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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민족의 유산을 ‘지키는 이’들이 마주한 탐욕의 역사문화재는 그것을 만든 민족의 품 안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최근 오랜 세월 행방이 묘연했던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의 인장이 이달 중순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비밀리에 참여해 덕온공주의 인장을 2억여 원에 낙찰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처럼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수많은 돈을 지불하여 자국의 문화재를 사오기도 하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통해 그 소유권에 대한 진위여부를 파악하여야만 한다. 세계는 지금도 문화재 반환을 놓고 총칼 없는 전쟁 중에 있다. 서양 강대국들의 대형 박물관은 화려한 명성 뒤에서 약탈 문화재는 어느 한 민족의 유산이 아닌, 인류 보편의 유산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약탈 문화 재의 보유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며 과거 역사에 대한 정의 회복 차원에서도 반드시 환원되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약탈 문화재 반환의 대표적인 실제 사례로 기억되는 두 영화를 통해 문화재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껴보자.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대표작인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Portrait of Adel Bloch Bauer)>은 역사상 최고가에 팔린 미술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림 모델이자 유대인 상속녀인 아델의 가문에 걸려 있던 이 작품을 비롯한 클림트의 걸작들은 나치에 의해 약탈되고, 이후 오스트리아 국립 벨베데레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가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아델의 조카에게 반환된다.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영화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2015)는 이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영화는 마리아가 나치에 의해 빼앗긴 그림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길고 긴 소송을 그린다. 국가를 상대로 8년 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며 몸과 마음이 전부 지친 그녀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제와 그 그림을 그토록 원하냐는 질문에 “빼앗긴 것을 되찾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 가요?”라고 외친다. 그런 그녀에게 사람들은 소송을 통해 그림을 되찾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며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에게 과거를 그냥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마리아가 되찾고자 한 것은 나치의 침략으로 인해 빼앗겨야만 했던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가족, 친척, 이웃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며 미국으로 망명한 후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고자 한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심과 책망뿐이었다. 마리아가 그림을 되찾아오기까지 오랜시간 동안 많은 수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은 우리의 유산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국가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개인에 게 반성의 기회를 준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The Monuments Men>(2014)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예술품 보존을 전담했던 부대 ‘모뉴먼츠 맨’을 그려내고 있다. 독일이 유럽을 정복하면서 독재자 히틀러는 퇴각 직전 유럽 전역에 소장된 예술품을 독일로 빼돌리려 한다. 이에 주인공 프랭크는 나치로부터 도난당한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 한가운데로 나설 특공대를 결성한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문화 예술품을 지키는 것이 목숨을 걸 만큼 가치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이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대가를 치루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전쟁이 끝나면 다비드 상은 누가 서 있을 수 있게 하나요? 모나리자의 미소는 누가 지키나요?” 대원들은 노르망디에 도착하여 결국 독일의 여러 지역 광산에 나뉘어 숨겨진 미술품을 찾아낸다. 항복을 선언하고 떠나가는 나치들이 광산을 폭파하는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포화 속으로 들어가는 대원들은 그 과정에서 동료를 잃게 되지만, 예술품을 지키기 위한 은닉처를 찾아서 최전선으로 향한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목숨을 걸고 예술작품을 찾으러 다닌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현재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시급한 이슈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약탈 문화재의 반환은 꾸준하게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약이 제정되거나 약탈 국가와 피해 국가 간의 제대로 된 논의는 여태껏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약탈 문화재의 대부분이 반환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약탈 국가에 버젓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보다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수없이 많은 약탈 문화재가 반환 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미국과 같은 서양 강대국 중심의 문화계 질서 형성의 움직임에 따라 문화재가 반환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재 반환 대책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보문 기자  (qhans02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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