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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가족>(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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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가족>, 1957년, 캔버스에 유채, 98.7×71.3cm, 소장번호 6
한묵, <가족>, 1957년, 캔버스에 유채, 98.7×71.3cm, 소장번호 6

한묵은 대표적인 도불(渡佛) 작가 중 한 명으로 4차원적 시공간을 구현하는 기하학적 추상화로 잘 알려져 있다. 1914년 서울에서 출생한 그는 1930년대에 중국 다롄의 오과회 부설 미술연구소와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944년 귀국한 이후로는 고성 금강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였고, 이 시기에 이중섭과 교유하였다. 1951년 1·4후퇴 때 월남하여 1952년 부산에서 박고석, 이중섭, 이봉상, 손응성과 함께 기조전(其潮展)을 창립하였으며, 1955년부터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다. 1957년에는 황염수, 유영국, 이규상, 박고석과 함께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반대하여 일제의 잔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재야 작가들의 모임 중 하나인 모던아트협회를 창립하였다. 그리고 1961년, 48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가 2016년 타계할 때까지 파리에서 활동하였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가족>은 그가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57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1957년은 모던아트협회의 창립 해이자 한국의 근대와 현대미술을 나누는 기점으로 여겨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타원형의 공간은 거울에 비친 모습 같기도 하고, 혹은 가족사진을 보는 것 같기도 하여 과거를 추억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과 그 옆의 어린 아이는 구체적인 대상보다는 평면적이고 기하학적인 조형적 요소로서 재구성되어있고, 직선과 면으로 재창조 된 일가족은 밀도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보라색, 갈색, 짙은 녹색 등의 어두운 색채가 노란색, 흰색과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여인과 아이의 회색조의 얼굴에는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 작가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가족에게서 충격을 받아 제작했다고 고백하였듯이 전후(戰後)의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아시아에서 큐비즘은 대체로 열강으로부터의 독립을 전후한 시기에 수용되었고, 한국에서도 1950년대에 이르러 그 영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1952년으로 상한되는 한묵의 초기작에서부터 도불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구성주의적 화풍에서 추상화로의 변화를 보이는데, <가족>은 그러한 변화 속에서 피카소의 후기 작업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다. 어두운 색조를 사용하여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는 특징이 그러하며, 화면의 오른편을 차지하고 있는 모자(母子) 형상 또한 큐비즘에서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이미지이다. 피카소는 여러 <모자 Mother and Child> 작품에서 어머니를 신성한 존재로 묘사하였는데, 한묵이 차용한 모자는 서구에서 기독교적 의미를 갖는 모자상에서 벗어나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랜 일제 치하에서 벗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한국전쟁이 남긴 비극을 입체주의적 화풍에 ‘가족’이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를 결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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