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반 고흐, 영혼의 편지(The Letters of Vincent Van Gogh)』,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지음, 예담, 1999.

<현대사회와 윤리> 윤병렬 교수가 추천하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흐의 작품은 많이 알려졌지만, 제목이 <영혼의 편지>이기에 그 뉘앙스가 뭔가 다르게 울려온다. 동시에 왜 이런 천재가, 자연에 감추어져 있는 신비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지상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천상의 모퉁이를 보여주고 훌쩍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일까. 그는 찌든 가난과 따돌림, 좌절과 가족들의 배신, 그의 예술세계를 알아주지 못하는 당대의 사회, 신경쇠약 속에서 삶을 이어갔다. 고흐는 자신의 가난과 사회적 소외, 고달픈 현실로 말미암아 점점 병들어갔지만, 그의 예술 세계는 이 모든 걸림돌 너머로 신비하고 찬란한 표현주의의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고흐는 '광적인 열정을 가진' 화가이고 강렬한 빛과 색을 표현하는 화가다. 그가 남프랑스의 아를에 정착한 것도 그곳의 눈부신 햇살에 반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색의 세계'를 목격한다. 고흐는 빛과 색 자체의 신비로운 마력으로 절묘한 예술 세계를 쌓아올린다. 그는 색 자체의 본성과 신비를 꿰뚫고 있었으며, 색이 드러내는 마법적인 속성과 힘을 읽어냈다. 그는 희망과 희열에 가득 찬 빛과 색을 그의 작품세계에 드러낸다. 빛과 색을 통해 깊고 풍만한 세계의 경이로운 영광이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그는 강렬한 태양 (빛)과 색채의 화가이지만, 어두운 색깔의 위력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예술 세계에서도 밤은 절대 소외되지 않는다. 밤의 세계는 섬세한 영혼을 일깨운다. 밤을 통해 자아는 정서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눈을 뜨게 된다. 따라서 밤은 영혼과 영원한 정신세계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위력을 갖고 있다. 또한 밤은 창조적 세계의 어머니다. 물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표현주의'에서의 표현은 결코 색으로서 강렬하게 캔버스 위에 드러내는 기법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단순한 외부적 기법에서 표현주의의 혼을 찾으려는 것은 아직 성숙한 시각을 갖지 못한 결과이고, 결국 그것은 예술혼이 빠진 외형적 목격에 불과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혼으로서의 그 무엇이다.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1888)은 천상 의 황홀함과 신비로움을 지상에서 보게 해 준다. 위와 같은 시기에 그린 <아를의 포럼 광장에 있는 카페 테라스(Cafe Terrace at )에는 별들이 신비한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실편백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밤(Country Road in the Provence by Night)>(1890)은 하늘과 땅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때 광휘를 발산하는 선명한 색채를 가진 별은 고흐에게 희망의 표현임과 동시에 영원의 표현이다. 별들은 고흐가 지상에서 이어갔던 궁핍, 외면, 고뇌, 병고와 절대고독, 그리고 최하와 최악의 조건으로 구차한 삶을 살았던 것을 위로하고 포용하며 끌어안아 주었다. 또한 별들은 신비의 힘과 생명을 부여하고 무한한 수수께끼의 메시지를 방사한다. 신비한 힘과 메시지를 머금고 있는 고흐의 별들은 지상에 가까이 쏟아내려 앉아 있으며 물속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며 고독한 자들에게 강력한 벗이 된다. 어린 별들마저 황홀한 색깔로 발광하고 있다. 이 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독했던,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정신병자의 취급을 받았던 천재 화가의 별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 별들은 그의 처참한 일상세계를 압도하고 극복하게 하는, 그래서 거침없이 신비한 마력을 쏟아 붓고 고독을 잠재우는 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암호와도 같은 고흐의 별을 이해하지 못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