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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2017)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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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린 엠케의『혐오사회』(2017)는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증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카롤린 엠케는 저널리스트로 여러 사람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책에 싣고 혐오에 대해 분석하였다. 사회에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여성, 흑인, 성소수자와 같은 사람들을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그들에 대해 왜, 어떠한 배경으로 인해 증오라는 감정을 가지고 그 감정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요정 퍽의 실수로 흉측한 모습의 보텀을 사랑하게 된 티타니아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안에서 어떠한 이유로 생긴 감정으로 인해 현실을 온전히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2017년 2월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는 시위대가 중동의 난민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세운 후 욕설을 퍼붓고 길을 막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비뚤어진 감정을 기반으로, 책의 후반에서 작가는 난민 혐오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자를 향해 집단적으로 증오를 표출한 사례인 ‘클라우스니츠 사건’을 주로 다루며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이 있다. “남의 눈에 보이는 존재이기 위해서는 그저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하고 다른 어떤 자격이나 특징도 필요하지 않기를 원한다.”라는 문장이다. 여성, 흑인, 성 소수자, 난민이라는 타이틀 이면에 그들도 하나의 인격이며 어떠한 조건 없이 대우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 또한 ‘사회 속 소수자들이 겪는 구조적 폭력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졌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저자는 한 남성이 지하철에서 흑인 아이를 밀쳐 넘어뜨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치는 장면을 제시한다. 이는 그 남성의 인성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그 남성에 얽힌 사회적, 구조적 배경과 주변 사람들의 태도 등 여러 환경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의 목격자가 된다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서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겠지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작은 변화를 위해서는 그런 작은 부분부터 고 쳐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제시된 ‘추천의 말’ 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 사회 속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여성혐오’, ‘넷우익 현상’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외국의 사례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읽고 나서 더 알고 싶어진 분야는 ‘페미니즘’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는 과거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으로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성 인권 운동의 전개 과정 속 에서 왜 여성과 남성은 끊임없이 대립하며 서로에 대해 혐오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엮은이는 혐오라는 감정이 증폭되기 이전에 어떠한 사건이 있었을 것 이며, 그 사건과 배경을 객관적으로 낱낱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알고 의식해야 할 페미니즘에 대하여 반발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어 떠한 배경으로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공부하고 싶다. 

  특히 여성에 대한 문제는 현대에 와서 많이 완화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여성은 불평등한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소지니(misogyny)’ 라는 단어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조금 더 알아보았다. 미소지니의 정의는 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이다. 그런데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대립 속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만을 ‘여성혐오’, 즉 ‘미소지니’라고 일컫는 것은 아니다. 미소지니는 본래 그러한 좁은 의미의 여성혐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대상화, 사회적 차별 등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즉, 단순히 ‘싫어하는 감정’을 미소지니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일부 남성이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싫어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을 여성혐오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미소지니라는 단어의 뜻을 확장 하여 생각하고, 사회 속에 예부터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불평등한 시각에 대해 조금 더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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