 이펙트(After Effect)를 배웠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전했다.

“이전에 ‘프리미어’라는 영상 기술을 배운 후 영상에 관심이 생겨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영상 학원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이런 영상 수업은 제 전공에 필요한 내용이라고도 생각해요. 전공 과정에 필요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영상 기초 수업이 개설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다 배웠다는 전제 후에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요.”

 

▲“운동을 시작하고 체력이 증진돼 오랜 시간 작업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한편 ‘학업’을 위한 사교육이 아닌 자기 계발로 시작된 사교육도 있다. 이는 취업이나 자신의 스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자기 계발 목적의 사교육인 것이다. 이러한 자기 발전을 위한 사교육은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잠재력의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체육활동, 취미 미술, 취미 피아노 등의 성인 취미반을 통한 예체능 활동이 그 예시이다. 박혜준(시각디자인2) 학우는 자기 계발 측면의 사교육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전했다.

“지난 겨울방학부터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시작해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 근력운동 등을 배우고 있어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체력이 증진돼 학기 중에 오랜 시간 작업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교육, 의존 대상이 아닌 보조적 수단으로 가져야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강도 높은 사교육에 시달려왔다. 특히 입시와 관련된 사교육은 학생들의 생활에 있어서 어느새 공교육보다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청년들은 다양한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사교육을 받고 있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제공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경쟁력을 기르는 것은 자기 계발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학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의지해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어쩌면 사교육은 청년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영원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무절제한 청년 사교육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해당 사교육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도움이 되는지 등을 잘 생각해 자신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수연 기자(suyeon98@mail.hongik.ac.kr)

김승혁 기자(adpkrims4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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