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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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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참 우습게도 기자의 인생은 오롯이 ‘주위 사람들’의 입김으로 가득 채워진 삶이었다. 주체가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의 입김에 기자의 줏대는 정처 없이 표류하고 흔들렸다. 어머니가 강요하신 초등학교 2학년 그날의 반장선거, 아버지가 혹 독하게 가르쳐주셨던 축구, 무조건 경영학과로 진학해야 한다던 담임 선생님의 충고 등 그야말로 지난날의 기자는 온전한 자신을 찾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잘 될 것만 같았고, 실제로 운 좋게 보답을 받는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보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웃지 못하는 상황 에 놓여 있었다. 이런 기자에게 사람들 은 ‘역시’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좋게 불러주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기자에게 자그마한 꿈이 생겼다.

“선생님, 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위 말은 기자에게 있어 굉장히 모순적이었다. 사실상 ‘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이야기는 그저 주위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철없이 방황을 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쯤, 문득 주위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은 말 그대로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의 감정과 사상 등을 공유하며 한 단계 발전해 가는데, 과거의 기자는 이 점을 간과한 채 주위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빼앗겨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비웃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후 기자는 어두운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혹독하게 바꾸었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는 또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현재, 기자는 여전히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운 좋게 신문사에 들어오면서 기자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주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늦은 시기에, 늦은 나이에 들어왔기 때문에 기자 개인적으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기자는 아직 제 몫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가끔 스스로 운이 정말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과분한 격려와 응원 의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욕심이 더 생겼다.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좋은 영향을 되려 주고 싶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선량한 진심도 흐려질 수 있다는 것 을 깨닫기도 하였다. 

  기자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자에게 주위 사람들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만큼 좋은 향기로서 꼭 돌려주고 싶다는 말이다. 물론, 아직 기자 의 갈 길은 멀고 외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누군가 기자를 회상했을 때 ‘좋은 사람’, 혹은 ‘나쁘지는 않았던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다. 운 좋게도, 기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품었던 그 작은 꿈을 ‘지금’ 이루어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빌려 전하 고 싶다. 이 자리에 흔들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잘해서가 ‘여러분’이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나는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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