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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건축1(1)
  • 유현준(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18.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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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교회, 편안한 절

얼마 전에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불자가 아닌 자기도 절은 들어가기에 무리가 없고 편한 반면에 교회에는 부담스러워 들어가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건축적으로 살펴보자.

 

봉은사 전경

절과 교회 건축의 공평한 비교를 위해서 서울의 봉은사와 충현교회를 비교해볼까 한다. 둘 다 강남에 위치하고 규모도 대형 종교시설로서 비슷하다. 우선 절은 교회의 주일 예배와는 달리 정해진 시간에 한꺼번에 모이는 집회 중심이 아니다. 대신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혼자 찾아가서 개인적으로 기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건축물에 비유를 하자면 절은 미술관이고 교회는 경기장이라 할 수 있겠다. 미술관은 특정 시간에 사람이 몰리지 않고 분산되어 이용할 수 있지만, 경기장은 몇 시간의 경기 전후로 사람의 이동이 많은 시설이다. 이러한 운영상의 차이점이 일단 두 종교시설의 공간적인 특징을 규정한다. 우선 절을 살펴보자. 절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전통 건축의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우리의 전통 건축은 단일 대형 건축물 보다는 중소 규모의 건축물들이 마당, 조경과 함께 군집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특징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동일하다. 따라서 봉은사 역시 작은 불당들이 흩어져서 다양한 형태로 배치되어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대부분 단층이며 지붕이 중시되는 건축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절의 건축은 기와지붕이 길게 나오고 자연스레 그 아래에 처마 공간들이 많이 생긴다. 절에서는 대형 집회 공간이 필요한 경우가 일 년에 몇 번 안 된다. 그런 집회가 있다고 해도 거대한 마당과 같은 외부 공간에서 모인다. 따라서 대형 건물이 없다. 건물에서 처마 공간은 내부와 외부의 중간적인 역할을 해서 건축물을 보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 준다. 단층으로 된 건물에서 지붕의 곡선은 전체 입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물과 건물 사이로 연결되는 조경으로 처리된 외부 공간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전체 단지를 관통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그 사이를 산책하듯이 넘나들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절의 건축은 경내에 들어온 사람들을 압도하지 않고 사람들이 편하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의 절반의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충현교회 홈페이지

반면에 교회의 공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주일 예배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몰린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커다란 예배 공간이 있는 대형 건축물이 필요하다. 유럽의 대형 성당들의 돔도 결국에는 대형 내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했던 건축 기술이다. 주로 교회는 도심 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향후 건물이 추가되어도 계획된 외부 공간 없이 그저 옆의 땅에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에서 교회는 절에 비해서 모든 건축물들이 상대적으로 크고 외부 공간과의 균형이 고려되어 있지 못하다. 유럽의 대형 교회는 사실 규모가 크지만 항상 그 성당의 크기와 비슷한 규모의 광장이 있고 주변으로 상점들이 위치하여 자연스럽게 시민을 위한 대형 외부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된다. 아마도 예배당을 지을 때 돌을 쪼아야하는 작업 공간이 필요한데 광장이 그 역할을 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작업장 주변으로 공사 인부들을 위한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도시가 형성된다. 수십 년의 성당 공사가 끝나면 그 곳은 빈 광장이 되어서 예배를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을 받는 도심 속 중요한 외부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회 건축들은 대형 예배당만 있을 뿐 건물 주변의 광장과 같은 외부 공간이 없다. 아주 가끔 빈 공간이라도 주차장으로 쓰일 뿐이다. 

같은 브랜드의 의류 매장이라도 백화점에 위치한 매장이 독립된 상점보다 매상이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문이 달리지 않은 백화점 매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독립된 상점보다 손님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절의 대부분의 공간은 외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외부인이더라도 그저 정원 마당에 들어가는 느낌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다. 마치 백화점 매장에서 옷걸이 사이의 빈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점원이 와서 조금만 부담을 주면 그냥 슬쩍 나가버리면 그만이니까 부담이 적다. 반면에 들어가고 나오기가 편안한 외부 공간이 없이 내부 공간 중심으로 구성된 교회 건축의 공간은 비신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마치 독립된 옷가게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를 사야할 것 같은 부담을 받는 것과 같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예배당은 주중에는 문이 잠겨 있다. 이렇듯 전도를 중시하는 교회가 아이러니하게도 건축적으로는 더 폐쇄적이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비신자가 더 쉽게 들어오길 원한다면 교회는 건축 공간 디자인부터 바꿔야 한다.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유현준(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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